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아침의 생각
- 손에 새를 쥐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말하고 행동하기.
- 너를 볼 때 눈을 더 잘 마주치기. 나는 무언가를 똑바로 바라볼 때 무엇을 두려워하는 걸까.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은 내가 만든 생각. 두려움일까? 불안일까? 어쩌면 너무나 좋음일까? 긴장일까? 조금 더 투명한 마음으로. 안의 어떤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기. 그리고 다만 (붙들릴) 아무 것도 없음을 알기. 너와 함께할 모든 순간은 찰나이며 지금도 지나가고 있다.
- 이미 너무 좋은 날이다. 그리고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 우주 먼지인, 우주의 작은 한 조각인 나. 한없이 가벼운 것. 이걸 생각하면 갑자기 기분 좋아짐.
- 상대는 독립된 개체로, 절대 내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쩌다 내 기대에 부응하거나 기대를 뛰어넘는다면 아주 감사한 일.
1. 조회
우현이가 앞에 나오다가 모르고 나의 수레를 발로 찼다. 우현이가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나는 "괜찮니?"라고 물어보았다. 앞에서 윤하가 말했다. "수레는 괜찮니?" ㅋㅋ 우현이의 안부 못지 않게 챙겨야 하는 수레의 안부.
2. 304
- 자발적 발표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늘은 약간 있었다. ㅎㅎ
- 자리를 바꾼 학생이 많아서 우수수 벌점 부여 예정이다. 지원이는 본인이 우겨서 바꾼 것이라 억울하다고 승민이가 말해주었다.
- 이상의 '거울'을 보고 인상적이었던 구절로 태연이가 '거울 속의 나는 귀가 있으되 내 말을 듣지 못하는 귀가 있다'고 화자가 말하는 부분을 뽑아서 공감되었다. 대화를 한다고 하지만 정말로 소통이 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에 부딪힐 때가 (꽤) 있곤 하므로, 많이 공감된다. 또한 이런 부분을 시인이 말해 주어 속시원하고 고맙다.
3. 305
- 수업 첫머리 5분 독서 시간에 다소 시끄럽... -.- 책 준비가 되었는지 검사하는데 민서는 없던 책(갑자기 누군가에게서 받아온 것으로 짐작되는)이 생겨서 뭔가 희망을 가지고 내밀어 보는 것이 느껴졌으나 가볍게 지나감. ㅋ ㅋ
- 다른 아이들이 열심히 필기할 때 인생 다 산 느낌으로 앉아 있는 (수면의 세계로 가 있거나 멍한) 아이들도 있음(예를 들면 은성이라든가).
- 시 '청포도'를 읽을 때 가장 궁금한 것은 학생 각자가 간절히 기다리는 손님은 무엇인지이다. 이 질문에 대한 랜덤 답변자로 은성이가 뽑혔는데 민준이가 옆에서 "여자?"라고 말했고, 은성이는 주말(나의 예상으로는 '편하게 잘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다른 답변자 민상이는 수면 시간이라고 하였다.
- 내가 간절히 기다리는 손님은 너. 나는 너를 만나는 시간을 기다려.
4. 309
말하기 수행평가 준비용 발표문 작성을 한 후 20분 동안 압축적으로 시 '청포도'를 정리했다. 9반은 시간이 없어서 주욱 학습 내용을 불러주고 받아 쓰기를 했다. 학생의 사고 활동 시간 없음. 지필 고사용 지식 주입의 현장. 지필 고사가 무용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이렇게 써야 할 때 슬프다.
5. 306
- 5교시 수업이라 졸릴 수 있는 상황. 그래도 열심히 참여하고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물론 인생 다 산 것처럼 멍하니 있거나 자는 학생도 있기는 하다).
- 학습 목표 '근거의 차이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비교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삶의 태도와 관련지어 보면 더 좋겠다. 하나의 상황이나 현상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해석을 타인에게 강요하면서 갈등이 발생할 때가 매우 많으므로.
우리 반은 과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 많은데, 과학자 같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해석 A, B, C, D... 가 가능함을 평가나 판단 없이 관찰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기.
- 가끔 웃음 빌런이 등장해서 주의가 필요하다. 나와 눈이 마주치고 얼굴 근육을 한껏 끌어올린 미소를 보여주거나(은성), 인도인의 요가 혹은 연체 동물을 연상시키는 범석이의 범상찮은 기지개(매 수업 시간 볼 수 있음) 등. ㅋㅋ
6. 쓰레기 봉투 펼치는 방법
다리를 옆으로 벌린다(은성이처럼 많이 벌릴수록 좋다).
쓰레기 봉투를 잡고 위아래로 크게 펄럭펄럭해준다(은성이처럼 한도 끝도 없이 할수록 좋다).
쓰레기 봉투가 공기로 빵빵해지면 완성.
오늘도 행위 예술 한 가지 목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