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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생활하는동안 한국에 있던 지용과 친구들이 없으니 허전하기 그지없었다.
한 번은 신종플루의심환자로 격리조치를 받았었는데, 혼자 병실에 있다보니 열이 높아져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온 지 얼마 안되서 아는 사람도 없었고, 한국인이 있다해도 친하지 않았으니말이다.
열이 오르다 못해 정신을 잃을 정도로 되자 승현은 결국 간호사를 부르려는데 혼자 일어나 버튼을 누르지 못하니깐 눈물이 다 나왔다.
그때 생각나는건 권지용.
"흐...권선생니임..히잉...보구싶어요오..."
그리고 다음으로 생각나는건 엄마와 대성,영배,혁수. 그리고 1년차들.
승현은 손 조금만 뻗으면 누를수있는 호출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그대로 쓰러졌었다.
그리고 간호사들이 링거를 갈러 왔을때 그제서야 승현이 쓰러진걸 알곤 해열제를 투입했다.
승현이 눈을 떴을땐 눈물이 저절로 떨어지고있었다.
그냥 단순한 감기로 판정되어 휴식을 취한뒤 승현은 다시 의사로 돌아갔다.
"저기..손님?"
"......"
"손님."
스튜어디스가 생각을 하고 있는 승현을 불렀다.
"...ㄴ..네?"
"어디 불편하신가요? 안색이 안 좋으셔요."
"아...괜찮아요..열이 좀 있나봐요.."
"해열제..갖다드리겠습니다."
"아..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직 그 정도 까진 아니에요. 감사해요."
"네."
스튜어디스는 다시 가던 길을 갔고 승현은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물을 마셨다.
긴장해서인지 계속 입이 말라갔다. 몇 일째 불면증에 시달려 잠도 제대로 못잤던 승현이였다.
미국에 와서 병원을 적응하는건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병원사람들과 대화도 잘 안되서 그런지 매일 답답하기만 했던 승현이였다. 그러다 혼자 속앓이를 해서인지 몸살까지 났던 것.
다시 몸을 회복하곤 승현은 진짜 일을 열심히 하기로 마음 먹었는지 몇 주간 실적을 올려갔다. 다빈치 수술을 잘 하게 되어 여기까지 온 건데, 여기서 하라는 다빈치 수술을 못할건 없었고, 결국 다빈치 수술 파트를 맡게된 사람은 승현이였다.
그 병원 사람들에게 시기와 질투를 받았지만, 그래도 한국의사들이 몇 몇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잘 지내던 승현에게 잠시 불행이 찾아왔다.
한 꼬마아이가 DCMP로 입원을 했는데, 온 갖 고생을 다하다가 결국 기증자를 못찾아 죽고말았다.
그리고 그 꼬마아이는 승현이 집도하게 되어있었고, 무엇보다 정 많은 승현이였기에 오는 충격도 컸었다.
매일 착하게 대하던 아이였기에, 아이가 죽고 난 후 매일 눈에 아른거려 잠을 설치던 때가 너무나도 많았고, 밥 맛이 없어진것도 있었다.
물론 2년전 동건이보단 충격이 덜 왔지만, 그 아이가 한 말 때문에 승현이 더 힘들었던것같다.
*DCMP(dilated cardiomyopathy): 확장형 심근증. 심장근육 약화로 크기가 커지며 기능이 떨어지는 병
제발 살려달라고. 동생이 하나 있는데..그 동생이 자기의 친동생은 맞지만 엄마의 아들은 아니라고..그래서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고...무슨일이 있어도 살아야한다고 했던 아이였다.
그리고 매번 승현이 진찰을 하러 갈때면 아이와 한국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승현의 얘기를 듣곤 아이도 꼭 살아서...심장 기증 꼭 받고 살아서 한국에 같이 가자고 약속까지 했었다.
그런 아이가 하루아침에 심장이 커져버려 죽게되었다.
그래도 승현이 있던 곳이 한국이였다면...지용이라도 있었으면 외로움은 덜 했을것이다. 누군가가 위로해주지도 않고 혼자서 그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는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래서 더 그리웠다.
한국. 한국이 그리웠다.
결국 승현은 향수병에 걸렸던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리자 (매번 문자를 보내던 책임자였다.)가 더 이상 안되겠었는지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하였다.
승현을 한국으로 다시 보내겠다고.
승현은 2개월 반 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하다 잠이들어버렸는지 몸에 힘이 빠졌다.
-
"이햐..오늘도 지옥같은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매일 지옥같지 매일."
"진짜 오늘 하루만이라도 천국이였음 좋겠다!"
대성,영배,혁수는 축-쳐진 어깨를 억지로 치켜 올려 스테이션으로 갔다.
"참, 영배야. 한나 언제 출산일이지?"
"하아암- 다음주."
"벌써 그렇게 됐냐? 참 빠르네. 엊그제가 28주더니."
"난 제발 걔가 제때 나왔으면 좋겠다. 더 일찍나와서 내 머리뜯기는거랑,너 늦게나와서 고생하는거 진짜 질색이야."
"그래도 낳고 보면 좋을껄??지가 낳는것도 아니면서."
"머리 뜯기긴 싫단말이야."
"뜯길 머리가 어딨다고. 아마 한나같으면 박치기만 해댈거다."
대성이 자신의 앞에있던 자를 들어 영배의 머리중앙에 갖다놓곤 머리길이가 몇 센치인지 확인한다.
"그럴려나? 아씨..밴드 준비해야 하는거 아니야?"
"뭐하냐. 회진안해?"
"아....네!"
지용의 등장으로 모두 조용해지고 회진준비를 하고 각자 보고를 하는데..
디이이잉-
지용에게 문자가왔다. 평소같으면 문자를 잘 확인안하는 지용이지만 오늘은 왠일로 회진도중에 문자를 본다.
시각을 보니 어제 응급실에서 나왔을때의 시간이였다. 응급실에서 나오고 난 후 수술이 밀려버려 핸드폰을 볼 시간도 없었다. 계속 진동이 울린것도 몰랐던건지 지용은 이제서야 확인했다.
「03/18 이승현선생 건강이 더 악화되어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한국입국날짜.10.03.20 오전 8시 정신과 상담결과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만 지속되다간 우울증으로 심화될수있으니 조심하라는 결과입니다.」
".........이..이..이승현..."
"라이트 리플ㄹ....네?"
"이..이승현 온다고...이승현 온다..고..이승현이 온데!"
지용이 의자에 주저앉으며 말하자 세 명 모두 서로를 바라보다가 환호성을 질렀다.
"이승현!!!이승현이 온데요!!"
-
"치이..문자 아직도 못 봤나아? 배웅도 안오고...그래..내가 뭔 기대를 해."
공항을 나온 승현은 버스를 타곤 긴장이 다 풀린 얼굴로 핸드폰을 켰다.
미국에 가선 핸드폰에 손을 대지도 않았다. 미국병원에선 핸드폰을 줬었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PDA였던것같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핸드폰은 필요가없었기때문이다.
그렇게 거의 3개월만에 키는 핸드폰...
그리고 몰려오는 문자들..
얼추 보면 500개는 넘는것같다.
"헤에...왜이렇게 많아.."
승현은 그래도 자신이 없는것에 서운했던 사람이 많은 것을 뒤늦게야 알아챈건지 흐뭇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대로 이걸 언제 다 보고있나 싶어 그냥 플립을 닫곤 기지개를 켰다.
그러곤 주머니에서 실을 꺼내 앞에 보이는 손잡이에 걸어놓곤 수술 tie를 만들었다.
빨리 서울로 도착하길 바라며..
-
"서...선생님 그럼 예약환자는 어떻게 할까요?"
"죄송하다고. 일단은 4시간 뒤로 미뤄."
지용이 가운을 벗어재끼곤 옷걸이에 걸려있는 외투를 입는다.
"네?? 4시간 뒤로요??"
"그래, 응급수술잡혔다고만 말해드려. 내 방엔 아무도 들이지 말고. 손님오시면 내 진료실로 보내."
"..ㄴ..네.."
뒷일을 지용대신 처리해야 한다는게 맘에안드는지 혁수는 속으로 '아이씨..' 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지용이 자신의 방을 나가려는데 아직 부동자세로 있는 혁수에게 말한다.
"이승현 지금 온다는 말은 병원장님껜 알리지 마."
"..네"
-
지용은 병원을 나와 주차장에서 자신의 차를 찾고있었다. 어제 최승현이 잠시 자신의 차를 빌려간 터라 어디에 주차했는지 모르기때문이였다.
"아씨..최승현 개새..."
어쩔수없이 지용은 리모콘으로 여기저기 눌러봤고, 그러자 뒤에서 삐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다 세워두면 어떻게...."
장애인석이였다.
아마 최승현도 급한 일 때문에 여기다 둔 것 같은데..왜 하필이면 병원 장애인석인가? 병원에 불편한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지용은 일단 승현이 더 중요했기에 최승현에게 전화해서 꾸짖는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재빨리 차에 시동을 걸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혹시라도 길이 엇갈릴지 모르니...아니 엇갈렸다. 승현은 8시에 도착예정이였고, 빨라봤자 10분정도이고 늦어봤자 20분 차이이다. 하지만 지금 시각은 8시40분. 늦어도 한참 늦었으니 분명 버스를 탔을것이다. 그렇다면..여기서 제일 가까운 공항버스정류장이...
"그 레스토랑 앞인가."
-
승현은 버스에서 내려 짐가방을 버스 짐칸 에서 찾으려는데 누군가가 승현의 손을 탁- 하고 잡았다.
"누ㄱ...선생니임!!"
"..쉿. 왜 소리를질러?"
승현이 놀라서인지 큰 소리로 지용을 부르자 손을 잡고있는 지용은 검지로 승현의 입을 막아주었다.
버스기사가 짐칸에서 승현의 짐을 내려주자 지용이 승현의 트렁크를 받아 자신의 차에 실었다.
승현은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안가는지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왜, 놀랐냐?"
"..쪼끔.."
"너 내가 문자받는건 알고있었지?"
"....네에.."
"그럼 내가 분명 데려올거라고 알고있었지."
"........"
"문자를 못봤어. 미안해. 나도 그래서 뒤늦게 공항까지 갈려고했는데 얼추 시간계산해보니깐 너가 여기서 내릴것같더라."
역시 똑똑한 지용은 그런것까지 단시간 내에 빨리 생각해내는것같다.
승현은 그래도 자신을 챙기러 와준 지용을 보며 몰래웃었고 지용은 운전을 하면서도 승현을 손을 놓지않았다.
"이 손이 그리웠다."
"..히히..저두요오.."
"너...하..아팠다며."
"...네에.."
"검사결과 어떻게 나왔어. 듣자하니 PT값도 떨어졌다며? 어떻게 된 일이야."
"...와파린을...잘 못챙겨먹었나봐요.."
"뭐?! 너 내가 잘 챙겨먹으랬잖ㅇ...후.."
지용이 많이 흥분했는지 핸들을 꺾어 보도옆에 차를 세웠다.
"너 방심하단 PT값 바로 떨어진다고 했어 안했어."
"했어요오.."
"거기서 뭘 하고 어떻게 지냈길래 이렇게 녹초가 되서 왔어? 휴식할 시간도 안줘??"
"..아니요오.."
"그럼 뭐야 대체?"
*PT(prothrombin time): 혈액응고 수치
물론 그 미국 병원에선 휴식할 시간을 많이 주었다. 하지만 승현이 그 휴식시간을 일하는 시간으로 한 것 뿐이였다. 한국이 너무 그리워서 시간만 나면 향수병이 도지기때문이다.
그때문에 승현은 일에만 집중하기 위해 휴식시간도 식사시간이나 취침시간 아니면 개인적으로 쉴 시간이 없었다. 그런 승현을 보고 교수들이 좋은 점수를 내준것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초췌해진 얼굴과 딱 봐도 힘들어보이는 승현을 보며 지용은 많이 속상한지 한 숨만 쉬어대다가 승현을 껴안아주었다.
"너가 그렇게 힘들면 한 달만 지내다가 오던가 했어야지. 만약에 병원에서 안 보냈음 어쩔 뻔했어? 속상하게 진짜."
"선생니임.."
"일주일간은 쉬어. 문자보내준거 보고 얼마나 놀랬는줄알아? 우울증으로 될 수도 있었데잖아. 갑자기 감기는 왜걸리고.영양실조는 뭐고. 내가 너 거기서 그렇게 아프라고 보낸줄알어? 좀 배우고 오라고 보낸거지."
"..죄송해요오.."
"후..너가 뭐가 죄송해. 내가 억지로 보낸게 잘못이지."
지용이 다시 자리에 제대로 앉아 기어를 올렸다.
"사실 후회도 했어."
".......??"
"너 비행기에 탔을 때. 내가빨리 쫓아갔거든. 최승현 그 빙구새끼 끌고. 근데 그렇게 달려서 갔는데 넌 없더라. 내가 한 번 이기적인 놈 되고 널 잡으려했는데..그냥 수술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잡을껄. 그러면 이렇게 아파서 돌아오진 않았을것아냐."
"선생님..저 괜찮아요오! 한국 공기마시니깐 이 다크서클! 벌써 올라갔잖아요."
승현이 자신의 다크서클을 짚으며 지용에게 말했다.
"그리구..무엇보다 선생님 얼굴보니깐 살것같아요.그러니깐 괜찮아요.히히."
"....우린 진짜 떨어지면 안되겠다."
"...."
"그러면 너도 아프고 나도 아프니깐. 그치?"
"선생님도 아프셨어요?"
"........아니야."
"아프셨구나? 아프셨어요 진짜?"
"....아니라니깐??아프긴 누가 아파."
"에이- 방금 그랬잖아요! 너도아프고 나도아프다고!"
"마음이, 마음이 아프다고."
지용이 핸들을 잡던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탕탕 치기까지 하면서 말하자 승현은 입을 쭉- 내민다. 지용이 거짓말을 하고있다는것을 알기때문이다. 지용은 매번 거짓말할때마다 앞에 '.....' 이런 침묵이 길어진다.
사실 지용이 심각하게 아픈건 아니였지만 자신이 술에 찌들었다는것을 말해주기싫었다. 무엇보다 거의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지냈다고 하면 승현이 이상하게 볼게 뻔했기때문이다.
"배고프지.옛날에 갔던 그 레스토랑 갈래?"
"전 지금 당장 선생님이랑 어디든 가도 좋거든요오?"
"풉..귀여운것."
지용이 승현의 볼을 꼬집었고 승현도 그런 지용의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히히 거리며 웃었다.
-
"꺼억- 어우..지금쯤 승현인 권쌤이랑 재미 보고 있으려나?"
영배가 이쑤시게를 입에 다물며 거울을 보며 말했다.
"무슨 재미?"
"지금 아마 권쌤 집에 가ㅅ...."
퍽-
"뭔 생각을 하는거야.진짜.동영배 진짜 결혼하고나서 이젠 애아빠되는데 점점 이상해져가!!"
"왜!!솔직히 3개월동안 권쌤이 얼마나 참았냐? 너도 알잖아! 같은 남자끼리."
"아우..짜증나 가자 혁수형."
"그..그래.."
혁수와 대성이 거울을 보고있는 영배를 이상하게 보며 화장실을 나갔고 혼자 남겨진 영배는 얼굴을 찌부리며 말했다.
"지도 최쌤이랑 매일 하면서 나한테 지랄이야."
모든 비밀을 알고있는 동영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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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민을 가게되서 아마 스피드 연재를 해야될것같네요.ㅠㅠㅠ
원래 50편을 완으로 생각하고있었는데...30편대에서 완결낼것같아요.ㅠㅠㅠ그래도 용량은 300이 넘을겁니다.ㅎㅎ
첫댓글 승현이 향수병이 걸렷균요 !_! @
30편에 완결을 내시다니 흐그흐그 ㅠㅠㅠㅠ 그래도 좋아요 ! 재밌어연@@
ㅋㅋㅋㅋㅋㅋㅋㅋ감사해욤
우왕! 지용이랑 승현이가다시 만낫군요!!! 아.. ㅠㅠ 아쉽게.. 왜 30편..... 그럼 번외는 많이..
번외 특별히 많이 내볼까요??ㅋㅋㅋㅋㅋㅋ
다시만나서다행다행..이뒤부터는어떡해됬는지..기억도잘안나는데..ㅠㅠ
이민을간단;.그럼..이제...작가님작품을못보는건가요??ㅠㅠ
ㅋㅋㅋㅋ글쎄요~틈틈히 써보긴할게요^^ 끄적이는게 하도 많아서....
크큭 톼뷔랑 많이 하는 대성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민가시면..........안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저도가기시러요..ㅠㅠㅠㅠㅠ
헤...이민을;; 30편에서 끝내시눈군요.....아쉽지만 연재하시는거 다 볼께요!!
ㅎㅎㅎㅎ감사해요 약속꼭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