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몽상주머니
김명이
바다의 흑등이라 불리기도 했어요
엄마가 또 다른 아버지를 부르게 하고
뒤꼍에서 붉게 자국 난 뺨을 쓸어주었죠
나는 물속에서 죽은 사람보다 수영을 잘 해요
제발 따라오지 말아요
흑등을 떼고 뭍으로 나갈 거야
내 지느러미는 흔적뿐이어서
깡통 안 살코기가 될 수도 있으니 복숭아 넥타만 드실래요
구름이 원망되고 하소연 될 때
나는 돌구멍 사이에 바람의 노래를 넣어주고 싶었어요
섬에는 귀신이 다녀가곤 하지만
고래는 휘파람 부는 사람을 저장하나요
흑등 찾아 자연인의 사연은 파래 같은데
그조차 힘센 자가 차지하는 흐름이라서
왕년의 운동선수들이 화석을 발견하죠
식인상어 아가리처럼 쳐든 파도
육지가 거무스름 보이지만 개펄에서 빠져나가지 못해요
거품에 잠긴 채 제물이 될 건가요
고래의 혹이 된다면 죽음을 기꺼워하겠어요
엄마가 바다에 잠길 때 노래주머니 될 거예요
흔들지 말아요, 다행이라니
꿈이 반대라면
어제의 아버지는 부드러운 애인
오늘의 아버지는 가라사대 멈추고 휘파람을 불어주세요
-문장 웹진 10월호-
김명이 2010.겨울호 [호서문학] 우수작품상 활동시작, 시집 [엄마가 아팠다] [모자의 그늘] [사랑에 대하여는 쓰지 않겠다]
대전문화재단 창작 발간지원금 수혜 및 세종나눔 우수도서 선정,
202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창작 발표지원금 선정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