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새로운 항해
다니엘은 로라가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를 찾아다녔지만 그 어디에도
로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니엘이 로라 해리슨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는 도안
그녀는 장소를 전혀 알 수 없는 어느 어두운 지하실에 감금되어 있었다. 로라 해리슨이
정신을 차렸을 때 주위는 온통 암흑에 싸여 있었다. 로라는 해리슨이 정신을 차렸을 때
주위는 온통 암흑에 싸여 있었다. 로라는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지하실의 어둠 속에
서 손발이 꽁꽁 묶인 채 문 밖에서 들어오는 리차드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리차드는
몹시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로즈마리에게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로라와 다니엘 때문에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어!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동안 빼돌린 돈을 가지고 이곳을 달아나는 수밖에 없어. 그 많은 메드닉의 재산
을 포기하고 말이야. 그런데 로라는 어떻게 할거죠?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잖아
요. 로즈마리가 리차드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 건 걱정할 필요
없어. 나한테 계획이 있으니까 염려하지 마. 리차드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말했다. 어
떻게 할 생각인가요? 나에게 맡겨. 로라를 이대로 두고 떠날 순 없어. 당장 해안가
절벽으로 끌고 가서 없애 버릴거야! 그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로즈마리가 걱정스러
운 표정을 지으면서 리차드를 바라보았다. 물론이지. 로라가 죽을 곳은 험한 바위지대
니까 그곳에 떨어뜨리면 경찰도 한참 동안이나 시체를 발견하지 못할 거야. 경찰이 로
라를 수색하는 동안 우리는 무사히 바하마에서 떠날 수 있을 거야. 리차드는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 때문에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로라는 리차드의 말을
들으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잠시 후에 육중한 철문이 열리면서 삐걱거리는 소
리가 들렸다. 로라는 공포를 느끼면서도 침착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갑자기 지하
실의 불이 환하게 켜지면서 리차드가 안으로 들어왔다. 로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리차드를 노려보았다. 리차드는 잠시 동안 로라를 똑바로 쳐다보다가 태연한 표정으로
로라의 등뒤로 다가와서는 의자에 묶인 줄을 풀어주었다. 로라의 손과 발이 자유롭게
되었을 때, 리차드는 로라의 등을 힘껏 떠밀었다. 어서 움직여!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이게 다 너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로라는 어쩔 수 없이 지하실의 문을 나와 계단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니엘은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설마 악당들에게 죽어
버린 것은 아닐까? 그들은 다니엘을 말에 태운 채 절벽에서 떨어뜨릴 계획이라고 말했
던 것이다. 로라는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일보다 다니엘의 일이 더 걱정되었다. 다니엘
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을 느낀 남자였다. 소중한 사람에게 만약 어떤 사
고가 닥쳤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로라는 끔찍한 상상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로라에게 기회가 온 것은 육중한 철문을 나선 다음이었다. 어둠 속으
로 경사가 매우 가파른 계단이 놓여 있었다. 로라는 뒤따라 올라오고 있는 리차드가 바
싹 다가오도록 매우 느린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빨리빨리 움직여! 계단을 중간
쯤 올라갔을 때, 로라의 생각대로 뒤에서 리차드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와 함께 등을 떠
미는 손길이 느껴졌다. 로라는 마음 속으로 소리쳤다. 이 기회를 놓치면 끝장이다! 로
라는 재빨리 돌아서면서 등을 떠미는 리차드의 손길을 뿌리치고 있는 힘을 다해 그의
가슴을 발로 걷어찼다. 체격이 건장한 리차드였지만 워낙 가파른 계단이었기 때문에 중
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리차드의 손이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허공을 이리저리 휘어잡
았다. 로라는 다시 한 번 발로 리차드의 턱을 걷어찼다. 드디어 리차드는 뒤로 넘어지
더니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 시작했다. 계단이 무척 어두웠기 때문에 로라는 자신이
리차드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는지 알 수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무조건 달
아나는 것이 상책이었다. 로라는 리차드가 지하실 바닥까지 구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계
단을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지하실에서 올라온 계단은 별장의 뒷마당으로 이어지고 있
었다. 로라는 주위를 잠시 둘러보다가 어둠이 깔린 숲을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로라는
울창한 숲을 달리기 시작하고 나서 몇 분이 지나자 금방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
만 리차드의 손길에서 벗어나자면 서둘러야 했다. 로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
르면서 뒤를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지 귀를 기울렸다. 무엇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
렸다. 누군가 낙엽을 밟으면서 내는 소리가 분명했다. 숲에는 지금 로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다른 누군가 있는 것이다. 뛰어! 달아나야 해! 로라는 다시 달리기 시
작했지만 얼마가지 못해서 지치고 말았다. 다리가 풀린 로라는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로라는 자신의 움직임이 너무 큰 소리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했다. 로라는 나무에 등을 기댄 채 숨을 죽이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먹었다.
로라는 길을 찾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디로 가야 하지? 이대로 있다간 그들에게
붙잡히고 말 거야. 잠시 동안 숨어서 휴식을 취하던 로라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로라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걸었다. 잠시 후에 덩굴을 지났을 때 가파른 언덕
이 나왔다. 로라는 언덕을 따라 힘들게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언덕을 절반 정도 올랐을
때, 등뒤에서 로라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로라, 당장 그 자리에서 멈춰! 넌 어차피
도망가지 못해! 나를 화나게 하지 말라구! 리차드가 로라를 따라오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리차드는 끈질기게 로라를 뒤쫓고 있었다. 로라는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로
라는 온몸에 남아있던 기운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같았다. 리차드는 로라보다 두 배
는 더 빠르게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힘을 내, 로라! 로라의 귓가에서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비록 환청이었지만 다니엘의 목소리가 로라에게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로라는 가파른 언덕을 향해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숨을 헉헉거
리면서 정상에 도달했을 때, 로라는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모든 것
이 끝장이었다. 가파른 언덕은 깍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절벽
밑으로 파도가 들이쳤고 바위들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숨
을 곳도 달아날 곳도 없었다. 강한 바닷바람이 로라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젠
정말 어쩔 수 없어. 로라는 소금기가 배인 바람의 냄새를 맡으면서 다니엘을 생각했
다. 그는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죽었을까? 아니야, 살아서 나를 찾고 있을지도 몰
라! 이 절벽은 로라 해리슨이 죽기에는 너무나 슬프고 외로운 장소였다. 다니엘이 탄
마차는 아미보셤 호텔을 벗어나 로즈마리의 별장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
다. 다니엘은 마차에 속도를 가하면서 로라가 제발 무사하기를 빌었다. 다니엘이 휘두
르는 채찍이 허공을 갈았다. 말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달려갔다. 다니엘은 로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니엘이 앉아 있는 마부석이 매우 삐걱거렸다. 빠
른 속도로 움직이는 마차의 뒤쪽으로 먼지가 마치 안개처럼 피어 오르고 있었다. 갑자
기 달리던 마차의 바퀴가 돌에 걸리면서 심하게 요동쳤다. 그런 길을 빠른 속도로 달리
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일이었다. 다니엘은 자갈이 바퀴에 긁히면서 내는 요란한 소리
를 들으면서 정신을 집중시켰다. 이 길은 마차가 달리기에는 몹시 위험했다. 마차가 별
장 입구에 막 접어들었을 때, 다니엘은 멀리 언덕을 기어오르는 로라 해리슨의 모습을
발견했다. 다니엘은 거칠게 숲으로 나 있는 작은 오솔길을 향해 미친 듯이 마차를 몰았
다. 얼마 후에 마차가 언덕에 도착하자 다니엘은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말은 앞발을
높이 치켜들면서 그 자리에 멈추었다. 다니엘은 서둘러 마차에서 내린 후에 주위를 둘
러보았다. 멀리 언덕 위에 서 있는 로라 해리슨의 모습이 보였다. 그뒤로 로라를 뒤쫓
고 있는 리차드가 언덕을 기어르는 모습이 보였다. 다니엘은 재빨리 언덕 위로 달려갔
다. 지금은 시간을 아껴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로라가 죽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언덕길을 어느 정도 올라가지 세찬 바닷바람이 사납게 몰아쳤다. 다니엘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미친 듯이 휘날렸다. 다니엘은 숨을 헐떡거리면서 언덕을 잠시도 쉬지 않고
올라갔다. 언덕은 검은 바위들로 이루어진 황량한 절벽으로 이어져 있었다. 검푸른 바
다가 다니엘의 눈 속으로 들어왔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파도가 절벽에서 부서지고
있었다. 다니엘은 리차드가 절벽에 도달하기 전에 따라잡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리차드가 로라를 절벽에서 떨어뜨리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땀이 온몸에서 비오듯이 흘
러내렸지만 다니엘은 잠시도 쉬지 않고 언덕을 올라갔다. 작은 나뭇가지들이 다니엘의
얼굴을 긁었지만 다니엘은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 절벽에 거의 다다랐을 때, 다니엘은
로라를 뒤쫓는 리차드를 따라잡을 수 있었다. 리차드는 로라를 노리면서 서서히 접근하
고 있었다. 멈춰! 다니엘은 무서운 기세로 리차드를 향해 무섭게 달려들었다. 아니?
너는 다니엘? 리차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깜짝 놀라면서 다니엘을 쳐다보
았다. 다니엘은 달려드는 속도를 유지하면서 리차드에게 주먹을 날렸다. 리차드는 배를
맞고 비틀거리면서 중심을 잃었다. 하지만 리차드는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기 위
해 다니엘의 옷을 움켜잡았다. 리차드와 다니엘은 뒤엉켜 절벽 위에서 뒹굴기 시작했
다. 리차드, 이젠 모든 게 끝났어요. 당신의 계획은 끝장이 난 겁니다. 차라리 자수를
하는 게 당신의 죄를 더욱 가볍게 만들 겁니다. 다니엘이 숨을 헐떡이면서 말했다. 그
러나 리차드는 다니엘의 말에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직 리차드는 다니엘과
로라를 죽이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널
죽이고 말겠어. 리차드가 무서운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디니엘은 어쩔수 없다는 듯
이 머리를 흔들었다. 이럴수록 당신의 죄가 더욱 무거워진다는 걸 모르겠어요? 닥
쳐! 리차드가 다니엘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다니엘은 가볍게 피하면서 리차드
의 발을 걸었다. 그 바람에 리차드는 바닦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이제는 그만 항복하
세요. 다니엘이 리차드를 향해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리차드는 다니엘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런데 리차드가 주머니 속에서 어떤 물건을 꺼내더니 순식간에 다니엘의 허
리를 찔렀다. 갑자기 다니엘은 허리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서 그대로 쓰러졌다. 리차
드가 다니엘의 허리에 칼을 꽂았던 것이다. 다니엘은 혹독한 고통을 참으면서 로라 해
리슨을 바라보았다. 로라 해리슨은 잔뜩 겁에 질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교
활한 리차드는 이제 마지막 순간이라는 듯이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다니엘을
향해 다가왔다. 급박한 순간이었다. 하늘에서는 검은 새 한 마리가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면서 날아다녔다. 다니엘은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다니엘의 손에는 커다란 돌이 들
려 있었다. 칼에 찔린 다니엘의 몸이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모든 것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다니엘은 온통 정신을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 단 한
순간에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만약 실수를 한다면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다. 무서
운 고통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다니엘은 허리의 상
처 때문에 몸을 곧게 펴지도 못하고 있었다. 허리를 숙이고 있는 다니엘은 의식이 흐려
지고 고통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 리차드의 음침
한 목소리가 들렸다. 다니엘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범인의 주먹이
다니엘의 얼굴로 날아들 것만 같았다. 다니엘은 마지막을 남아있는 모든 힘을 손에 모
았다. 지옥에나 가라! 다니엘은 리차드의 얼굴을 노리고 힘껏 돌을 던졌다. 방심하고
있던 리차드는 다니엘이 던진 돌에 맞고 비틀거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다니엘은
마지막 힘을 모아서 리차드를 절벽 밑으로 떠밀었다. 리차드는 비틀거리다가 절벽으로
떨어져 내렸다. 으악! 리차드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절벽에서 울려퍼졌다. 그리고 갑
자기 모든 것이 정지한 것처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리차드를 삼켜 버린 바다
에서는 세찬 파도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다니엘은 이제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 다
니엘은 위태로운 절벽에서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지럽고 울렁거리는 상태는 좀
처럼 진정될 것 같지 않았다. 다니엘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잠시 후에 다니엘
은 로라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면서 의식을 잃어버렸다. 다니엘은 로라의 부드러운 손
길을 느끼면서 의식을 잃어버렸다. 다니엘의 정신이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그럴 수
없어! 안돼! 다니엘은 비명을 지르며 지독한 악몽에서 깨어났다. 다니엘의 몸은 온통
비오듯이 흘러내린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다니엘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주위
를 둘러보았다. 갑자기 허리에서 무서운 통증이 느껴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비로
소 다니엘은 자신이 깨끗한 시트가 까려 있는 병원 침대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
다. 프랭크가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니엘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니엘은 어떻게 자
신이 이곳에 와 있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거죠, 프랭크? 다니엘은 프
랭크를 쳐다보면서 물어 보았다. 프랭크는 몹시 흥분하고 있던 다니엘을 안심시키기 위
해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다니엘.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다니엘이 조급한 마음으로 프랭크에게 물어 보았다. 다니엘은 고통 때문에 일그러진 얼
굴을 하고 프랭크가 대답해 주기를 기다렸다. 프랭크는 진정하라는 듯이 다니엘의 어깨
를 잡고 차분하게 말했다. 진정하세요, 다니엘. 여기는 안전한 병원이에요. 이제는 모
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으니까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세요. 다니엘은 현기증을 느끼면
서 다시 침대에 드러누웠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한 여자가 병실로 들어왔다. 다니엘
은 그 여자를 보고 반갑게 소리쳤다. 병실로 들어온 여자는 바로 로라였다. 로라! 다
니엘! 로라는 반갑게 달려와서 다니엘의 품에 안겼다. 잠시 동안 두 사람은 뜨거운 키
스를 나누었다. 로라의 입술은 너무나 달콤했다. 로라와 함께 들어온 지미 경감은 다니
엘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다니엘, 내가 왜 보다 일찍 당신의 말을 듣지 않았는지 모르
겠군요. 메드닉 회장이 가짜였다니 정말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어요. 지미 경감이 쑥스
러운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어서 오세요, 지미 경감님. 다니엘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
했다. 상처는 좀 어때요? 지미 경감이 다니엘의 상태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듯이 물어
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상처가 그다지 깊지 않다고 의사가 말했습니다. 병원에서 얼마
동안 입원하고 있으면 완치될 거라고 했습니다. 프랭크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모든 것은 레베카 혼자 만들어낸 작품이었나요?
지미 경감이 다니엘을 쳐다보면서 물어 보았다. 그렇지 않아요. 다니엘이 머리를 흔
들면서 대답했다. 이번 사건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지미 경감은 호기심을 감추
지 못하겠다는 듯이 물어 보았다. 배후에 또 다른 인물이 있었습니다. 다니엘이 로라
를 한 번 돌아본 후에 사건의 전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베카 더글라스가 메
드닉 회장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가짜 메드닉을 만드는 것을 지원했던 배후의 인물
이 있었습니다. 다니엘이 생각을 정리하면서 대답했다. 그게 누군가요? 지미 경감이
다급하게 질문을 던졌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이 사건을 뒤에서 조종했던 사람은 바로
리차드 상원의원이었습니다. 리차드 상원의원이 이번 사건을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이
라구요? 설마... 다니엘의 말을 듣고 지미 경감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프랭크조
차도 다니엘의 말을 듣고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리차드
상원의원과 다니엘은 같은 대학을 졸업한 선후배 사이였다. 리차드는 항상 다니엘에게
잘 대해 주었고 다니엘도 정계에 진출한 리차드 상원의원을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
습니다. 리차드 상원의원이 의도했던 것은 뉴월드 그룹의 주식을 최대한 확보한 후에
회사를 장악하려는 것이었습니다. 다니엘이 리차드의 목적에 대해 말했다. 어떻게 그
런 일을 꾸밀 수 있죠? 이번에는 프랭크가 질문을 던졌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그
런 비극을 만든 겁니다. 앞에서 그 일을 맡았던 것이 바로 레베카 더글라스였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모종의 합의가 있었을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레베카 더글라스는
메드닉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게 되고 리차드는 뉴월드 그룹의 경영권을 획득하게 되는
겁니다. 다니엘이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어떤 식으로 뉴월드 그룹을 노린
겁니까?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골치가 아파죽겠어요. 지미
경감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 점에 대해서는 로라가 잘 말해 줄 겁니다. 다니엘이
로라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로라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비로소 제임스 교수님을 통해 뉴월드 그룹에 레이더스가 개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임스 교수님이 살해를 당했던 것도 그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정말 악당이었어요. 함부로 사람의 목숨을 해치다니... 지미 경감이 치를 떨면
서 말했다. 맞아요. 그리고 리차드 상원의원은 이번 일을 꾸미면서 그가 거느리고 있
는 계열사에 뉴월드 그룹의 주식을 각각 1.8에서 4.9%씩 분산 매입토록 했습니다. 로
라가 차분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죠? 비록 힘들긴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
어요. 현행 증권거래법 제307조는 상장법인 총발행 주식의 5%이상을 매입할 경우에 한
해서만 5일 이내에 증권 거래소와 증권관리위원회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리차드 상원의원이 소유자로 드러나 있는 퓨처 기획 이외에 다른 계열사에서는
외부에 전혀 드러나지 않은 채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던 겁니다. 교묘한 방법이었군
요. 그래요. 그건 모두 리차드의 머리 속에서 나왔을 겁니다. 게다가 증권거래법은
법인의 경우 상호간에 30% 이상의 출자관계가 없으면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지 않는
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리차드 상원의원은 그러한 증권거래법의 맹점을 이용해서 계
열사 중에서 출자지분이 30% 미만이었던 다섯 개의 회사를 주식매입에 집중적으로 동
원했으며 결과적으로 보고의무도 면제받을 수 있었던 겁니다. 리차드 상원의원은 그렇
게 해서 뉴월드 그룹의 주식을 20% 이상 소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다가 할
아버지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레베카에게 상속하는 방법을 통해 보유 주식을 절대적
으로 늘일 생각이었어요.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뉴월드 그룹의 운영권은 리차드 상원의
원에게 그대로 넘어갔을 거에요. 로라가 사건의 전모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그렇
군요. 지미 경감이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런데 메드닉
회장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다니엘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물어 보았다.. 로
라가 다니엘을 응시하면서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무사해요, 다니엘. 나중에 경찰이 로
즈마리의 별장을 조사하다가 감금되어 있던 할아버지를 발견했어요. 할아버지는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로라가 미소를 지으면서 다니엘을 바라보았
다. 로라의 시선 속에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다니엘은 프랭크와 함께 즐거운 마
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다니엘은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후에 아미보셤 호텔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다니엘은 호텔에 도착하자 곧바로 메드닉 해리슨을 만나기 위해 전용층으로
올라갔다. 메드닉 회장은 다니엘을 아주 반갑게 맞이했다. 다시 만나게 되어서 정말
반갑습니다, 회장님. 이번에 당신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어요. 레
베카의 정체가 드러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메드닉 회장은 지난번에 다니
엘이 전용층으로 숨어들었을 때 보았던 모습보다 훨씬 밝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레베
카의 음모에서 완전히 벗어난 메드닉 회장의 모습은 아주 활기가 넘쳐 보였다. 제가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기쁩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어떻게 궁금
하죠? 현재 뉴월드 그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믿을 만한 사람들입니
까? 메드닉 회장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다니엘. 회
장님의 능력이라면 단기간에 모든 일들을 정상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데 블레이크 그룹에서는 무슨 일 때문에 우리 회사의 주식을 매입했죠? 메드닉 회장
이 궁금한 듯이 물어 보았다. 뉴월드 그룹과 손을 잡고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
문입니다. 당신의 사업 제안이라면 자세히 들어볼 필요도 없겠군요. 나는 당신의 능
력을 믿습니다. 기꺼이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어요. 저를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
다. 난 사실 뉴월드 그룹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힘든 입장입니다.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해서... 그리고 로라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없어서 뉴월드 그룹을 맡기는 일
에 약간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다니엘, 당신도 대주주의 일원이니까 뉴월드 그룹의 경
영에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니엘은 메드닉 해리슨의 요구에 기꺼이 응
하기로 약속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니엘. 당신처럼 훌륭한 친구를
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울 때에는 서로 돕는 게 당연하죠. 회장
님이 빨리 회복되시기를 진심으로 빌어 드리겠습니다. 메드닉은 다니엘을 몹시 신뢰하
고 있었다. 다니엘과 메드닉은 굳게 악수를 나누었다. 바하마의 사건을 계기로 다니엘
은 로라에게 그동안 품어왔던 사랑을 이루기 위해 결혼을 신청했다. 로라는 기꺼이 다
니엘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니엘은 로라와 함께 바하마의 해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어두운 바닷가에는 다른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니엘과 로라는 바닷바람에 실
려오는 냄새를 맡으면서 먼바다를 바라보았다. 다니엘,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그
런데? 로라는 다니엘을 응시하면서 입을 열었다. 우리가 결혼하면 작은 섬에 우리의
집을 짓는 게 어떨까요? 당신 생각은 어때요? 좋은 생각이 아닌가요? 그래, 난 연인
을 사랑하는 용감한 해적이 될 수 있을 겨야. 다니엘은 로라를 응시하면서 말했다. 어
는 사이에 두 사람은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두 개의 입술이 하나로 모아졌을
때 그들은 가장 순수하고 진실된 사랑으로 짝지어진 한 쌍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로
라, 우리가 살아갈 그 섬에 텔레비전은 있는거야? 다니엘이 궁금한 듯이 질문을 던졌
다. 그런 물건은 없는 게 좋아요. 공연히 방해만 될 테니까... 로라가 웃으면서 대답했
다. 그렇다면 축구중계도 볼 수 없단 말이지? 그럼요. NBA 농구시합도 볼 수 없
고? 다니엘이 한숨을 쉬면서 물어 보았다. 물론이죠. 로라는 그 일이 매우 당연하다
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연극 관람도 못하는 겨야? 그렇다니까요. 당
신은 언제까지나 나만 생각하고 사는거에요. 로라가 다니엘의 품에 안기면서 말했다.
좋아. 다니엘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다니엘, 우리의 성대한 결혼식은
어디에서 올리죠? 대통령에게 부탁해서 백악관의 연회실을 사용하도록 하지. 주례는
법무장관을 세우고 결혼식 사회는 백악관 대변이이 맡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 모든 사
람들이 우리를 축복할 수 있도록 말이야. 다니엘이 기분 좋게 큰 소리로 웃자 로라도
따라서 소리내어 웃었다. 바다는 부드러운 달빛을 받으면서 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였다. 비는 바하마의 더운 공기를 식
히면서 바다를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선착장에 있던 곤잘레스는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
면서 오랜만에 항해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열중하고 있었다. 곤잘레스는 조금 전에 메
드닉 회장으로부터 항해를 떠나기 위한 준비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곤잘레스는 즐거
운 마음으로 오랫동안 선착장에 묶여 있었던 메드닉 해리슨 호 의 상태를 점검했다.
다시 한 번 엔진을 확인하고 키에 기름을 바르고 통신장비를 시험해 보았다. 그동안 손
질을 잘해서인지 요트의 상태는 아주 좋았다. 요트는 모든 장비들에 이상이 전혀 없다
는 것을 확인한 곤잘레스는 선실 내부를 둘러보았다. 곤잘레스는 메드닉 해리슨과 로라
해리슨 그리고 자신이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했다. 그 사진 속의 로라는 아직 나이 어
린 소녀였다. 로라는 할아버지가 낚은 커다란 물고기를 즐거운 표정으로 들여다보고 있
었다. 곤잘레스는 그 사진을 찍었던 때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사진을 찍었던
날은 꼭 10년 전 로라의 생일이었다. 세 사람은 그날 잡은 물고기로 저녁에 특별한 만
찬을 즐겼다. 곤잘레스는 메드닉 해리슨과 로라 해리슨 그리고 자신이 함께 항해를 떠
났던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번 항해에 가슴이 부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항해에는 한
사람이 더 늘었다. 다니엘이 손님으로 참석하게 되었던 것이다. 비를 맞으면서 떠나는
항해는 더욱 멋질 것이다. 곤잘레스는 갑판으로 올라가서 사람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
다. 저기에서 메드닉 회장과 로라 그리고 다니엘이 그대로 비를 맞으면서 걸어오고 있
었다. 그들은 모두 활짝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