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하늘 물들이고 밤을 앓는 기계음들 볼트와 나사못이 붉은 울음 토하는 사이 빈혈증 아침 햇살은 깃들 자리가 없었다. 갈 곳이 마땅찮은 새 떼들의 겨운 날개짓 야무진 믿음 하나 키워 낼 겨를 없이 우리네 흩어진 삶은 또 어디로 향해 가나. 추적추적 빗소리가 지친 세월 다독일 때 풀씨로 돋아나는 키 작은 희망 하나 그래도 추슬러야 할 여백이 있는 걸까. 수시로 불어닥친 눈 못 뜨는 황사 바람 어줍잖은 명분 앞에 바다는 스러지고 문명의 역신을 불러 살풀이하는 포구. 문명 비판적인 시는 자칫 문학성이 떨어지기가 쉽습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그치는 경우라고나 할까요? 그만큼 시적 형상화가 어렵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울산을 여러 번 다녀왔지만 개운포는 가 본 일이 없습니다. 처용 설화를 간직한 포구라고 하는군요. '볼트와 나사못이 붉은 울음 토하는 사이'에 '빈혈증 앓는 햇살이 깃들 자리가 없었다'는 표현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병든 햇살, 갈 곳이 마땅찮은 새 떼들에게서 사람살이의 곤고함을 읽습니다. 공단이 들어선 것은 경제적으로 보다 잘 살기 위한 것이지만, 그 까닭에 자연과 인간은 황폐의 길을 치닫게 되었습니다. 부유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예전보다 잘 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절망하고 있지만 않습니다. 그래도 '추슬러야 할 여백'이 있음을 암시하면서 희망의 길을 신중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끝 수 종장 '문명의 역신을 불러 살풀이하는 포구'에서 작은 반전을 봅니다. 처용 설화에 등장하는 '역신'을 절묘하게 도입하여 결구에서 이 시의 완성도를 높인 것입니다. ---오늘따라 아침 햇살이 오랫동안 동녘 창을 눈부시게 치는군요. 뜻 깊은 한 주간이 되시기를 기원드리며.---
첫댓글 맛시로님 태그가 잘안된듯 하나이다
그랬군요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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