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4.21
현몽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가, “죽은 사람이나 신령이 꿈에 나타남” 그리고 “꿈에 나타나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네게는 지금까지 돌아가신 그 어느 분도 꿈에서 뵌 적이 없으니 – 사실 엄마, 아버지가 꼭 한번 나타나 주셨으면 생전에 못 드린 말, 사랑합니다라고 하고 싶은데- 내게 현몽의 의미는 2번째 의미로 기억건대 세 번의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그때 명칭은 국민학교) 저학년이었던 7월 말경이었다. 기말고사가 내일인데도 공부를 게을리한 탓에 오후 되어서야 겨우 마루에 누워 공부하려고 했었다. 근데 이날 오전 내도록 개울에서 왕잠자리(고향 말로 “왜이” 라 했다) 잡는다고 뛰어다닌 탓인지 책을 펴자마자 금세 잠이 들어 버렸다.
근데 꿈속에서 시험을 보았다. 희한하게도 문제 모두에 답을 썼고, 어머니의 저녁 먹으란 소리에 눈이 떴는데 긴 여름날의 뜨거운 해가 서산마루로 기운 때였다. 암튼 공부를 안 한 탓에 불안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기말고사 시험지를 받으니, 이런 일이 있나 – 모든 문제가 꿈속에서 본 문제들이 아닌가.
그 이후 시험이 있을 때마다 잠이 들기 전 시험 걱정을 하고 또 심지어는 책들을 베개 삼았건만 다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째 현몽의 기적은, 아니 사실 이것은 현몽이라 하긴 좀 그렇다. 69년 1월 초 3번의 현몽은 대학 입시 시험 전날에 일어났다. 친구와 둘이 대구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 10시쯤일 때, 친구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내가 시험 전날은 푹 쉬는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난 나의 가장 취약점인 국어참고서 한 권(하희주의 고문 연구)을 천장에 닿도록 던지고 떨어지면서 펴진 페이지만 보고 자겠다 했다. 참고서를 던지고 바닥에 떨어져서 펴진 페이지가 조침문(弔針文) 이란 조선 순조 때 유씨 부인의 수필이었다. 이는 부러진 바늘을 의인화하여 그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으로 이에 대한 문제들만 훑어보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첫 교시 국어 시험은 온통 조침문에 관련 문제들뿐이었다. 그다음은 말해 무엇하랴.
세 번째 현몽 – 이는 진정 현몽 중 현몽이라 하겠다. 그간 운영해 왔던 섬유 수출 무역회사를 정리하고, 수출 소개업, 이런바 Agent로 전업한 2년 차였다.
연말 꿈에 내가 평소 타고 다니던 지프로 대구 공장에 가는데 웬일인지 농로(農路)를 통과하게 되었는데 중간에 누런 흙탕물 웅덩이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사륜구동 지프라 사륜구동으로 변환하여 빠져나와 보니 차에 묻은 흙탕물이 전부 누른 황금이 아닌가.
새해가 되고 처음 출근해 보니 영국에서 팩스가 여러 장 들어와 있는데 향후 6개월 치 오더들이었다. !!! 게다가 한 달 주문량도 50~60만 야드, 당시는 IMF 중이라 환율이 연일 올라 최고치가 불당 이천 원이 넘었으니 5% 중개료(Commission)만 받아도 크게 돈이 되었다.
덕분에 수출회사를 정리하면서 잃었던 집도 새로 장만하여 새로운 출발의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이제 다시 한번 꼭 현몽을 하고 싶다. 흔히들 사람의 일생에 3번의 기회가 있다고 하는 데 내 경우 3번 현몽의 기회가 다 지난 것이 아닌가도 싶다. 하지만 사실 2번 째 것은 현몽이라 하기엔 우연의 일치 정도이려니 아직 1번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믿고만 싶다.
무엇을 현몽하고 싶냐고? 꿈에서 아버지, 어머니를 한번 뵙고 싶다. 그래서 사랑한다 꼭 말씀드리고 싶다,
로또 복권에 1등 당첨된 사람들의 대부분이 꿈에서 조상님들을 봤다 하지 않았든가. 나도 덤으로 로또 복권을 사련다 – 현몽 한번 다시 해보게,ㅎㅎㅎㅎ
첫댓글 좋은 현몽이 다시 한번 더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
지금껏~, 이미 가진 것(가족, 건강)에도 감사하면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