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하늘하늘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하다. 모든 것이 풍요롭고 넉넉하기만 한 계절…….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보름달만큼이나 꽉 찬 행복을 머금으며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버겁게 가정을 꾸려 가는 사람들, 직장을 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취업 준비생들, 요양시설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중증 장애인들, 그 모두가 올 가을에는 해맑은 웃음 속에 각자의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개인의 영달을 위하여 영악하기 살기보다는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얼마간의 위로와 자그마한 정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으니 말이다.
지난 1년간 매달 거르지 않고 학생들과 더불어 봉사활동을 다녔다. 체험봉사활동은 나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따뜻하고 고운 심성을 심어주기에 더 없이 좋은 교육활동이라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는 삶,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 듣기만 해도 얼마나 정겨운 말인가?
매달 번갈아가며 한번은 계룡산을 오르며 자연생태 학습 겸 환경보존활동을 하고, 그 다음 달에는 인근에 있는 명주원과 동곡요양원에 가서 함께 노작활동도하고, 재활학습도 돌보아 주곤 했다. 반포면 송곡리에 위치한 중증 장애인 시설인 ‘동곡요양원’은 우리가 자주 찾는 곳이다. 누가 마땅히 돌봐 줄 사람이 없는 중증장애인 100여명이 한 가족처럼 모여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다. 찾아가는 사람보다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무엇 대단한 것을 해준 것도 없는데 떠날 때에는 마냥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우들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 사라지게 되었다.
동곡요양원에서는 장애우들과 학생들이 1:1 조를 편성하여 재활학습을 도왔다. 중증 장애우들이라 학습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기초학습이 가능한 대상자들을 학습능력에 따라 나누어 담당 생활재활교사의 도움을 받아 2시간 정도 교육을 했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강당에 가서 장기자랑도 하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장애우들은 찾아주는 사람들과 더 오래 있고 싶어하고, 밖의 세상에 자유롭게 나가고 싶은 생각을 많이 하였다. 그러던 중 학생들과 장애우들과의 동반산행을 생각해보았다. 동곡요양원 담당 선생님과 협의를 해서 인원을 정하고 날짜를 잡았다. 지난 9월 18일, 학생들 30명과 동곡요양원 장애우 15명이 함께 계룡산을 올랐다. 학생들에게는 장애우들과의 힘든 산행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무한히 감사함을 느끼며,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장애우들도 계룡산의 동반산행을 통해 자신의 체력을 점검해보고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토요일 오후 비가 갤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우비를 챙겨 갑사로 향했다. 학생들도 처음 있는 일이라 약간의 기대와 설렘으로 갑사로 출발했다. 도착해보니 동곡요양원 장애우들과 몇몇 선생님들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학생들 2명과 장애우 1명이 한조를 만들어 산을 넘기로 했다. 동곡요양원 선생님께서 장애우들과의 동반 산행시 주의해야 할 점을 조목조목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산에 올랐다. 갑사 인근에 있는 자그마한 공원에 자리를 마련하여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비록 자리는 불편하고 비가 간간히 내렸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그네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마저 흐뭇했다.
학생들은 장애우 두 손을 꼭 붙잡고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들과 정담을 나누며 올라가는 모습이 더없이 정겨웠다. 어찌하나?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산행을 포기할까 망설였지만 모처럼만에 세상 밖으로 나와서인지 어느 누구도 내려가자는 사람이 없었다. 한발 한발 힘은 들었지만 들뜬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 것이었다.
날씨가 좋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컸다. 지쳐 올라가지 못하는 장애우들은 학생들이 업다시피해서 내려오고 대부분 신흥암까지는 가뿐히 올라갔다. 가장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배려야말로 민주사회에서의 근본적인 가치라 생각된다. 얼마전 신문에서 서울대 법대에 합격한 시각 장애인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한 학기 동안 책 한권 없이 공부하였다고 하다. 매 강의시간마다 MP3로 강의 내용을 녹음하고 그것을 컴퓨터로 옮겨 듣고 또 들었다 한다.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 학교에서 나름대로 점자 프린터도 사주고 하였다 하지만 한 학기동안 그 학생이 겪어야 했을 고통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장애인들이 이렇게 소외되고 무시된다면 우리는 진정한 민주사회를 누리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장애인들이 보통 사람들과 더불어 아무러한 불편함 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본다. 벌써 10월이다. 이번 달에는 더 알찬 산행이 되도록 차분히 준비해 보련다.
자기학교 학생들하고 장애우들하고 등산가기로 했던 날 비가 많이 와서 걱정했던 일이 생각나네요...사지 육신 멀쩡한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나도 특수교육공부하면서 많이 느껴요.그리고 애들한테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하는데 그 마음이 오래 가지 못하니...요즘 동현이 가방 들어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평범한 일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자꾸 욕심이 생깁니다. 특히 자녀 문제는 더욱더... 그래도 요즈음은 마음이 많이 편안 합니다. 부모님 정 좋게 사시는 것도 감사하고,자상한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들도 소중하고, 아이들 건강하게 크는 것도 감사하고, 형제들 별 일 없이 지내는것도 감사하고...
첫댓글 힘들지만 보람된 일이네요.
한선생 님과 같은 생각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세상은 한번 살아볼만한 가치있는 삶이겠지요
자기학교 학생들하고 장애우들하고 등산가기로 했던 날 비가 많이 와서 걱정했던 일이 생각나네요...사지 육신 멀쩡한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나도 특수교육공부하면서 많이 느껴요.그리고 애들한테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하는데 그 마음이 오래 가지 못하니...요즘 동현이 가방 들어보면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평범한 일에 감사하며 살아야 하는데 자꾸 욕심이 생깁니다. 특히 자녀 문제는 더욱더... 그래도 요즈음은 마음이 많이 편안 합니다. 부모님 정 좋게 사시는 것도 감사하고,자상한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들도 소중하고, 아이들 건강하게 크는 것도 감사하고, 형제들 별 일 없이 지내는것도 감사하고...
오빠! 언제 시간되면 아이들하고 같이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