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10 항암일기 - 불면의 밤
새벽 3시 30분이 넘어가고 있다.
어제 하루종일 배는 아프고 어지럽고 힘도 없고
그래서 모처럼 21시도 안 되어 침대에 누웠더니 0030분에 잠이 깨고 다시 눈을 감았더니
0140분에 배가 아파 눈을 뜨고 배변주머니를 비우고 잠을 청했는데 잠이 오지를 않는다.
2시 30분까지 화사논검 6편 매초풍2를 읽다가 더 이상 잠이 안 와
거실에 가서 노트북을 가져와 불면의 밤을 메꾸려고 한다.
시간을 때우는 데는 글 쓰는 것이 최고이다.
글을 쓰다보면 금방 시간이 간다.
특히 프로세스를 파악하거나 관리규정 또는 관리지침을 만들고
다양한 계획서를 작성하고 양식을 만들어도 시간은 잘 가는데 그럴 일이 없으니
이렇게 항암일기라도 쓰면서 불면의 밤을 보내야만 한다.
엉덩이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배가 너무나 아파 방금 진통제 하나를 먹었다.
2시간 동안 고통에 시달리고 난 뒤에는 좀 나아지겠지.
먹는 것을 1일 2끼로 줄이고 양도 줄였는데 배는 아직도 볼록 나오고 딴딴하다.
암세포가 번져서 그런 것인지 암튼 순대 기능에 문제가 있어 배가 더 아픈 것 같다.
그래도 유튜브에서 내려 받은 빙혼이 좋아하는 한국 노래를 별도로 선정한 방에서
노래를 들으며 어두운 밤을 보내는 것도 낭만이라고? 개뿔!
배는 아프고 잠을 못 자 머리는 아프고 엉덩이와 허리가 아파 죽겠는데 무슨 낭만?
이번 항암은 무진장 힘들었다, 벌써 10일이 지나 다음 주 또 항암을 하러 지옥에 가야 한다.
그러나 막상 의사가 항암 중단을 하고 오지 말라고 하면 그 또한 더 비참할 것만 같다.
항암을 한다는 것은 *실날같은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실날 : '실낱'의 비표준어,
*실낱 : 가는 실오리
*실오리 : 한 가닥의 실
비록 로또가 늘 빙혼을 피해가고 있는 것처럼 죽음도 빙혼을 피해가지 않을까?
화와 복은 쌍으로 오고 쌍으로 간다고 하지 않던가?
로또 1등 당첨이 되고도 쓰지도 못하고 죽어버리면 서운하지 않을까?
서운할 것이 1도 없다.
늘 부모형제처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인데 훌훌 털어버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어제 오후에는 힘이 1도 없지만 지팡이를 짚고 가을 거리 산책에 나섰다.
늦가을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인다.
낙엽 냄새가 코속으로 밀려 들어오고 샛노랗게 피어난 국화의 향기도 마음껏 들여 마셔본다.
내 인생의 봄날을 찾아 <내 인생의 봄날>이라는 로또 판매점을 찾아갔다.
3등은 너무 많아 써 붙일 필요가 없다는 광고가 멋지게 보인다.
가는 길에 유대인교 한반도 지부가 10개도 넘어보인다.
빙혼이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동서남북 100미터 이내로만 조사를 해도 20개가 넘을 것이다.
다들 어떻게 먹고 사는 것인지 궁금하다.
세들어 사는 여호와는 관리비는 제대로 낼까?
그래도 목사들은 지네들이 돈 벌 생각은 안 하고 어떡하든 사기를 쳐서
눈먼 사람들 주머니 뒤져 대형 교회를 개척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대형교회를 짓는 것하고 빙혼이 항암을 이기는 것하고 내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
벌써 4시가 넘어간다.
몸은 이토록 힘이 없는데 왜 잠은 오지를 않나?
누워서 책을 보고 있으며 잠이 올 수 있으려나?
그래도 오늘도
신나게! 보람있게! 건강하게! 행복하게!
첫댓글 보고 싶습니다.
나도,,,집에 갔다가 올라갈 때 들려..삼백집 한 번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