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3/03 07:50 / AstroField
별 호응이 없긴 하지만, 혹시 훗날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몰라서 정리해서 올립니다.
1. 굴절 자작의 범위
통상 ATM을 말할 때 굴절망원경보다는 반사망원경을 언급하게 되는데에는 국경이 없더군요. 왜그럴까 고민해 보았는데, 아마 망원경의 핵심인 광학계의 자작여부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굴절의 경우 렌즈 자체를 자작하는 경우는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 아크로매트만 하더라도 최소 4면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나 이는 거의 전문광학 설계의 범위에 속하기 때문에 아마추어가 접근하기는 한계가 있다.
– 어찌해서 설계를 했다 하더라도 4면에 대해 스크래치 없이 깨끗한 광학연마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고난도의 작업이다.
– 연마를 마쳤다 하더라도 국내의 경우 코팅을 의뢰할 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으며 찾는다 치더라도 아마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여야만 한다.
때문에 굴절자작은 반사와는 달리 Ready Made 렌즈를 바탕으로 거의 조립수준으로 진행된다고 봐야 할것입니다.
2. 굴절자작이 의미가 있는가.
렌즈는 동일구경을 가정했을 경우 미러에 비해 엄청나게 비쌉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대구경으로 가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많고 특히 ED, SD, 플루라이트 등 아포렌즈의 경우는 자작, 기성간의 구분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고가의 물건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고 자작의 의미가 없느냐, 그건 아닙니다. 일단 렌즈만 구할 수 있다면 반사에 비해 간단한 광학계 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훨씬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사와 같이 중앙차폐가 없기 때문에 고배율 행성 상에 있어서는 비교적 작은 구경으로도 콘트라스트 좋은 상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콤팩트의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큰 구경으로 갈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기도 하지만, 장초점이라 하더라도 경통을 분리하여 제작할 경우 이동에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고가의 굴절로 갈수록 경통의 정밀도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서 부득이 경통두께가 늘어나 상호 상쇄하곤 합니다.
3. 렌즈구하기
굴절자작이 기성렌즈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불행히도 렌즈구하기가 수월하지는 않습니다.
일단 국내에서 망원경에 쓸 수 있는 렌즈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는 전무합니다. 일단 수요가 한정되어 있고 대량생산의 잇점을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요즘 국내에서 렌즈 만든다고 하는 회사들은 백이면 백 모두 핸드폰카메라나 CCTV 렌즈만을 생산합니다.
따라서 국내에서는 중고거래시장에서 간혹 나오는 렌즈를 구매하는 길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결국 외국에서 구해야하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만약 ED, 플로라이트 등 APO렌즈구매를 원하신다면 구매처는 1~2군데로 제한됩니다. 가장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TMB Lzos 입니다. TMB는 국내에서도 구입할 수 있지만 구입이라기보다는 구매대행이라고 보는 편이 맞는 듯 합니다. Lzos(러시아)는 TMB의 OEM 생산업체로 얼마 전에 알아본 바, 100~110mm APO렌즈가 EXW 기준 U$1,360~1,600 정도 하더군요. 수입할 경우 운송료, 관세 등을 감안하여 180~200만원 정도가 되지 싶습니다. 경통이나 접안부 등을 CNC로 제작한다 해도 300만원이하로 꽤 괜챦은 물건이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참조사이트는 http://www.lzos.ru/en/astro_apohr.htm 이며 TMB는 APM을 통하시면 될 듯 합니다.
만약 이들 렌즈가 너무 고가라면 다음으로 고려해볼 렌즈는 D&G Optical의 장초점 아크로 렌즈입니다. 무려 1/20 wave surface 가공 정밀도를 가지고 있다하니 놀랄만한 수준인가 봅니다. 구경은 최소 5인치에서 12인치까지를 취급하며 F수는 F12, F15 두종류가 기본이고 요청에 따라 F18, F20, F25, F30까지 주문생산이 가능하답니다.
Adjustable Cell 포함으로 5인치가 795불입니다. 운송비와 관세를 감안하면 100만원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안시전용 대구경 굴절을 필요로 하시는 문이 아닐 경우 대구경 굴절은 대구경 돕이나 반사보다도 이동이 어렵고 특히 D&G의 초장초점렌즈의 경우 상당히 높은 피어가 없는 한 적도의에 올리기조차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5인치라고 하더라도 초점길이만 1.5미터나 되고 후드나 접안부를 감안하면 거의 2미터에 달할 테니까요. 따라서 D&G의 경우 범용 자작용으로는 한계가 있을 듯 합니다.
만약 저사양의 렌즈를 찾으신다면 중국제가 최적입니다. 일단 구경대비 가격이 상당히 메릿이 있고 (150mm가 많아야 30만원이내) 성능도 꽤 쓸만하니까요. 현재 알려진 바로는 Synta, Jinghua등에서 저가 아크로메트를 취급하고 있다 합니다. 판매처는 뒤에 링크하겠습니다.
만약 중국제가 불안하시다면 마지막으로 고려할 수 있는 제품이 2종 가량 있습니다.
첫 번째는 들어보셨겠지만 Sky Objective 의 RR Achromat 이고 두 번째는 Antares의 Research grade Lens입니다. RR은 네덜란드 업체로 렌즈 설계후 중국에 OEM생산을 통해 공급해 왔습니마단 안타깝게도 사장이 재정난에 빠져버려 현재는 더 이상 영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몇주전에 사이트도 폐쇄되어 버렸네요.
Antares는 캐나다의 업체로 렌즈를 비롯 다양한 엑세서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렌즈중에는 Synta에 공급되는 동일류의 다양한 저가렌즈(80~150mm)를 공급하고 있습니다만, 주종은 자칭 Research Grade라고 부르는 아크로매트입니다. 자기들 말로는 Vixen에 렌즈를 공급하는 일본제조업자로부터 수입하는 물건이라고 하는데,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80mm소수경에서 105mm까지의 렌즈를 공급하며 무엇보다 장초첨 (F9~F14) 렌즈를 공급하고 있다는 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Air Spacced Doublet이며 4면 MgF2 코팅이 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AR14코팅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RR이 많은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Antares는 그다지 사용자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수개의 사용기를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상당히 리스키한 모험을 한 셈입니다.
현재 5~6개의 외국상점에서 취급하고 있으나 어찌된 일인지 단 2곳에서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Antares 조차 가격이 너무 올라서 더 이상 Research Grade Lens를 수입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결국 남아 있는 재고품을 사게 된 것입니다. ^^;
이 제품에 대한 성능은 제일 마지막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경통을 디자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통디자인의 경우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존재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통의 길이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만약 경통길이를 정확히 결정하지 못하면 되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경통을 새로 만들어야하기 때문입니다. 좀 길면 그나마 잘라버리면 되지만 짧았을 경우에는 답이 안나오니까요.
경통디자인에 앞서 튜브의 소재를 무엇을 할 것이냐가 관건이 됩니다.
경통소재는 다양한 측면에서 망원경의 성능을 좌우하게 되는데, 소재가 단단하고 열교환이 잘되는 것일수록 광축의 틀어짐이 작고 빠른 경통냉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통상 즐겨 쓰이는 소재는 철판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반대로 작용하는 요소가 하나 있는데, 바로 소재의 무게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천체관측장비에서 마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마운트의 경우 상당히 고가이기도 하거니와 한계중량이 존재하므로 튼튼하다는 이유로 경통을 무겁게 디자인할 경우 마운트의 한계중량을 초과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경통의 틀어짐 등 광학적 성능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장 가볍게 디자인하게 됩니다.
이래서 경통소재로는 철 보다는 훨씬 가벼운 알루미늄을 찾게 됩니다. 철의 경우 비중이 7.876g/cm3 정도인 반면 알루미늄은 이의 1/3수준인 2.70g/cm3 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물론 알루미늄은 철에 비해 인장강도나 내력, 경도 등에서 많이 떨어져서 철판과 동일한 두께로 경통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철판보다 가벼운 무게로도 동일 철판보다 강하게 경통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유용하며 특히 상당히 무른 금속이기 때문에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순수한 알루미늄의 경우 인장강도가 많이 떨어져서 충격 등에 약할 위험이 있고, 특히 스크레치가 잘나기 때문에 통상 순수한 알루미늄보다는 알루미늄 합금, 특히 듀랄루민을 많이 찾게 됩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알루미늄 합금을 4자리의 번호를 붙여 칭하고 있는데 듀랄루민은 A6061, 6063에 속합니다.
다음으로 고려할 문제는 과연 어느정도의 두께로 경통을 디자인해야하는가의 문제인데, 굴절경통의 경우 몇가지 고려해야할 문제가 발생합니다.
반사경통의 경우는 미러의 크기가 통상 상당하기 때문에 애시당초 파이프로 답을 내기는 어렵고 대부분의 파트들을 볼트/너트로 결합하기 때문에 판재를 롤링해서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굴절의 경우는 파트자체에 나사산이 만들어져서 결속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본 프로젝트와 같이 장초점굴절의 2단 결속식 제작의 경우 롤링해서는 나사산끼리 정밀하게 물리도록 판재를 가공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됩니다. 따라서 판재가공보다는 압출파이프를 구해야 하고 판재보다는 좀 두껍게 가져가야만 가공이 가능하게 됩니다.
통상 반사의 경우 철판은 1mm 내외입니다. 제가 쓰던 XQ-8의 경우는 0.7mm의 강판을 사용했으며 개조경통(알루미늄)의 경우는 1.5mm를 사용했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2mm 파이프로 가자고 결정했는데, 저렴한 가격에 구경 100mm짜리 파이프를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일단 100mm/2t가 표준사이즈가 아니기 때문에 (100mm의 표준사이즈는 7t 입니다). 속을 파내야하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거의 1200mm 정도의 속을 파낸다는건 솔직히 미련한 짓이기도 하지만, 이런걸 해줄 가공집을 찾는 것과 엄청난 가공비를 감당하기 힘들더군요.
그러던 중 운 좋게도 박용석님께서 이전에 100mm 쌍안경을 기획하시다 가지고 계신 3t 짜리 긴 파이프를 구하게 되었습니다.
파이프의 스팩은 내경 100mm, 외경 106mm, 길이 1500mm, 두께 3t 였습니다. 애초 제가 구하던 물건은 외경이 100mm 인 물건이었기 때문에 부득이 파트간의 결속에 다른 방법을 취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계속>
자작기 2회가 올라간지 거의 1년이 다되어 가도록 자작기를 완료하지 못한 대에는 몇가지 사유가 있습니다.
첫째, 본인의 게으름입니다. 업무에 찌들기도 했거나와 한참동안 이런 투에 글을 안쓰다 보니 선뜻 자판이 눌러지지 않아서라는 핑계를 대고 싶지만, 사실은 귀챠니즘의 발로였습니다. 둘째, 다 만들기는 다 만들었는데, 도통 테스트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구입할 때부터 워낙 출신성분을 알 수가 없었던 렌즈였는지라, 혹시 다 만들어 놓고 성능이 꽝이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성능을 확인 후 글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셋째, 나이먹어서(?) 그런지 하도 오래되니까(?), 제작당시 기억이 자구 가물가물해서 쓰기가 어려워집니다.
첫째 문제는 초인적인 불굴의 정신으로 극복했고, 두 번째는 2005년말경 동호회 관측회를 통해 확인이 가능했으며 세 번째는 PC 이곳저곳에 널부려져 있는 제작당시의 자료들이나 메모들을 찾아내서 기억의 부족함을 그럭저럭 매꾸었습니다.
지난번이 경통소재에 관한 이야기로 끝났으니까, 다시 여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순수 경통부의 길이만 해도 1000mm가 넘기 때문에 운반의 편의를 위해 2단 연결식으로 제작하기로 결정 했습니다.
아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박용석 사장님은 안양에서 금속가공공장을 운영하고 계시며 한때 외산 제품에 대항할 국산명품이었던 마이다스 제작자이시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경통제작의 정밀도와 신뢰성은 더할나위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경통의 무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3t 짜리 파이프를 쳐내서 2t로 만들었습니다. 두랄루민이라 그런지 2t 임에도 상당히 튼튼했습니다. 다음으로 고려할 부분은 각 파트를 연결하는 연결부의 작업입니다.
다음으로 경통에 대한 정밀한 도면을 작성하기 시작했는데, 이거 만드느라고 1:1 축적의 설계도를 컴퓨터로 그리느라 고생 좀 했습니다. CAD를 쓸 능력이 안되서(지금은 웬만큼 마스터 했습니다) 엑셀에 광로를 그리고 도형그리기로 파트 하나하나를 레고블럭처럼 객체로 그려 나갔는데, 나중에 수정시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일단 경통에 대한 설계를 수차례 수정하여 1차 가공이 완료되어서 경통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런데 설계에 대한 전달실수로 설계보다 50mm 정도 경통이 길게 나와버렸더군요. 할수 없이 재 가공을 의뢰해서 제대로된 경통을 받았습니다.
완성된 경통은 2차가공시 생긴 기스를 빼고는 상당히 미끈합니다. 크게 7개의 파트로 렌즈부, 렌즈부연결구, 경통1, 경통연결구, 경통2, 접안연결부, 접안부로 나뉩니다. 경통과 각각의 연결구는 나사산작업을 해서 연결토록 하였으며 나사산이 뭉게지는걸 방지하기 위해 각 연결구는 하드 흑색 아노다이징 처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쓰다보니까 경통 나사산에도 아노다이징 처리를 할걸…하는 후회가 갑니다. 자꾸 서걱서걱거리면서 연결하기도 힘들고 알미늄가루가 뭍어 나오더군요.
내부는 처음에 식모지를 3M락카로 고정시켰는데, 싸구려 식모지를 써서 그런지 절단부에서 보푸라기가 계속 발생하고 경통내부가 좁아서 작업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무광흑색락카(일신이 최고)로 깔끔히 처리하였고 시간날때마다 배플로 사용할 플라스틱 판을 오려내고 있습니다. 이거하면서 배플설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늘었습니다.
외부는 아직까지 특별한 처리를 안했는데, 조만간에 분체도장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뽀대는 누드가 좋은데 아무래도 촉감도 거칠고, 기스에 너무 약한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겨울에 만져보면 촉감이 영 아니올시다입니다.(뽀드득~~소름 끼칩니다)
접안부와 접안부연결구는 나사산이 아니고 나사로 고정토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워낙 딱맞게 가공이 되어서 집어넣고 약간만 조여도 절대로 빠질일이 없더군요. 접안부는 앞에서 선보인 바 있는 중국제 크라이포드 포커서입니다. 마무리는 조금 허접하지만 사용해보니 이미지 쉬프트도 거의 없고 매우 부드럽습니다. 반사 자작에 써먹을려고 하나 더 구입해 두었습니다. (최근 GS에서 더 좋은 포커서가 나왔다고 합니다. 감속기어를 채택한…)
각 파트간의 연결구는 아주 튼튼하게 작용해서 왠만한 충격에도 광축이 틀어질 위험이 없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경통을 3번 정도 넘어뜨린 적이 있는데, 광축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습니다. 박사장님의 마무리가 정말 꼼꼼하시더군요.
파트를 모두 연결하고 정립미러를 끼우면 전체 광로가 딱 떨어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설계했던 대로 정확히 광축도 맞았고, 초점도 떨어져서 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렌즈부
1편에서 언급했던 Antares Research Grade 105/1200mm 렌즈를 장착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엷은 청색 코팅이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MgF2 코팅으로 사료됩니다. Air Spaced 설계이고 공극은 얇은 알루미늄 포일로 띠워져 있습니다. 셀디자인은 Adjustable 디자인으로 3개의 광축조절나사로 광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그림(추후 올립니다)에서 보는 바와 같이 경통과의 연결부로 갈수록 좁아지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제 렌즈 직경은 105mm이나 셀디자인으로 인해 유효구경은 100mm입니다. 착탈식(말이 좋아 그렇고 그냥 씌웠다, 뺏다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의 후드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판매회사말로는 Skywatcher사의 4인치 굴절 셀을 그냥 가져와 사용한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그렇습니다.
– 경통밴드
제일 고생이 많았던 부품이자 결국은 허탈해진 부품입니다. 처음에는 당근 기성품을 구하면 되겠지 했는데, 알고 봤더니 통상 말하는 4인치 밴드는 전부 내경이 114mm 더군요. 굳이 구할려면 신타 등 중국제에 쓰는 물건을 구해야하는데, 이건 별도구입이 안되는 제품이었습니다. 거의 2~3주를 기다려보다가 포기하고 자작으로 발길을 돌렸는데, 이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두꺼운 알미늄 판재를 절곡해서 만들까 생각했는데, 경첩이 보기 싫어서 판재를 링모양으로 따내서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밴드설계는 마쳤는데, 이걸 가공해주는 집이 별로 없었습니다. 머신가공이나 워터젯은 너무 비싸고 그나마 제일 싼게 레이저 가공인데 레이저는 알루미늄을 5mm이상 가공할 수 없다더군요. 최소한 10mm정도는 되어야 힘을 받을 텐데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레이저집 아저씨와 고민해서 5mm짜리를 2개씩 만들어서 붙여쓰기로 하고 가공에 들어갔습니다.
이것 하면서 느낀건데, 두꺼운 자재의 레이저가공은 별로 권장할 만한게 아니더군요. 앏은 판재는 상당히 깔끔하게 절삭되는데 두꺼운 재료는 상당히 거칠거칠합니다.
레이저는 2차원가공만 가능하고 10mm 이하의 구멍은 가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결나사구멍은 어쩔 수 없이 제가 모두 수작업으로 뚫어야 했습니다. 밴드가 두개이고 위아래로 2개, 두 개씩 붙이니까 총 8개에 개당 7개의 구멍을 뚫으니까 무려 56개! 일좀 쉽게 할려고 테이프로 두개씩 붙여놓고 뚫어도 24개를 뚫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진짜 하루 왠 종일 구멍만 뚫었습니다. 다 뚫고 나니까 손은 얼얼하고 어깨는 결리고, 눈은 침침하고…
상당히 거칠고, 투박하며 연결할 때도 불편함이 많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가대에 올려보니 그런대로 튼튼하게 경통은 잡아주더군요.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항상 만들어 놓고 후회하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는 듯 합니다. 그런데…오 마이 갓! 이거 가공 끝나고 나서 모망원경점에서 경통에 맞는 밴드를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연락이 와버린 것입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구입했습니다…
테스트
사실 렌즈구입하면서 “이거 사기당하는거 아닌가”, “장초점이라지만 아크로매트인데…”하고 고민 많이 했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짤막짤막한 사용기만이 있었고, 혹시 싸구려 중국제를 속이고 파는게 아닌가 우려도 되고…
다행히도 테스트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XQ-8과 비교했을 때 월면상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초점이 맞지 않았을 때는 색수차가 조금 보이다가 정확히 초점이 맞으면 색수차가 완전히 사라지고 상당히 콘트라스트가 높으면서도 안정적인 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집 발코니에서 확인한 목성상은 XQ-8보다 매우 똘똘한 상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굴절식이라 그런지 울렁임이 훨씬 적어서 안정적으로 관측이 가능하더군요. 좀더 자세한 테스트를 위해서는 5mm 정도의 짧고 아이릴리프가 긴 아이피스를 구해봐야 할 것 같아 펜탁스 5mm를 구해서 천망동 관측회 때 토성상으로 테스트를 해 보았습니다.
‘허걱! 이렇게 똘똘할 수가! ’라고 외칠려고 했는데, 좋은 망원경을 통해서 토성상을 본지가 별로 없어 숨죽이고 기다리던 차에, 천망동 방장님이 보시고는 ‘장초점 아크로에 대한 그간의 편견을 버려야겠습니다“라는 말을 듣자 베시시 기쁨의 미소나 베어 나왔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일단 경통설계시 정립미러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길이를 결정하다보니 바로우를 쓰기가 어정쩡한 길이여서 고배율 테스트를 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포커서를 완전히 당기고 바로우를 연결하면 보이기는 하는데, 영 자세가 안나와서 거의 눕다시피 해야 합니다.
또 초장초점이다 보니 피어가 너무 절실합니다. 경통이 가볍다보니까 중심축이 중간 위족에 위치하게 되고, 이 상태로는 고도가 조금만 올라가도 자꾸 삼각대에 걸리고 좁은 베란다 같은 경우는 삼각대 위치가 제한적이어서 돌리기조차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리고 삼각대를 다 빼고 올려도 쪼그려 관측을 해야 합니다. 피어 자작이나 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이상으로 4인치 장초점 굴절 자작기를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도움을 주신 천망동 회장님, 방장님, 장용님 그리고 경통가공을 도와주신 박사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