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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하십니까?"로 시작된, 한 대학생이 서툰 글씨체로 써내려간 "대자보".
'시험기간+취업란'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많은 이들의 발걸음/눈길을 멈추게 하고,
이에 동의하는 수많은 "대자보"가 서울을 비롯해 전국 대학가에서 잇따라 붙여지고,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이들의 동의가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이어지고 있고,
함께 참여하지 못한 이들은 따뜻한 음료/핫팩으로 같은 마음을 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나가던 고대 교수 한분은 지갑에 있는 현금을 모두 전달했다고도 하고,
지방에 사시는 할아버님 한분은 직접 서울로 올라오셔서 '기성세대의 잘못'을 대신 사과하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절실했다는 거겠지요.
그리고, 누군가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과 '안도감'의 표현이라고 할까요.
20대, 그리고 지금 대학을 다니는 젊은 친구들에게 흔히 그렇게들 말합니다.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너무 즉흥적/감정적이라고.
사회 공동체 및 정치/경제 등에 대해서 관심이 없고, 이기적이고 오로지 즐기는 문화에 익숙한 세대라고.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우리 국민 모두가 오래 전부터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데다가
갈수록 수명주기가 짧아지는 '디지털+스마트 기기'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
따라서 '이성'보다는 '감성/감정'에 익숙하고, '집단/공동체'보다는 '개인 생활'에 익숙한,
상대방에 대한 이해/고려없이 자신의 말/생각을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그래서 소위 'x가지 없다'는 비판마저 받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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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을 해왔습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우리 세대를 보고 느끼셨던 것이,
지금 우리가 젊은 세대를 보고 느낀 것 처럼 똑같이 느끼지 않았을까... 당연히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왔습니다.
그나마 저희 세대까지는 그런대로 어렵다고 해도 공부하고 취업하고는 했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 '등록금 수백만원~1천만원' 시대에, 졸업도 하기 전에 학자금 융자에, 신용불량자에,
졸업해도 '비정규직' 신세에, 급여 받더라도 상당 부분 학자금 융자 상황해야 하고, 갈수록 치솟는 월세에...
모든 직장인들이 갖게되는 '비애'겠지만, 젊은 친구들은 더더욱 그 깊이가 크게 다가오리라 생각됩니다.
제 조카 녀석이 이번에 수능을 치뤘습니다.
이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 하기도 했거니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생각을 깊게 하는 편이라서,
어느 학교를 가고 어떤 전공을 하더라도 지 앞길 지가 잘 알아서 가겠거니 했었지요.
고1때 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목표를 설정하고 흔들림없이 공부하더군요.
이번 수시에 3군데 넣고서는 고 1때 다소 우쭐해서 내신이 조금 떨어진거가 걸린다고 걱정을 하더군요.
다행히~ 가고 싶어했던 곳에 합격해서 웃음꽃이 피긴 했지만.
그러고 보면, 멀리서 지켜만 봐도 말 그대로 '입시 전쟁'이었던 거 같습니다.
평일은 말할 것도 없이, 주말/휴일에도 자습이네, 보충수업이네, 단과 학원이네,
거기에다가 사회봉사 해야지, 논술 준비해야지, 각종 경시대회 입상 해야지......
이넘의 입시제도가 완전히 애들을 기계로 만들어 놨더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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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모님 세대가 저희 자랄 때 해주시던 틀에 박힌 말들.
'나중에 대학가면 다 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참고 열심히 해라!!'
이 말을 이 녀석에게 해주기가 제일 싫었지만, 저 역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수능 100일 남겨놓고 저녁 사먹이면서 해줄 말이, 이 말 밖에 딱히 없더군요 ㅠㅠ
대학 들어가면 또 다시 학점 따기에, 스펙 쌓기에, 영어 공부에...
캠퍼스의 낭만을 즐길 여유조차 없이 다시 '학점취득/취업 전쟁'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생존경쟁 대열에 뛰어 들어야 하는 그 녀석에게,
저희 부모님 세대가 그러셨던 것 처럼, 거짓말 밖에 해줄 수가 없었습니다.
저 위에 사진에 어떤 젊은 친구가 들고 있는 하얀 종이에 쓴 글씨처럼
"기성세대를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후세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말...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들이 가져야할 마음 가짐이 아닌가 싶습니다.
무한경쟁시대!!
좋게 표현해야 무한경쟁이지, 바로 '너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표현이지요.
본질적으로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자체가, 죽는 사람이 있어야 사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의 표정과 마음에서 '희망'이라는 두 글자 보다 '절망, 실패, 좌절'이라는 글자들이 더 자리 잡는 것 같아서 참 씁쓸합니다.
'내가 너를 짓밟지 않고 반걸음을 걷더라도 함께 갈 수 있는' 길은 없을까요??
저는 아주 가끔 정말 힘들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할 때 쯤에, 전철 첫차를 타 봅니다.
밤늦게 전철 끊길 즈음, 전철을 타보면 여기저기서 술에 취해서 몸하나 거누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첫차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철 첫차를 타보면 그 분위기가 정 반대지요.
전철 첫차를 이용하는 분들 연령대가 상당히 높더군요.
대부분 공사판 현장에서 막노동을 하시는 분들이나, 학교나 대형 건물 청소하러 나가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실거예요.
다들 머리 희끗희끗하시고 얼굴엔 주름/검버섯이 가득한.
저분들 나이대면... 그래도 자식들 공부시키고 결혼시킨 후에~ 새벽일 안하고 편히 사실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사회가 이렇게도 각박하게 변해버렸나... 정신이 번쩍 들곤 합니다.
일상에서 이런저런 일들에 힘들어서~ 모든 걸 내팽개쳐버리고 싶을 때,
책상 앞에서 날을 꼬박 새우다 보면 새벽 어둠속에서 신문/녹즙/우유 배달하는 사람들부터,
첫차를 이용해서 생활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참 '내가 복에 겹구나...' 치열하게 살아야겠구나 생각하곤 합니다.
엄동설한(嚴冬雪寒). 말 그대로 최근들어 엄청 추웠지요. 앞으로 더 추운날씨가 찾아올 테구요.
피부로 느끼는 겨울 추위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추위가 더 춥게 느껴지는 요즘인 듯 싶습니다.
철도파업으로 인해서 여기저기서 많은 피해가 있다고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불편하다고 항의가 빗발치고 표값 물어내라고 난리였을텐데,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곳곳에서 고장이 일어나도 예전처럼 심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지하철 기관사로 십수년 일하고 있는 한 분이 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노조활동 하면서 파업하면서 이렇게 시민들한테 격려받고 고생한다고 따뜻한 차, 핫팩 받아본 적이 없다'고
더욱 힘을 내서 반드시 철도 민영화를 막아내겠다고 말 한 것을 봤습니다.
그만큼 우리 대부분의 민초들 사는 것이 힘들다는 거겠지요. 그리고 같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향후 멀리까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작은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는 거겠지요.
"최종범 인생 끝! 이제 최별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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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서울 신촌의 한 작은 교회에서 뜻깊은 돌잔치가 열렸다고 합니다.
10월 말, S전자서비스 센터에서 근무하다가 안타깝게도 목숨을 끊은 故 최종범씨의 딸 '별이'의 돌잔치를,
최종범 씨의 동료들과 뜻있는 주변 인사들 200여명이 함께 돌잔치를 열어줬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 태어난 날, 최종범씨는 '최종범 인생 끝, 이제 최별로 시작!!'이라고 카톡 인사말에 쓸만큼
딸을 아끼고 이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예뻐한 딸의 돌잔치에 그는 참석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의사들은 평생 무료진료권을, 녹색병원에서는 10년간 무료진료권을,
전국여성농민회총연맹은 유기농 야채와 곡식 무료지원할 것을, 민변에서는 평생 무료 변론권을 약속했다고 하고,
한 어린이책 출판사에서는 성인이 될때까지 책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고 합니다.
故 최종범씨. 과연 그 개인만의 일일까요??
지금 이시간에도 수천 수만의 최종범씨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최소한의 대우도 받지 못한채 숨죽여 일하고 있을겁니다.
바로 내일 맞부딪히게될 내 자신의 일일 수도 있고, 내 가족의 일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들 살아가는 삶이, 조금 다를지라도 이렇게 나누고 보듬으면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https://t1.daumcdn.net/cfile/cafe/22632A4F52ADAC9743)
부실 경영진과 '먹튀' 해외자본 매각에 더 큰 잘못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 노조원들에게 46억원의 배상판결이 내려진 쌍용자동차,
주민들의 반대에도 송전탑 건설을 강행, 3번째 희생자가 나온 밀양 주민들,
오늘 기사를 보면, 마을 공동체가 파괴되고 있고, 주민들은 정신적인 불안에 휩싸여 있다고 하더군요.
사회적 합의 없이 강행되고 있는 철도민영화, 그리고 철도 노동자 8천여명의 직위해제,
(가스, 의료, 교육 등 공공부문 전체에 대한 민영화가 줄을 이어 강행되겠지요)
전 국민적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tv 수신료 60% 인상하려는 공영방송 K본부,
실체도 없는 '창조경제' 운운하며 천문학적인 예산만 낭비하면서,
급기야는 폐지주워 내다파는 최빈곤 노인층에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박근혜 정부,
국정원/기무사/검찰 등 할 것 없이 초법/불법적인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해버리는 박근혜 정부,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면, '정당'은 해산시켜버리고 '국회의원'은 제명시켜버리겠다는 박근혜 정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만 나오면 성직자든 국회의원이든 교수든 상관없이
'종북(從北) 주의자'로 낙인찍어버리는 2013년 내나라 대한민국!!
![](https://t1.daumcdn.net/cfile/cafe/263D074752ADACC72C)
이제 박근혜 정부 출범 10개월, 남은 임기 4년 2개월 남은 2013년 12월 오늘.
그.대.들.은. 진.정. 안.녕.들. 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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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올해는. 이문구가 . 젤 와닿는듯해요
안녕들하십니까
다시 수십년 전~ 그 여인의 아버지 시절로 이미 돌아간 듯한 느낌이예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뜻'만 있다면, 스스로가 처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 도움되는 일들이 있을 거 같아요~넘 답답해하거나 낙담할 필요는 없을거 같아요.
작년 대선이후에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 했었는데.. 오늘 대자보를 읽어보니..쩝.. 다시금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여.
외면한다고... 쉽게 외면되는게 아니잖아요^^
MB때부터 관심을 끊고 살았는데...갈수록 요지경세상이 되어가네요....이제부터라도 모두관심을갖고 하나하나 바로잡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때가 아닌가 싶어요...더 늦으면.....생각하는것조차 두렵네요...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일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거 같아요. 남은 4년 끔찍하기만 하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내용없는 장황한 글인데... 감사합니다.
눈감고 못본척 한다면 앞으로 태어날 우리 후손 들에게 무엇을 남겨줄것이며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말할수 있겠습니까?
그러게요~ 시험철인데 이렇게 일어서준 젊은 친구들이 고맙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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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게요. 스스로 움츠려 든다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불필요한 사족 다는 게 습관이 되는거 같구요. '모두 동의하진 않지만...' 이나 '통합진보당 의견에 찬성하진 않지만...' 같은. 좋아지겠지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사건. 정말 기쁜 맘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사회에 눈감으면 그 사회는 이미 죽은 사회다 라는 비슷한 말씀을 유명한 윤리강사 샘이 말씀하셨잖아요.
최근 몇년 사이 대학생들이 다들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고 투표율도 높지 않았던 적이 있었고
심지어 대학내 노동자 인권 탄압에 외면하는 걸 보면서 이제 대학은 죽었다 싶었는데
이 대자보를 보는 순간 정말 기쁨의 눈물이 났습니다.
원래 대학이란 이래야 하거늘 .. 숨쉬는 지성인들이 너무너무 예쁜 요즘입니다.
그러게요. 젊은 친구들의 모습이 참 예쁘게 다가오더라구요. 이번엔~ 미국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때처럼 한순간에 사라지지 않을 물결이면 좋겠어요.
이 지독한 자가검열의 시대에서,용기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니 눈물나도록 고맙네요
우리 사회가 한편으로 그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고 있는거고, 그동안 일방적으로 끌려가기만 했던 그들이 이번 기회에 많은걸 느끼는 기회가 될거 같아요.
참으로 안녕하기 힘든 시기이에 이런 깨어있는 학생들을 보니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네요.
안녕합니다! 라고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