라이 남쪽은 하천과 밀밭과 농가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굽이치는 시골길을 신나게 달리다가 들판 한복판에 중고시장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 사막의 오아시스야 ! 들어갈까 말까 ? 고민이나, 갈래 말래 ? 의견을 물어보는 요식행위 따윈 전혀 필요없이 그대로 차를 들이댔다. 새벽에 놓친 벼룩시장이 못내 아쉬웠는데 여기서 또 만나게 될 줄이야 ! 방앗간에 떨어진 참새 두마리처럼 완전 신났다.
좌판이 깔린 면적이나 별도 주차장의 규모를 보니 지금까지 봐 왔던 것중에 젤 큰거 같았다. 맨 끝에 빈 자리 하나 발견해 얼른 주차 후 잔돈을 다 챙겨 나왔다
불이 들어오는지도 의심스러운 자동차 후미등부터 부스러질 정도로 녹이 쓴 보일러까지... 게다가, 물건 갖고 온 아줌씨들 자세 봐라 ~ ㅋㅋ
방금전까지 애기가 침 묻히며 놀던 장난감을 뺏어온 듯.
현주가 특히 좋아하는 크리스탈 가격이 그냥 껌값인데 한국으로 가져 올때 깨질까봐 못 사고, 부피가 너무 커서 못 사고 아도 치고 싶어도 영어로 어떻게 말하는지 몰라서 못 사고....
낚시코너 사람들이 제대로 낚였다
볼륨있는 여체 모양으로 생긴 ' 악세사리 걸이 ' 도 반으로 깎아 샀다. 지금 은재 방에...
손때가 묻어 있는 핸드폰 케이스 핸드폰은 안 파나 ?
경건한 구매자
현주는 일단 맘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나한테 흥정을 떠 맡겼다, £2를 부르는 맘씨 좋아 보이는 할머니에게 깎아 달라고 하니 선뜻 £1 로 해주었다
내가 고른 벨트, 버클 자국이 없어 거의 새것 같았다
비싸면 깎을려고 했는데 50 p (900원)
벨트장사 아저씨 바로 앞에 재털이처럼 생긴 크리스탈 그릇도 여기서 샀다,
썬글라스는 너무 작고,,,
왠 뼈다군가 했더니 개밥용 그러고보니 애완견을 데리고 온 손님들이 꽤 많았다. 사람도 개도 신나는 시장,
돼지 귀, 닭발, 건빵등... 여기도 개 간식코너,
현주가 맘에 드는 Wedgwood 접시를 발견했다. 가격을 묻자 £5 (9,000원)를 불렀다. 900원~3600원 이런 것만 사다가 그 갸격을 들으니 비싸게 느껴졌다, 깎아 달라고 하니 접시박스를 꺼내며 안 깎아줬다, 종이박스를 지금까지 안 버렸다는 것에 기가 질렸다. 이번엔 읍소작전으로 나갔다 " 이거 진짜 맘에 드는데 좀 깎아주세요 ~ " 이랬더니 아줌마가 실실 웃으며 " I Know You like it " 아주 사람을 갖고 놀았다. 고수다 ! 두 손 들고 제 값 다 주고 업어 왔다,
오랫동안 안 쓰고 방치된 만년필을 몇자루 발견했다 내가 욕심내는걸 눈치채고 가격을 높게 불렀다. 글씨가 써지지도 않을게 뻔한 펜을 장식용으로 두기엔 호가가 너무 높았다,
현주의 득템 목록이 늘어나서 이번엔 그걸 담을 천가방도 샀다. 50 p (900원)
똑같은 신발을 신은 인형같은 여자아이들
피크닉 바구니를 매장에서 사려면 진짜 비싼데 ...비싼데... 너무 예쁜데... 자리를 못 뜨길래 ' 영국에서 살면 사줄께 ' 하고 달래야 했다
LP판, 카셋테잎, 녹슨 파이프, 책 등등... 구경할 것도 많고, 욕심나는 것도 많고,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한 보따리나 됐다. 부자나라에서 이런 중고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는 이유가 뭘까 ? 몰라, 여튼 오늘 횡재했다
한국에 와서 요긴하게 쓰고 있는 컬렉션들. 부리가 긴 포슬린 (porcelain) 주전자는 나중에 보니 다른 것의 뚜껑이었다. 약간 작고 얇은 금테가 있는 걸 그때는 왜 몰랐을까 ?
큰 나무 아래에 간이 매점이 열렸다
허름한 창고 안에서 버거와 Roll 등의 간단한 조리음식과 음료수를 팔고 있다 아저씨는 음식 조리하고 아줌마는 주문받고 커피와 핫초코 등 담당. 아줌마가 뜨거운 커피에 손을 살짝 델 정도로 바빴다. 나도 줄 서서 콜라와 커피를 사서 동네 아줌마들이랑 합석했다
어릴땐 깜찍하고 귀여운 금발의 여자아이가 중년이 되면 독한 담배를 피워대는 한 덩치의 아줌마가 된다니...
청명한 가을 하늘 같은 영국 7월 하순의 어느 날.
나오다가 쓰레기통에 쓰인 문구가 눈에 띄었다 Poo가 여기서 ' 응가 ' 라는건데 그럼 ' 곰돌이 푸' 가 그런 뜻이었어 ? 현주랑 배꼽 빠지게 웃었다. 나중에 보니 곰돌이 푸는 Pooh 였다능,,,
오늘 첨 본 Boot Sale 도 있지만 호주에서 만난 Flea Market 도 있고 Garage Sale 도 있던데 뭐가 다른거지 ?
Boot 는 차 트렁크를 뜻하니까 Boot sale 은 차 트렁크에 잡동사니를 싣고 와 넓은 공터에 모여 파는 카부츠 세일. Flea market 은 Boot sale 에 비해 약간 작은 규모고 식료품이 좀 더 많은 벼룩시장. Garage sale 은 개인이 자기 집 마당에서 내 놓고 파는 것,
부트세일이나 벼룩시장에서 물건을 팔려면 참가비를 내야 된다, 어떤 경우는 구매자에게도 입장료를 약간 받는 경우가 있다.
물건의 가치가 돈의 숫자로 결정되는 이 시대. 여기는 돈의 계급장을 다 떼고 비로소 가치를 솔직하게 대접받는 자리다 그것들은 더 이상 잡동사니나 고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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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 - 앤 머로 린드버그
일하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어른 밥벌이를 하고 내일을 계획하려 근심스럽게 저녁 하늘을 훑어보고 걸을 때 서두르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어른 이웃을 의심하고 가면을 쓰고 갑옷 입고 행동하며 눈물을 감추는 것은 어른
노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아이 미래에서 행복을 찾지 않고 기쁨으로 노래하고, 경이로워하며 울 줄도 알고 가면 없이 솔직하고 변명을 하지 않고 단순하게 잘 믿고 가식도 전혀 없이, 사랑하는 것은 우리 속에 사는 아이
The Man and the Child - Anne Morrow Lindbergh
It is the man in us who works; Who earns his daily bread and anxious scans The evening skies to know tomorrow's plan It is the man who hurries as he walks; Who doubts his neighbor and who wears a mask; Who moves in armor and who hides his tears....
It is the child in us who plays; Who sees no happiness beyond today's; Who sings for joy; who wonders, and who weeps Open and maskless, nakes of defense, Simple with trust, distilled of all pretense, It is the child in us who lo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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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ife is Travel 원문보기 글쓴이: LoBo
첫댓글 한적한 시골의 시장.....저또한 좋아하는 분위기인지라 부럽네요...자꾸만...글 잘읽었습니다.
잘보고..갑니다~꼭~영국을 가바야겠네요^^
나이 그리 많아 보이지도 않은데 삶에 여유가 아주 많이 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그려.
재미있는 여행 .
탐나는 물건이 많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