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과 몽산포
철새 춤추는 들판에서 꿈의 해변까지
태안반도와 천수만에는 거대한 풍경과 야망이 깃들어 있다. 국내 최대의 단일 백사장인 몽산포 해수욕장과 인공 담수호인 부남호와 간월호 그리고 지도를 바꿔 놓은 간척의 대역사가 바로 이곳에 있다. 수평선과 지평선이 가물거리는 천수만을 거슬러 오르면 아득한 들판 위로 철새가 떠다닌다. 천수만의 등대산인 도비산(352m)에 오르면 호수와 대평원이 가슴을 울린다. 천수만과 지척에 있는 몽산포의 20리 백사장을 밀려드는 파도가 적시고 있다. 너무나 거대해서 몽환적인 백사장은 자전거 바퀴를 버틸 만큼 단단하다. 낙조가 질 때의 해변 라이딩은 진정 꿈결 같다.
이름만으로 그리움을 부추기는 곳이 있다. 생전 가보지 않은 곳이어도 어딘가 정서에 와 닿는 지명은 불현듯 그리움에 젖게 한다. 청학동이나 무릉도원, 샹그릴라, 엘도라도 같은 전설의 이상향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의 장소 얘기다. 그런 곳은 유난히 서해에 많다. 만리포, 파도리, 몽산포, 비인……. 맛도 향기도 없지만 발음만으로 입안이 감미로워지고 주체할 수 없이 떠나고 싶게 만드는 지명들. 실제로 현장에 섰을 때도 풍경과 분위기는 이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곳이 몽산포다. ‘꿈의 산이 있는 포구’라는 뜻의 몽산포(夢山浦)는 썰물 때 폭 1킬로미터, 길이 8킬로미터에 이르는 백사장이 활처럼 완만히 휘어진 모습으로 드러난다. 백사장이 하도 길어서 몽산포, 달산포, 청포대 세 개의 해수욕장으로 나뉘어 있으나 통틀어 몽산포라고 부른다. 질척이는 갯벌이 아니라 발자국이 남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백사장이어서 1980년대 초에는 자동차 경주까지 열리기도 했다.
물이 얕다는 뜻의 천수만(淺水灣)은 몽산포에서 지척이다. 몽산포가 있는 좁고 긴 반도의 동쪽이 바로 천수만이다. 천수만은 태안반도와 서산과 홍성 사이의 바다를 말하지만 ‘철새도래지 천수만’을 말할 때는 방조제를 쌓아 담수호로 바뀐 부남호와 간월호 두 곳을 가리킨다. 호수 주변에는 전국 농지의 1퍼센트에 해당하는 1만 5천 5백 헥타르의 간척 농지가 조성되어 있다.
천수만에 쏟은 대야망
천수만에서 구현된 대역사에는 한 사람의 꿈과 야망이 서려 있다. 강원도 통천의 빈농 출신인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세계 최대의 단일농장을 꿈꾸며 1970년대부터 간척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쪽의 A지구 방조제와 서쪽 B지구 방조제를 쌓은 결과 각각 간월호와 부남호가 생겨났다. 간월호 물막이 공사 때는 간만의 차를 극복하기 위해 폐유조선에 물을 채워 파도를 막은 이른바 ‘정주영 공법’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후 이곳은 ‘서산농장’으로 불렸는데, 1998년 여기서 키운 소 1천 마리를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전해준 사건은 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자동차로 돌아보는 데도 3시간은 잡아야 한다는 이 엄청난 농장은 2000년대 들어 일반에 많이 매각되어 ‘서산농장’이란 이름도 자연스럽게 잊혔다. 바둑판처럼 격자형으로 종횡무진 뻗어 있는 농로는 이제 철새 탐방로이자 호젓한 산책로로 사랑받는다. 천수만 일원은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 3분의 1에 해당하는 3백여 종 40여만 마리가 거쳐 가는, 국내 최고의 철새도래지가 되었다. 대평원 갈증을 해소해 주는 아득한 들길을 돌아 꿈의 바닷가 몽산포로 가는 길은 특히 황금 물결이 출렁이는 가을과 철새들이 하늘을 뒤덮는 겨울에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지역정보
코스안내
1.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간월도를 출발점으로 잡는다. 간월도 입구 맞은편의 농로로 들어서면 A지구 간척지가 시작된다. 바둑판처럼 잘 정리된 논길로, 도중에 농로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면 간월호 호반에 이른다. 여기부터는 호반길을 따라 계속 북상하면 된다.
2. 간월도에서 6.3km 가면 호수를 건너 맞은편 들판으로 가는 첫 번째 다리가 나온다. 그대로 직진하면 호수는 점점 좁아드는데, 11.8km 지점에서 두 번째 다리를 만난다. 여기서 도비산 쪽으로 좌회전한다.
3. 도비산을 오른쪽으로 돌아 모월리 양월마을~산저마을을 거쳐 석천암 방면으로 도비산 일주임도에 올라선다. 임도 구간을 생략하려면 서산공원묘지 앞을 거쳐 부석으로 곧장 가면 된다. 임도에 올라서서는 좌회전, 산을 남쪽으로 돌아가면 부석 입구 도곡저수지로 내려선다. 앞쪽으로 보이는 호수와 들판은 부남호와 B지구 간척지다. 부석에서는 갈마리 안고잔마을 쪽으로 가서 검은여 방면 들판길로 들어서면 부남호를 건너는 다리가 있다.
4. 다리를 건너 직진하면 나지막한 구릉지를 이룬 송암리이고, 여기서 몽산포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수로를 따라가며 구불거리는 길을 벗어나면 77번 국도와 만나는 평화과수원 삼거리다. 국도에서 좌회전, 2km 정도 가면 몽산포해수욕장 입구가 보인다. 해수욕장으로 들어가 해변을 따라 청포대까지 간다. 밀물이 아니면 단단한 백사장 위를 달릴 수 있다.
5. 청포대에서 도로로 나와 우회전, 1.4km 가다 원청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출발지인 간월도로 이어진다. 청포대 입구에서 간월도까지는 11.4km. 이렇게 일주하면 55km 정도 된다.
길 안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나와 태안 방면으로 11.5km 가면 간월도 입구다. 여기서 10km 남짓 더 가면 77번 국도와 만나는 원청삼거리이고, 우회전해서 1.3km 가면 왼쪽으로 청포대해수욕장 입구가 나온다. 당일 여정일 경우 간월도를, 1박 이상이면 청포대를 권한다.
주변 관광지
몽산포 해변
장대한 해변과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해변을 보는 순간 고함을 지르고 무작정 내달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이 해변에는 몽산포, 달산포, 청포대 세 개의 해수욕장이 있는데, 편의시설을 갖춘 각각의 해수욕장 개념이 아니라 해변 전체로 보아야 몽산포의 전모가 드러난다. 세 개의 해수욕장 어디로 들어서도 몽산포의 장관은 하나가 된다.
간월암
간월도는 꽤 큰 섬이었으나 지금은 육지로 변했고, 간월암(看月庵)이 있는 작은 바위섬만이 반쪽짜리 섬으로 남았다. 조선 초 무학대사가 창건하고 20세기의 대선사인 만공선사가 중건하고 머물렀다.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100m 정도 떨어진 육지와 이어진다.
출처(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여행,)
2024-05-01 작성자 청해명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