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학교에 왔다. 본부관에서 학생증을 갱신하고 교내 빵집에서 빵도 사다 먹었다. 1/2로 잘린 크로크무슈와 말차 스콘이 즐거울 정도로 맛있었다. 캔 밀크티를 하나 사다가 예술관 카페에 눌러앉았고, 지금은 도란도란 이야기가 들려오는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남겨둔 말차 스콘 한 입, 먹고 겨울 방학의 학교를 가만히 지켜본다. 네모난 창밖으로 비추는 산과 상록수, 계단, 학교 사는 잿빛 길고양이가 꽤나 정겹다. 퉁퉁하니 살이 붙은 고양이가 특히 시선을 끌었다. 꼬리를 살랑살랑하는 모양이 참 귀여운 녀석의 이름은 ‘타짜’다. 학생들이 이름을 붙여주고 하늘색 이름표까지 목에 걸어주었다. 밥도 준다. 이렇게 학생들이 돌보는 고양이 수는 아마 열 마리쯤 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타짜 이 녀석! 몇 주 전에 왔을 땐 배까지 보여주면서 뒹굴뒹굴, 애교부리더니 아깐 쌩 하니 나를 지나쳤다. 고양이 변덕인 모양이다.
카페에 오기 전에 도서관에서 이청준 씨의 ‘당신들의 천국’을 빌렸다. 아직 70페이지 가량밖에는 못 읽었지만 병들어있는 신체와 마음에 대해 읽는 게 꽤나 괴로우면서 미묘했다. 나병 환자건 건강한 사람이건 둘 다 가슴이 병들어있다는 뉘앙스가 숨겨져 있단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끔찍했다. 그리고 온갖 콤플렉스와 피해의식이며 트라우마가 잠자고 있는 내 마음의 밑바닥이 생각났다.
그래, 이렇게 오직 기쁜 것 같은 날에도 마음속엔 곰팡이 슨 부분이 있다. 귀여운 고양이의 꼬리라든지, 즐겁게 떠드는 학생들의 무리라든지, 달콤한 밀크티 한 모금은 잠시 나를 기쁘게 할 수는 있지만 나를 아주 바꾸어놓는 건 아니다. 그럼 무엇이 나를 바꿀 수 있을까? 어제나 오늘이나 언제나 답을 기다리고 있지만....... 글쎄. 글쓰기를 하면서 신호를 잡아보고는 있는데 말이지. 이럴 땐 머나먼 우주로부터 진리에 관한 신호를 기다리는 나사(NASA) 관계자라도 된 기분이 든다.
나는 3월 2일부터 새로운 시작을 한다. 새로운 시작! 새로움이란 건 언제나 마음을 환기하는데다 가능성이라는 단어랑 접목되어있다. 그게 모든 곰팡이를 제거해주는 건 아니지만, 그리고 은하 너머에서 진리의 힌트를 주는 것도 아니지만 변화라는 단어와 그나마 가까우니까, 나는 기대한다. 다른 형태의 내가 될 거라는 기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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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마음이 바빴던지라 카페도 못 찾구 이래저래 끙끙댔답니다.
곧 수강신청 기간이고.. 알바도 지원하고.. 영어영문학과로 전공도 바꿨고...
그래도 많은 것들이 어찌 될 거라고 가늠은 할 수 있게 되어서 조금 나아졌습니다. ^ㅇ^
다들 건강하게 지내셨는지요. 궁금하네요.
첫댓글 고양이 이름 너무 특이해요ㅋㅋㅋ 왜 타짜일까 궁금하네요ㅋㅋㅋㅋ
엌ㅋ저도 몰라요..! 아마 투표로 정한 걸로 아는데.. 그 외에 깨비, 리코타-치즈-샐러드 남매, 유자, 두부, 생강이... 이런 아이들이 있답니다!
캐모마일님의 글을 기다렸는데
안부를 전하셨네요.
반가워요.^^
공부하고 알바하고 책 읽고
인간관계도 맺어야 하니
바쁘시겠지만 전처럼 자주 들려주세요.
^^
^~^ ㅎㅎ기다려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네~ 자주 들를게요~!
이 창작글방이 울이쁜 캐모마일님 덕분에 훈훈합니다.
다양한 소재로서 글을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이 쓸 수 있는 그대가
참 예쁘고 멋져 보입니다.
ㅎㅎ그런가요..! ㅠㅠ 사실 맨날 하던 얘기를 또 하는 걸까, 싶어 조금은 걱정을 하기도 했답니다!
^~^ 칭찬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