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의 부위에 따른 효능
출처 : 질병을 치료하는 약초 사용 백과, 조경남, pp. 19~28 (ebook)
손으로 물건을 집고 다리로 공을 찬다. 눈은 보는 기관이고 귀는 듣는 기관이다. 뼈는 기초를 세우고 근육은 움직임을 주며, 피부는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 하나에서 시작된 사람이지만 부위별로 기능이 다르다. 하나의 씨앗에서 출발했지만 식물의 뿌리와 잎의 기능은 완전히 다르다. 기능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부위를 약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약효가 달라지는 것이다.
수액의 효능
고로쇠나무, 자작나무, 다래, 소나무담쟁이에서 수액을 채취한다. 사람의 혈액처럼 수액에는 다양한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어 사람이 섭취하면 몸을 보(補)하는 효능을 얻게 된다. 특히 수액에는 식물의 골격을 만드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어 뼈를 튼튼하게 해준다. 고로쇠가 골리수(骨利水, 뼈에 이로운 물)에서 유래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수액에는 식물이 성장하고 물질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당분과 단백질 등이 포함되어 있어 피로감을 해소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수액은 이온음료처럼 흡수가 빠르게 될 뿐 아니라 배설되는 속도가 빨라서 몸에 있는 독소를 빼주는 역할을 한다. 즉 수액에는 해독작용이 있어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액은 봄에 나무가 잎을 펼칠 때 가장 많이 나오는데, 이는 봄의 성장하는 기운이 수액에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피로하고 기운이 없을 때 수액을 마시면 매우 효과적이다.
예) 고로쉬나무 수액, 자작나무 수액, 다래 수액, 소나무담쟁이 수액
새싹의 효능
봄의 성장하는 기운을 수액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두터운 흙을 뚫고 나오는 새싹에서는 성장하는 기운이 아주 강하게 발현된다. 그래서 취나물, 씀바귀, 고들빼기, 두릅나무 새순처럼 봄에 나는 새순을 먹으면 춘곤증을 이겨낼 수 있고 기운이 난다. 새싹에는 성장에 필요한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오장육부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주므로 피로를 물리치고 기운을 더해주는 것이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걸음마에서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사람이나 식물이나 갓 생겨난 것은 역동적이다. 따라서 새싹을 약초로 이용한다면 삶에 역동성이 더해질 것이다.
약간의 쓴맛이 도는 새싹이 있다. 씀바귀와 고들빼기, 민들레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들 약초는 소화를 촉진하는 효능도 있다. 쓴맛에는 밑으로 내려주는 힘이 있으며 그 힘의 세기에 따라 효능의 차이가 있지만, 씀바귀처럼 약한 쓴맛은 위장에 있는 음식물을 내려주는 효능, 즉 소화시키는 효능으로 발휘된다.
예) 갈용(칡), 두릅나무, 음나무, 오갈피나무, 취나물, 씀바귀, 고들빼기, 민들레
덩굴의 효능
덩굴식물은 줄기가 위로 곧게 자랄 수 없다. 이는 큰 식물과의 경쟁에서 햇빛을 차지할 수 없게 하는 커다란 단점이다. 그래서 덩굴식물은 이웃한 식물을 감고 올라가 햇빛을 차지하려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덩굴식물은 매우 긴 줄기를 가지고 있다. 칡 덩굴, 다래 덩굴, 소나무담쟁이 덩굴이 여기에 해당한다.
덩굴식물의 생태적인 특징은 약효로 나타난다. 높은 곳에 있는 마지막 잎에까지 물을 공급해야 하므로 대부분의 덩굴식물은 수분을 소통시키는 힘이 아주 좋다. 그래서 약으로 사용하는 덩굴식물은 인체의 수분대사를 원활하게 하고 이뇨작용을 나타낸다. 덩굴식물의 줄기는 물 이외에도 대사에 필요한 물질을 이동시켜야 한다. 이는 인체의 기혈(氣血)이 막혀 통증이 생겼을 때 덩굴식물을 약으로 사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예) 으름덩굴, 다래, 소나무담쟁이, 칡
껍질의 효능
식물의 껍질은 내부의 물질이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동시에 외부에서 침입하는 균을 방어하고 상처 난 곳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껍질은 식물을 단단하게 만든다.
하나씩 살펴보자. 내부의 물질이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껍질의 역할이 약효로 발휘되면 무의식적으로 소변이 나가는 것을 막는 효능, 설사를 맞게 하는 효능,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 등으로 나타낸다. 특히 껍질을 사용하는 약초의 맛이 떫거나 시다면 더욱 그렇다(맛에 대한 설명은 2쪽 참조). 침입하는 균을 막고 상처 난 곳을 치료하는 껍질의 역할은 면역력을 강화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효능으로 발휘된다. 과일의 껍질에 면역물질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마지막으로 식물을 단단하게 만드는 껍질의 역할은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껍질을 사용하는 약초는 대부분 근골(筋骨)을 강화하는 효능이 있다.
예) 오배자(붉나무 벌레집), 오가피(오갈피나무 나무껍질), 두충(두충 줄기껍질)
가시의 효능
식물의 입장에서 가시는 방어 수단이지만 찔린 사람에게는 큰 자극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 가시가 있는 약초는 강한 자극으로 막힌 것을 소통시키는 효능이 있다. 가시가 있는 약초는 가시가 없는 약초보다 무언가를 뚫고 가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혈(氣血)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여 생기는 통증질환에 효과를 발휘한다. 이것은 같은 종 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인데, 가시가 없는 오가피보다 가시가 있는 가시오가피의 효능이 더 강하다는 것이 한 예가 된다.
예) 해동피(음나무 줄기껍질), 발계(청미래덩굴뿌리), 창이자(도꼬마리 열매)
잎의 효능
식물의 잎에서 일어나는 일을 생각해보자. 잎에서는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교환된다. 즉 호흡작용이 일어난다. 인체에서 호흡을 하는 곳은 폐와 피부이다. 따라서 잎을 사용하는 약초는 폐질환이나 피부질환에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잎에서는 수분이 증발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인체에 적용한다면 발한작용에 해당한다. 몸에서 땀이 나는 것은 열(熱)을 배출한다는 뜻이기도 해서 발한시키는 약초는 대부분 해열작용이 있다. 결국 잎을 사용하는 약초를 복용하면 몸에 있는 열(또는 염증)이 내려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잎에서는 광합성이 일어난다. 물과 이산화탄소, 햇빛을 이용해서 녹말을 포함하여 각종 물질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잎을 사용하는 약초를 복용하면 몸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물질대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음식을 소화시키는 데 필요한 물질을 만들 때나 간에서 물질을 합성하는 데 영향을 준다. 그래서 잎을 사용하는 약초는 피로감을 해소하는데 일부 기여하는 바가 있다.
예) 상엽(뽕나무), 자소엽(소염)
꽃의 효능
꽃은 생식기관이다. 젊은 남녀가 그렇듯이 짝을 만나기 위해서는 열심을 내야 한다. 꽃은 화려한 빛깔과 향기로 상대를 유혹하기로 했고, 다행스럽게도 홀딱 넘어가는 이들이 있어 매년 반복되는 자손(씨앗) 생산에 지장은 없다. 사람도 꽃의 화려함과 향기에 빠져드는데, 이것을 약효로 표현한다면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 또는 '답답한 마음을 풀어주는 효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문가들은 기(氣)를 다스린다고 해서 '이기(氣)', 막힌 기를 돌린다고 해서 '행기(行)'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렇듯 꽃을 사용하는 약초는 기분을 풀어주고 신경을 안정시키므로 대부분 신경성 질환에 사용된다. 그리고 신경이 안정되면 위장도 편안해지기 때문에 위장질환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 홍화(잇꽃), 감국
열매의 효능
식물은 자연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매를 준다. 물론 열매를 먹는 이에게 자신의 소중한 씨앗을 퍼뜨려 달라는 속마음을 숨기고 있다. 속마음을 몰라도 상관은 없다. 달고도 시큼한 열매를 먹으면 몸에 기운이 솟고 정신이 번쩍 든다. 작은 열매일수록 신맛이 강하고 큰 열매일수록 단맛이 강하다. 신맛은 안으로 수렴시키는 힘이 강하여 열매를 단단하게 한다. 이는 아직 열매가 익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반면 단맛은 이완시키는 힘이 강하여 열매를 무르게 한다. 이는 열매가 완벽하게 익었다는 증거이다. 따라서 신맛이 남아 있는 열매를 약으로 사용하면 수렴시키는 힘을 얻겠다는 뜻이고, 단맛이 강한 열매를 약으로 사용하면 이완시키는 힘을 얻겠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신맛이 강한 산사를 약으로 사용하면 위장의 수축력을 강하게 하여 소화를 촉진하는 효능을 얻는다. 반면 단맛이 강한 대추를 약으로 쓰면 신경을 안정시키고 몸을 이완시키는 효능을 얻게 된다. 물론 신맛과 단맛이 섞여 있는 열매가 많아서 두가지 효능을 모두 얻을 수도 있다.
예) 대추, 용안육(무환자나무), 상심자(뽕나무), 산사(산사나무)
씨앗의 효능
씨앗에는 영양소가 풍부할 뿐 아니라 식물의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씨앗을 보관했다가 1,000년 후에 심으면 씨앗에서는 보이지 않던 거대한 식물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씨앗을 약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식물 전체를 섭취하는 것과 다름없다. 영양소로 표현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미네랄, 효소, 섬유질, 식물성 약 성분이 씨앗에 모두 들어 있다. 그리고 이들 영양소를 기반으로 발아시키는 기술(에너지)도 씨앗에 있다. 씨앗을 약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몸이 극도로 허약해졌을 때이다. 영양분이 부족해 몸의 기능이 약해졌을 때 씨앗을 약으로 사용하면 몸을 회복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생각해보면 삼시 세끼 밥상에 오르는 주식(主食)은 쌀이나 콩 같은 씨앗이라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다.
몸이 극도로 허약해졌을 때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곳은 생식기이다. 생식기는 말 그대로 생식(生殖)에 필요한 장기이지 생명(生命)에 필요한 장기는 아니다. 남녀 모두 생식기를 제거하더라도 담장 죽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몸이 극도로 허약해지면 당장 생명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생식기에는 에너지를 보내지 못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몸을 크게 보(補)하는 효능을 가진 씨앗 약초가 생식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토사자, 차전자, 오미자 같은 씨앗 약초는 틀없이 생식기능을 강화하는 효능을 지니고 있다.
예)토사자(실내산), 차전자(질경이), 오미자
뿌리의 효능
식물의 뿌리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영양분을 저장하는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땅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역할이다. 영양분을 저장하는 역할은 몸을 보(補)하는 약효로 발휘되므로 인삼이나 황기처럼 보약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뿌리가 보약일 수는 없다. 세신이나 위령선처럼 가느다란 뿌리는 보약으로 쓰지 않는다. 대신 가는 뿌리는 줄기처럼 막힌 것을 소통시키는 힘이 좋아서 통증질환에 주로 사용된다.
뿌리의 두 번째 역할은 땅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이는 영양분을 흡수하는 위장을 돕는 약효로 발휘된다. 그래서 뿌리 약초는 대체로 위장질환에 쓰인다. 특히 전분을 많이 포함하는 백출이나 산약은 위장을 튼튼하게 보(補)하고 소화를 촉진하는 효능이 아주 좋아서 위장질환에 빠지지 않고 사용된다.
예) 산약(마), 백출(삽주), 창출(모창출), 인삼, 황기, 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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