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건축사등산동호회 시약산 산행기
오늘은 부산 시약산에서 전국건축사등산동호회 행사가 있는 날이다.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 아침 일찍 6시 출발을 했다. 판교에서 기다리던 백건축사가 탑승을 하자 총무가 행사 진행을 시작하며 서울건축사등산동호회 안회장과 서울건축사회 김재록 회장의 인사말을 청해 들었다.
이번에는 행사 공지 메시지를 받고 시간을 낼 수 있을지 망설여졌다. 요새 진행중인 논문이 있어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오랬만에 열리는 대회에서 전국각지의 회원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새로운 장소에서 내용을 새롭게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오가는 차 안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적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7시 40분 청남대 휴게소에 들러 다시 출발한 차창 밖으로 지나는 고장의 산과 마을들이 언듯언 듯 나타났다. 단풍이 물든 산들이 안개와 햇살에 산란되어 그윽한 정취가 풍겨졌다. 평소 맑은 날 사물이 뚜렷히 보일 때와 다른 엷은 수채화 톤의 그림같은 모습이었다. 공간의 깊이도 더욱 깊어 보였다.
10시 40분 시약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아닌 도로여서 일행이 내라지마자 버스가 빈 차로 이동을 했다. 예전 같은면 오르려는 산 입구 너른 주차장에 전국 각지에서 온 버스가 열지어 서 있곤 했었다. 그리고 각지의 회원들과 입구에서 인사를 나누며 함게 오르기도 했다.
정자 뒤쪽의 등산로로 산을 오리기 시작했다. 당초 구덕산을 오른후 시약산을 겨쳐 가기로 했었는데 오늘은 행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 코스를 조금 단축해 가기로 했었다. 조금 가다보니 구덕산 이정표가 나왔다. 황대장이 구덕산을 들러가도 거리가 그리 차이가 나지 않을테니 들러 가자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앞서 올랐다. 오름길 옆에서 여자 한 분이 수북히 쌓인 낙엽을 헤치며 무엇인가 찾고 있었다. 내가 뭘 찾느냐고 물으니 도토리를 찾는다고 했다. 조금 오르다 보니 구덕산 유아 숲 체험관이 나왔다. 그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며 곱게 물든 단풍이 보였다. 다시 조금 더 오르니 포장길이 나왔다. 도로옆 표지판에 거리도 2km가 넘게 나타나 있었다. 마주오는 등산객에게 물으니 정상 가까이까지 도로가 나 있다고 했다. 산을 직접 오르는 등산로가 없냐고 물으니 포장도로를 걸어 오르게 되어 있다고 했다. 산을 포장길로 걸으려니 걸음이 팍팍하게 느껴졌다.
한참 직진해 오르다 좌측으로 굽어오르는 지점에서 다른 분에게 다시 길을 물었다. 그런데 뎦쪽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오긍균 전 회장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니 충북 회원들이 정자위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내가 올린 산행기에 늘 댓글로 인사를 나눠온 최동철 건축사는 전보다 얼굴이 더 좋아보였다. 전에 몇 번 서울과 충북 회원들이 연합산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지역 양조장에서 말통에 막걸리를 사오기도 했었다. 부부가 참석한 회원도 많았다. 언제 보아도 회원간의 정이 돈독해 보인다.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하고 다시 앞서 구덕산을 올라갔다. 우측으로 멀리 시야가 트이며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펼쳐보였다. 포장 길 막바지에 이르니 기상관측소가 나타났다. 거기서 정상이 아주 가까웠다. 우측 봉우리 위로는 천문대 같은 돔이 씌워진 건물이 보였다.
구덕산 정상 쪽으로 산길을 들어섰다. 마치 봄철을 만난 것처럼 진달래가 핀 곳이 보였다. 식물들은 기후 상황에 따라 꽃을 피울때를 감지할 것 같았다. 요새 포근한 날씨가 지속되어 꽃을 피운 것 같았다. 11시 27분 구덕산 정상에 올랐다. 먼저 온 다른 일행들이 정상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기서 사방으로 시선이 트여보였다. 특히 서쪽에 위치한 승학산과 바다와 이어지는 낙동강 하구가 어우러진 모습이 정취를 자아냈다.
급히 화구를 펼쳐 그 모습을 스케치를 시작했다. 잠시 후 우리 회원들이 충북 회원들과 함께 올라왔다. 회원들과 단체 사진을 찍은후 일행이 먼저 출발했다. 내가 얼른 마무리하고 뒤따라 가겠다고 했다. 안개가 끼어 승학산 너머 섬들이 희뿌옇게 보였다. 그 뒤쪽으로는 잘 분간 할 수가 없었다. 승학산을 중경에 두고 멀리보이는 원경을 희미하게 그렸다. 그리고 앞쪽의 갈대와 교목들을 근경으로 나타냈다.
주변에서 일행이 자리를 잡고 식사하는 소리가 들렸다. 빨리 마무리 하고 뒤따라 가려고 생각하는 사이 일행이 다시 길을 떠났다. 스케치를 마치고 시약산으로 향했다. 관측소 옆으로 돌아들어 가다보니 잠시 후 정자가 보였다. 정자란 원래 주변 풍광이 잘 보이는 곳에 지어서 거기에 오르면 멋진 풍광이 보일 것 같았다. 정자에 사람들이 앉아 과일을 먹다 나에게 올라와 함께 먹자고 했다. 아까 구덕산 정상에서 사진을 찍어준 분들이었다.
갈길이 바빠서 둘러보고 바로 이동해야겠다고 하니 정자 난간 너머로 과일 한쪽을 권했다. 천문대 옆으로 돌아가니 낙동정맥길 과 시약산 정상 표시가 보였다. 시약산 정상은 30m 거리에 있었다. 전에 걸었던 낙동정맥 길에 다시 들어서니 13년전 걸었던 감회가 일었다. 그 때는 태백산에서 낙동정맥이 끝나는 부산 다대포 몰운대까지 혼자서 하루 40km 정도씩을 걸었다.
아주 깜깜한 새벽에 혼자 들머리에 들어 길을 찾으며 험준한 산길을 하루종일 걸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종일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할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길을 묻거나 목이 말라도 물을 얻어마실 수도 없다. 다시 밤이 되어도 아직 갈길이 10km나 남아 있을 때도 있었고 먹구름이 몰려오며 돌풍이 일때도 있었다. 그때로부터 벌써 13년이 지났다. 나 스스로도 대단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리고 가끔 그 때를 떠올리며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때도 있다. 내가 변하지 않은 것 같아도 삶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게 마련일 것이다. 그래도 그 때의 경험이 건강과 삶에 많은 자신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1시 18분 시약산에 도착했다. 구덕산에서 거리가 아주 가까웠다. 아까 구덕산으로오르면서 보이던 천문대가 있던 봉우리가 바로 이곳이었다. 거기서 영종도 등 바다에 면한 부산의 명소들과 항구가 펼쳐 보였다. 그야말로 부산의 면모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위치였다. 그리고 바라보이는 풍광에서 부산 특유의 입지가 느껴졌다. 부산은 분지 지형인 서울과 달리 산지로 된 곳이 많다. 크고 작은 산 봉우리들이 굽이굽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사이사이에 각각의 장소성을 띠며 건물이 들어서 전체적으로 대도시를 이룬다. 그리고 산과 강, 바다, 도시가 어우러진 인상을 갖추게 되었다.
행사 시간을 의식해 망설이다 그 풍광을 스케치 했다. 내림길이라 아주 빠르게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시간을 의식해 빠르게 농담으로 앞뒤로 펼쳐보이는 산세와 섬들의 원근감을 나타내고 항구의 특징과 건물들을 그렸다. 그리고 서둘러 짐을 챙기고 하산을 시작했다.
올라오는 사람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빨리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행사장인 삼성여고로 가는 길을 그 분이 가르쳐 주었다. 그 말을 듣고 쏜살같이 걸음을 옮겼다. 우측 승학산 쪽 낙엽이 진 가지에 붉은 마가목이 꽃송이처럼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다가 갈림길이 나올때마다 다시 길을 물고 지도상의 경로를 확인했다.
가다보니 지도상에 있는 박씨묘가 나타났다. 좌우로 갈라진 길에서 지나던 등산객이 알려준 우측길로 들어섰다. 사찰 부근 게단길을 내려서라고 했다. 시간의 촉박함을 느끼면서 빠르게 걸어갔다.
내려가다 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10분 후쯤 도착하겠다고 했다. 아까 시약산에 있을때 전화를 받은 이철식 건축사도 기다릴 것 같았다. 빈 택시가 올라와 그 차를 타고 행사장인 삼성여고로 갔다. 교정 안으로 들어가니 운동장에 쳐 놓은 천막들이 즐비해 보였다. 그런데 행사가 막 끝나고 각지 회원들이 다시 운동장에 서 있는 버스로 이동하고 있었다.
맨 앞에 서 있던 서울회원 버스 앞에 일행이 보였다. 아까 전화를 받은 이철식 건축사에게 전화를 거니 저쪽에서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가까이 다가왔다. 행사때마다 반갑게 만났던 창원의 신종복, 김진수, 조성복 건축사도 함게 만나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김진수 김해지역 전회장과 이철식 건축사는 내가 낙동정맥 단독 종주를 마치는 날 종착지인 몰운대로 나와 축하를 해 주었었다.
"두 분과 함께 축하의 잔을 든 다음 다시 혼자서 마지막 위치를 찾아 해안을 따라 걸어갔다. 한 걸음도 빠짐 없이 맨 끝 지점까지 가려고 생각했다. 다가오는 분에게 불어보니 갈수는 있는데 위험하다고 했다. 한걸음 한 걸음 나아가 끝 지점으로 걸어갔다. 절벽을 오르니 아름다운 경치가 보였다. 절벽을 내려서 맨 끝 지점 바닷가로 나아갔다. 바다의 수평선이 보였다. 형체가 다 사라지고 걸을 산도 높이도 없었다. 이제 더 걸을 곳이 없었다. 낚시하고 있던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부탁했다. 이제 정말 끝 지점이었다. 앞쪽으로 바라보이는 것은 바다뿐이었다. 거기서 망막한 수평선을 바라보며 지나온 긴 여정에 대한 상념에 잠겼다. (20101001)"
아쉬운 걸음을 돌리며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잠시 후 전국 회원들이 각지역별로 버스를 타고 출발했다. 행사장에 아직 남은 사람들은 작별 인사를 하고 행사 뒷마리를 하기도 했다.
차에 올라 회원들에게 들으니 행사장에서 식사를 충분히 못한 회원들이 꽤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갈치 시장 횟집에 들러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고 했다. 나도 산 위에서 오전에 차에서 나눠준 김밥 남은 것만 먹은 터라 시장끼가 느껴졌다.
3시 27분 유명한 자갈치 시장 주차장에 도착했다. 전부터 부산을 갈때는 그 지역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로 여기고 꼭 들르곤 했었다. 6.25때 피난살이 시절부터 오랫동안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배인 곳이어서 그런지 이곳에 오면 애틋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먹거리에서 지역 체취를 느낄 수도 있다. 주차장으로 마중나온 주인을 따라 수산시장 회샌터 2층으로 올라갔다. 미리 상차림이 되어 있었다.
해삼 멍게부터 시작해 회와 생선 조림, 매운탕까지 차례대로 푸짐하게 차려주었다. 일행들이 값도 싸고 푸짐하다며 이곳을 소개한 손고문 덕분이라고 했다. 여느때 산행 뒤풀이와 달리 시간도 느긋한 마음으로 에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날 무렵 다른 지역 일행과 인사를 나누던 서울건축사회 김회장이 돌아와 건배를 하며 저녘 값을 냈다.
5시 45분 자갈치 식당을 나와 부산을 출발했다. 나오는 길에 차창 밖을 보니 전에 왔을 때 보았던 자갈치 시장 거리 모습이 보였다. 유명한 부산어묵 가게도 보였다. 다시 귀경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중간에 쉰 선산 휴게소에서 버스 기사가 서울 가까이 가면 어차피 막힐판이니 천천히 출발하나 매한가지일 거라고 했다. 그래도 다행히 차가 막히지 않아 10시 15분 양재역에 도착해 긴 하루 여정을 마쳤다.
(20221112)
첫댓글 순간순간을 표현한 스캐치와 산행기를 올려 주셔서 감사드리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항상 건강을 유지하시면서 다음 산행때 만나기를 기약드립니다.^^
오랫만에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더 밝고 활기찬 모습 뵙기 좋았습니다.
다음 산행때 다시 뵙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산행후기 감상 잘했습니다 행사를 진행한 사무총장 심재창 입니다 식사를 충분히 준비한다고 했는데 식사를 못했다고 하니 미안합니다
산행 하면서 스케치도 하고 대단하십니다. 먼길 오신다고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행사 치루시느라 소고 많으셨습니다.
식사가 조금 부족했다고 하신 분도 있긴 했는데 오히려 자갈치 시장에서 회를 더 맛있게 먹을수 있었습니다.^
늘 좋은날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올만에 전국회원들을 뵙는날이라 설레이게 참여해서 반가운님들 얼굴보니 반가웠습니다
특히 김건축사님을 건강하게 뵙고 산행에서의 스케치도 같이 감상할수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산행에서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
건강하시길..
충북건축사회와 서울건축사등산동호회 월악산 연합산행에서 처음 뵌 후로 오랫동안 변함없이 우의로 대해주신것을 감사히 생각합니다.
좋은 모습 다시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