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점자를 읽는 맹인이 저랬던가 붉은 벽돌을 완독해보겠다고 지문이 닳도록 아픈 독법으로 기어오른다 한번에 다 읽지는 못하고 지난해 읽다만 곳이 어디였더라 매번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다 보면 여러 번 손 닿은 곳은 달달 외우기도 하겠다 세상을 등지고 읽기에 집중하는 동안 내가 그랬듯이 등 뒤 세상은 점점 멀어져 올려다보기에도 아찔한 거리다 푸른 손끝에 피멍이 들고 시들어버릴 때쯤엔 다음 구절이 궁금하여도 그쯤에선 책을 덮어야겠지 아픔도 씻은 듯 가시는 봄이 오면 지붕까지는 독파해볼 양으로 맨 처음부터 다시 더듬어 읽기 시작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