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곳의 지인에게서 소포가왔습니다.
교무실 책상위에 올려진 두툼한 소포를 뜯어보니
한시이야기와 곽재구의 산문집하나.
책속엔 200자 원고지위
바람에 날리듯 거침없이 적어내린 일상사가 몇 줄
그리고 안부 몇 자가 적혀있었습니다.
삐그시 번지는 미소.
곽재구의 산문집이라...
언젠가 집으로 찾아온 예쁜 제자놈에게 주었던
그 책이었습니다.
책을 열고 몇줄을 읽어보니
내용이 너무나 새로워 정말 내가 이책을 읽었었나싶은.
이년전 쯤 집으로 찾아온 아이몇 놈에게
읽어보니 참좋더라며 책장에서 빼주던 몇 개의 책중에
분명 있었는데,
그책은 특별히
나혼자 속으로 예뻐했던 놈앞에 슬쩍 밀어준 기억이 있는데...
에구구 머리가 나쁜건지
기억력이 없는건지..
아침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를 들으며
몇 페이지를 읽다
아~ 하며 어렴풋이 떠오르는 시였습니다.
우리둘은 아직 어린애들이었네
그녀는 내가 매일 지나 다니는 저 푸르른 산을 나와 함께 넘었다네
한마디 말도 없었지
새소리와 살랑거리는 소리만이 있었다네.
너의 이름은 무엇이지?
나는 그 애의 이름을 물어 본 적이 없었다네...
<한소녀가 지나갔네> - 비센테 알레익산드레
오월의 첫 월요일입니다.
달리기 반 대표선수로 나가게 되었다며 오늘 운동회를 쏜꼽아 기다리던
딸아이의 눈물같은 비가 내립니다.
며칠 전부터 밤이면 아파트 주차장에 나가
출발 자세 연습, 달리기 연습을 하며 손꼽아 기다리던 딸아이였는데.
출근길 차 유리창 위로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방울들.
좀체로 화를 풀지않는 어려운 시어른같은 하늘을 향해
조금만 참아주면 안될까.
오늘 우리 예쁜 딸아이가 달리기하는 동안만이라도
조금 참아주면 안되니.....
올림픽 대표 선수의 엄마처럼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이 빗속에 질척이는 학교 운동장
새로 산 하얀 운동화며 하얀 운동복에 진흙물이 다 튀겠지요.
찡그린 하늘어딘가에 숨어있을
일곱빛 무지개로 다리 하나 만들어
딸아이 달리는 길 앞에 놓아두고 싶습니다.
오늘 문득 바라본 하늘에
혹 하얀 머리띠에 꼭 다문 입술
불끈 쥔 작은 주먹의 여자 아이 하나가
무지개 다리위를 달리는 걸 보신다면
힘내라고
일등도 이등도
바톤을 놓쳐 마지막에 들어오더라도 울지말라구요
수업때문에 지켜보지못할
저대신 꼬옥 전해주세요.
사랑해
사랑해
엄마는 늘 널 사랑해.
첫댓글 곽재구 산문시도 좋구요. 아름다운 엄마 사로안, 비야 참아다오.
부끄럽고..고맙습니다...상경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