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국립농업박물관은 개관 1주년 기념행사로 '남겨진' '남겨질' 기획전시를 열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불리한 자연환경 속에서 농업을 지속하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이다. 농사짓기 어려웠던 척박한 땅과 가뭄과 바람 등의 열악한 자연환경 속에서 농사를 위한 농기구 개발, 인공 시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전시켜 온 농업 시스템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농업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고 다양한 농업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다.
1관 도전의 시작
우리 선조들은 생존을 위해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농업을 지속하려는 도전을 시작했다. 바위와 돌이 많은 척박한 땅, 가뭄으로 말라죽는 농작물, 거센 바람으로 농작물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환경에 맞춰 농기구를 개발하고 수리시설 축조하며 돌담을 쌓는 등의 노력으로 농업을 지속해 왔다.
2관 땅과 물과 바람 그리고 사람
농사에서 가정 중요한 것은 '물'과 '농경지'다. 선조들은 물이 부족한 환경을 보완하기 위해 저수지와 같은 수리시설을 축조하여 가뭄에 대비했다. 삼국시대에는 제방 쌓는 것을 농업의 자표로 중시했고 고려시대에는 제방을 축조하여 농지 개간에 주력 농업 진흥에 힘을 썼다. 조선시대에는 모내기가 본격화됨에 따라 물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에 수리시설과 제방을 관리하는 제언사를 설치하고 수리시설 구축 규정에 관한 문서를 남기며 농사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했다.
제언사 관문
1884년 (고종21) 조정에서는 지방에 관문을 내려보내 무릇 둑을 쌓고 물을 모아두는 것은 농사를 중시한 까닭인데 몇 해 사이 각 도와 읍에 소재한 전국 수리 시설이 황폐해져 농업용수가 부족해지고 둑을 세력 있는 자들이 독점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제언사(堤堰司)에서 내린 관문(官文)이다. 관원 2인을 경상 좌, 우도에 파견하니 경상도 관찰사는 잘 의논하여 처리하라는 내용이 실려있다.
물의, 성
경상북도 의성은 우리나라에서 강우량이 가장 적은 지역이다. 가뭄이 심한 지역이라 농사짓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의성에 터를 잡고 살아온 우리 선조들은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물이 고이는 곳곳마다 둑을 쌓아 못을 만들었고 그 결과 금성산 일대의 금성면 시읍면 춘산면 사곡면에는 크고 작은 못 1,490개가 축조되었다. 현재도 수리 공동조직을 운영하며 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등 안정적인 농업기반을 이어가고 있다.
의성군 국가중요농업 지정
수 세기 동안 농경 활동으로 형성되고 진화해 보전하고 전승할 만 한 가치가 있는 전통 농업 시스템과 그 산물을 가리켜 '국가중요농업유산'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중요농업유산은 2013년부터 국가에서 지정하기 시작하여 현재 제18호까지 이어졌으며 그중에는 땅, 물, 바람의 조건을 이겨 내고 농사를 지속 가능케 한 유산들이다.
척박한 땅을 일구어 농업을 지속해 온 경상북도 의성군 전통 수리농업은 금성면 일대에 약 1,490개의 제방을 축조하여 물을 저장하고 활용함으로써 이모작 전환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아 2018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0호로 지정되었다.
전라남도 청산도는 돌이 많거나 물 빠짐이 심해 농사짓기 어려운 토질이다. 청산도는 사질토가 주를 이루고 깊이가 얕아 농사짓기 나쁜 환경인데도 주민들은 섬에서 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마을에서 가까운 구릉지의 경사면을 개간하고 여서 나온 돌과 흙을 이용해 계단식 형태의 '구들장논'을 만들어 농사를 유지해 왔다.
돌과바람
제주도는 화산이 폭발하면서 용암이 분해돼 굳어진 돌이 많다. 사방(동서남북)이 바다라 해풍(海風)이 강하고 건조하여 농작물에 피해를 막기 위해 돌로 담장을 쌓았다. 뿐만 아니라 전통 가옥도 경계선 따라 바람막이로 돌담장을 쌓고 지붕도 날아가지 않도록 새끼줄로 그물망을 둘렀다.
제주도는 예부터 삼무도(三無島) 또는 삼다도(三多島)로 불리기도 했다. 3가지가 없고 3가지가 많다는 의미다. 제주도는 180만 년 전 해저 화산폭발로 용암이 굳어져 생긴 화산섬이다. 화산재로 이뤄진 땅이라 비가 와도 물 빠짐이 심해 논농사를 지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척박한 땅에 밭농사만 짓다 보니 가난을 면할 날이 없었다. 먹을 식량이 없으니 동냥 다니는 거지가 없고 가져갈 물건이 없으니 도둑이 없고 도둑이 없으니 돌담장은 있어도 사리문 없어 거지, 도둑, 사리문 3가지가 없어 삼무도(三無島)라고도 했다.
밭농사만으로 생계유지가 어렵다 보니 남자들은 바다로 나가 고기잡이를 하다가 풍랑을 만나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 여자들만 남게 되고 여자들은 생계를 위해 바닷속 어패류를 잡는 물질에 나서게 됐다. 바다에서 일하는 여자라고 해서 해녀(海女)라고 했다. 이렇듯 제주도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三多島)라고 했다.
제주도는 묘를 산에 쓰지 않고 밭에 묘소를 쓴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자식이 혼인을 하면 가난한 살림에 새 식구가 늘어나다 보니 입을 덜기 위해 제금을 났다. 각자 어려운 삶을 살다 보니 자식이 부모를 돌보지 못해 돌아가신 후에야 효도하는 마음으로 일터인 밭에 묘를 쓰고 돌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묘에도 빙 둘러 돌담을 쌓았다. 이는 조랑말들이 풀을 뜯으며 산소를 뭉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3, 특별 영상관
척박한 땅을 극복한 청산도의 구들장논, 부족한 물을 확보한 의성의 전통 수리농업, 거센 바람에 돌담을 쌓아 이겨낸 제주도의 밭담농업 등을 대형 영상콘텐츠를 통해 농사짓는 모습, 풀벌레소리, 물 흐르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담은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남겨질'이야기
과거로부터 이어온 농업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고 미래에 '남겨질 농업'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과제를 풀어가야 할 시간을 갖게 됐다. 1차 산업으로만 생각했던 농업은 우리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볼 수 있게 됐고.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농업이라는 주제로 짜임새 있게 구성한 전시다. 우리 농업에 '남겨진' 이야기를 살펴보고 앞으로 '남겨질' 근대 농업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했다.
전시기간: 2023년 12,월12일~2024년 3월 3일
관람시간: 화요일~일요일 오전 10,00~오후 18,00시까지
관람입장료: 무료
대중교통 방문 시: 수원역 로터리 버스 승강장 칠보방향 버스 ~ 농업박물관 앞 승강장하차 5분 거리
전철 화서역 하차. 서호체육센터 공원~디에스컨벤션~서호저수지~농업박물관. 도보 15분 거리
문의전화: 031~324~9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