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깨어나지를 않아 의무대 신세를 지었고, 하루가 지나서야 깨어난 후에도, 며칠을
침대에서 일어날 생각을 않고 누워있던 박 정호가 돌연 사라지고 소식이 없다는 그의
동향이 대장에게 보고되었다, 정길이 며칠을 은근히 걱정을 하고 있던 차, 다른 소식이
들려왔다. 박 정호의 전출 요청이었다. 일을 크게 만들어 보았자 자신이 손해라는 것을
알았다는 뜻이다. 복싱 웰터급 챔피언이 계집애 같이 연약하게 생긴 녀석에게 맞아,
하루 만에 깨어났다는 것을 어떻게 자신의 보호자에게 알린단 말인가? 그럴 수 없었다.
또 증인이 될 놈들이 자기편을 들 리가 없는 것이다. 부대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본부
중대장에게 전출을 의뢰했다. 정길에게 감히 복수란 생각조차 포기해 버린 것이다.
“대장님 박 정호가 다른 곳으로 전출시켜 달라고 본부의 최 대위에게 요청을
했습니다. 이 상병에게 깨지고 나서, 창피한지 밖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하하하하
부대는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잘못한 것을 알고 있고, 또 증인들도
많으니, 어디에 하소연도 못하고 사라지기로 한 모양입니다. 그 녀석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제 속이 다 시원합니다.”
“그래? 그 놈 보호자가 무시 못 할 사람이라, 알면서도 나도 어찌하지를 못했는데,
잘 된 일이야. 그런 자 하나가 군기를 문란 시키고, 부대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드는
것이거든. 최 대위와 늘 같이 밀려다니더니, 최 대위도 이번에는 정신을 차려야지.
진급 안 된다고 너무 자포자기 하고 지냈는데, 지금이라도 제대로 해야지. ATT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다구 쳐야 되겠어.”
일이 벌어졌다. 음어 전체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합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낭패도 이런 낭패가 없다. 장 대위가 대장에게 보고를 하면서도 난색을
표한다. 그동안 홀로 연습하느라 노력했던 정길에게 무어라 할지, 군단의 시합자체를
어찌해야 할 것인지 대책이 없다.
“대장님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대회 삼 일을 남겨두고 음어가 바뀌다니, 이런 낭패가
있습니까? 정길이가 밤잠 안자며 노력 했는데, 허 참, 그동안 노력이 헛수고가
되어버렸으니. 그래도 음어대회는 한다고 하고, 아! 참, 하긴 다른 곳에서도 우리와
마차가지니까 어쩌면 모두 똑 같은 조건에서 하는 거라서, 우리에게 더 유리 할 수도
있겠네요. 정길이가 음어 외우는 요령을 스스로 개발했으니, 오히려 더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장님 정말 더 유리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 다만 시간 기록은 안 나오겠다. 일단은 정길이에게 알리고
새 음어도 주게. 하기는 전쟁이 난 상태라면, 한 달에 몇 번이라도 수시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음어다.”
“어쩌겠는가? 다른 사람들도 똑 같은 조건이라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될 런지,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 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게 되었네.
어쩌면 자네의 능력이 이번 기회에 더 빛을 발할 수 있네. 힘을 다해보게.”
‘머리 안에 가득 차있는, 전 음어 판의 숫자를 어떻게 빨리 지우는가 하는 것이,
승패를 가리는 거다. 방법은 하나, 장인이 가르쳐 주신 자기 암시와 묵상을 해서
예전 음어 판 숫자의 기억을 지우는 방법 뿐 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은 바뀐 새 음어를
외우느라 정신없을 거다. 그게 아니야 그러면 문제를 풀 때, 전의 숫자와 겹쳐서 생각
나기 때문에 오자가 생겨서 안 돼. 예전의 숫자를 잊어야 이길 수 있어.’
“정길이가 새 음어를 들여다보지 않고, 벽을 향해 앉아 있기만 합니다. 시간은
촉박한데,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무슨 도 닦는 도사같이 하루 종일 저러고
있습니다. 예전의 것을 다 잊으려고 그런다는데, 그것이 가능하기는 한 건지 원!”
‘이제 머리에서 지운 것 같은데, 아니야 아직 더 지워야 해. 한 숫자도 생각이
나면 안 돼. 오늘 점심 식사하기까지만 더 지우고, 식사 후부터 내일 아침 군단에
도착하기까지 외우면 돼. 대장님하고 작전 관이 꽤 걱정하시겠군. 하하하하 그저 나를
믿어주십시오.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
군단에 가는 동안에 음어를 보며, 외우는 정길이 장교들이 보기에는 너무 안쓰럽다.
어차피 다른 부대도 마찬가지이니, 누구나 똑 같은 조건이다. 전번 음어의 숫자와
혼동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정길이 기억력이 좋으니 당황하지 않으면 이길 수 있다.
장교들이 애써 서로 위안을 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정길이 가만히 심호흡을 한다.
“전 중위, 다른 부대들이 답안지를 내기 시작하는데, 정길이가 많이 늦는 거 같다.
벌써 2분대가 넘어 갔는데, 아무래도 틀린 것 같군. 아! 저기 나온다. 시간 체크는
확실히 했겠지? 아까 조립에도 세 번째로 냈지? 1등은 이제 틀린 건가? 어찌되었든
3등이라도 해야 하는데.”
“군단 음어 경연대회의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군단 음어대회 공격 부문,
조립 2분 18초 해독 2분12초로 2468 부대 이 정길 일병이 1등입니다.
시간에서는 다소 늦었으나, 오자 탈자가 하나도 없음으로, 1 등으로 최종 결정되었음,
다음 2 등은~~~”
“으 싸! 으 싸, 우리가 일냈다. 전 중위, 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지? 와! 하하하하
이거 감격해서 눈물이 다 나네.”
“장 대위님, 이겼습니다. 시간은 2 등이 많이 빨랐으나. 오자가 있어서 우리가 이긴
겁니다. 어서 대장님께 알려야죠. 아니 벌써 알고 계시겠네요. 군단에 있는 대장님
동기와 선배들이나, 아니면 연대에서 벌써 연락했겠지요?”
같이 왔던 장교들이 기뻐서 체면을 불사하고, 팔짝 팔짝 뛰며 즐거워한다.
대대뿐 아니라 사단과 연대의 큰 자랑거리가 탄생한 것이다. 더구나 음어가 바뀐
상태에서의 승리라 더 기쁨이 큰 것이다. 정길이를 가운데 두고, 모두가 서로의
수고를 축하하는 일색이다.
“예, 오자와 탈자가 생길 것 같아서, 그 숫자를 잊어버리는 것에 온 힘을 다한 것이
적중했네요. 빨리 낼 수도 있었는데, 확인하느라고 타 부대가 나가는 것을 미쳐 보지
못 했습니다. 걱정 하셨지요? 저도 먼저 나간 부대가 두 셋이 돼서, 1 등은 단념
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두 분께서 저 나오기를 기다리시느라고
살이 좀 빠졌을 겁니다. 하하하하.”
“수고 했다. 사단장님과 연대장님이 무척 기뻐하셨다. 사단에서도 대회 4회 만에
1등이라 연대장님이 1 계급 특진, 사단장님이 1 계급 특진 명령을 내리셨다. 이제부터
자네는 병장이다. 하하하하 그동안 너무 고생 했네.”
‘숙아 보았지? 군에 온지 일 년도 안 되어서 병장이다. 이번에는 마이가리 안 달고
진짜 병장이라고, 그런데 무슨 좋은 일은 숙이 아니면 장인 때문이네. 참! 장인이
강릉으로 이사하셨다했는데, 은혜를 입고도 아직 전화 한 번 못해드렸네.
잊지 말고 전화 해 드려야겠지! 좋아하실 장인의 얼굴이 떠오르네.’
음어 경연이 끝나자마자, 대대 ATT 준비를 하느라 정길은 정신이 없다. 장 대위와
박 하신이 교대로 볶아치는데 알던 것도 잊어버릴 지경이다. 마음이 집에 가 있으니
집중이 되지가 않는다. 갈팡질팡하면서도, 그래도 휴가 갈 생각에 기분은 좋다.
“탄막 지역은 타 부대의 화기와 겹치는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단 전쟁이
났을 때, 상황에 따라서 변경되기도 해. 화기 배치는 적의 동향에 따라 상급부대의
지시를 받고 배치하며, 우리 대대 작전지역에서는 대대가 직접 명령을 내리는 거다.
포 지원요청은 연대의 4,2인치와 사단의 105미리, 포병 부대의 155미리를 할 수가
있는데, 적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OP 근무자들이 제일 위험해. 지휘부라 말이지!
지휘부를 잃으면 눈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거든. 참! 각 중대 교육예정표는 다 됐지?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이 정길 병장 어때? 진급도 좋지만 머리에 쥐나지?,”
“나야, 성진이 야! 너 정말 재주 좋다. 우리는 아직도 일병인데 너는 병장이라니,
오늘 부로 너 병장 진급 됐다. 우리 동기들 중에서 너를 보면, 탈영이나 특수부대
근무하는 줄로 잘못 알겠다. 이거 나도 너를 병장님으로 불러야겠네. 하하하하
표창장도 함께 내려 갈 거다. 축하한다.”
“송 대영이 한 테 전화 좀 해라. 네게서는 전화가 없다고 하더라. 걔, 진급심사 때
누락되지 않도록 신경도 써주고, 상급부대 근무한다고 해서 대영이와 너, 나 우리
셋이 의리를 저버리면 안 되지! 나는 가끔 가서 대영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다 오거든.
마음이 심약한 애니까 우리가 자주연락을 해서, 그 녀석의 용기를 북돋아 줘야지.
나 휴가 갔다 와서 우리 셋이 한번 뭉치자.”
“휴가 갔다 온지는 얼마 안 됐지만, 대대 ATT 들어가기 전에 단기 휴가로 일주일
정도 집에 다녀올래? ATT만 아니면 포상휴가를 갈 수 있는데, 전에 갔다 왔으니
이번은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서 일주일만 다녀와라. 내일 아침에 출발해라. 살며시
갔다 와. 휴가신고는 생략하고, 소문나서 특혜니 어쩌니 하면 좋지 않다. 대장님이
그러라 했으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갔다가 와서 슬며시 네 자리에 앉아 있어라.
신고하지 말고 연대 출장 가듯이 정문 통과해라,”
“고맙습니다. 교육관님 잘 다녀오겠습니다. 방귀 새듯이 소리 없이 갔다가
바람 불듯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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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요
잘~~감상~~고맙습니다~~~
즐감합니다..
잘읽고갑니다.
ㄳ
즐감
잘읽었습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잘읽었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입니다
즐감...
즐감,감사....
즐감요
즐감요....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
즐감이여...
즐감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