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의 중립성·공정성 저해행위
입주민들의 해임여부 판단에 영향
[아파트관리신문=이인영 기자] 입주자대표회장 해임사유 및 소명자료에 선거관리위원회가 의견을 담아 게시·공개해 선관위의 중립성·공정성을 저해했다면 입주민들이 회장의 해임여부를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쳤으므로 그 해임투표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민사부(재판장 김연우 부장판사)는 최근 경북 구미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 B씨가 이 아파트 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입주자대표회의 대표회장 직위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2016년 7월 실시된 대표회장 해임투표는 무효임을 확인한”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B씨는 2015년 4월 이 아파트 동대표로 선출됨과 동시에 2년 임기의 대표회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이 아파트 대표회의는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민들로부터 B씨에 대한 해임요청서를 접수받아 2016년 6월 정기회의에서 ▲CCTV 설치시 대표회의 의결절차 거치지 않음 ▲개인적으로 소장 교체 요구함 ▲경비원으로부터 공고문 가로채 선거관리업무 방해 등 이유로 선거관리위원회에 해임절차 진행을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이에 선관위는 2016년 7월 B씨에게 해임사유에 대한 소명을 들었고, 이후 ‘입주자대표회장 소명 및 선관위 입장’이라는 공고문을 게시, 이 공고문에는 7가지 해임사유에 대해 B씨가 소명한 내용과 선거관리위원회의 반박 내용이 함께 기재돼 있다. 또한 ‘종합의견’이라는 제목으로 선관위의 공고문을 게시했고, 이후 B씨에 대한 해임투표에서 투표자 과반수가 찬성해 B씨에 대한 해임안건이 가결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아파트 선거관리위원회는 원고 B씨에 대한 해임투표 사무를 불공정하게 진행한 절차상의 잘못이 있다”며 “이러한 잘못이 입주민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투표를 방해해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함으로써 해임결의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해임사유 및 해임 요청 대상자가 제출하는 소명자료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입주자 등에게 이를 미리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해임사유 및 소명자료의 당부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없다”며 “선거관리위원회가 당사자로부터 해임사유 및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공개할 때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양측의 의견을 공평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이 아파트 선관위는 해임요구서에 적시된 해임사유가 아닌 관리규약 개정과 관련된 문제, 자작나무 제거 및 쓰레기봉투 배부와 관련된 입주민들의 불만사항 등에 대해서까지 원고 B씨에게 소명을 요구했다”며 “이에 대해 관리규약 개정과 일반관리비 부과가 적법하다는 취지로 원고 B씨가 소명하자 선관위는 ‘사전 부과이므로 불법’이라며 소명내용을 반박했다 ”고 설명했다.
또한 “선관위는 원고 B씨의 각 소명내용에 대해 ‘세탁소 앞 CCTV 설치가 대표회의 의결 없이 진행해도 되는 만큼 긴급 사안인지 의심스러운 사항임’, ‘대표회장 개인 생각임’, ‘대표회장 자질이 의심되다’라는 등으로 선관위의 의견을 개진했다”며 “‘종합의견’이라는 제목 하에 원고 B씨가 소명절차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고 회장으로서의 책임도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선관위가 이같은 내용으로 공고문을 작성, 게시한 행위는 객관적·중립적 입장에서 원고 B씨의 소명내용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직접 소명내용의 당부 또는 원고 B씨에 대한 해임사유의 존부를 판단하고 이를 입주민 등에게 알리는 것으로, 선관위의 중립성·공정성을 현저히 저해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공고문의 내용은 입주자들이 원고 B씨에 대한 해임여부를 판단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 B씨의 청구는 이유 있다”며 “2016년 7월 실시된 입주자대표회장 해임투표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한편 대표회의는 이같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