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감수성이 긴장 상태에 있는가 표현에 대한 사무치는 욕구가 내재해 있는가 표현 욕구의 정점을 표현할 최초의 언어를 찾았는가 표현욕구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체험과 연결된 것인가 표현욕구를 대신할 형태를 찾았는가 가끔은 일상과의 결별을 하는가
시창작 요령 제재: 포장마차 형상화 전 형상화 후 죽고 싶다
신명난다
고독하다
쓸쓸하다
영자를 사랑한다
깨뜨려 다오. 이 술잔을 쨍그렁 깨뜨려 다오
푸른 불이다. 파아랗게 타오르는 푸른 불이다
어둠 속에 카바이트 불이 켜져있다
밤 12시에서 1시로 넘어가는 양재동 로오타리 택시도 끊긴 정거장 부근 포장마차 도마 위 칼이 놓여있다 가지런히 다듬어진 푸른 파가 놓여있다
빈 의자 하나 놓여있다 탁자 위엔 꼬치에 꽂힌 참새들이 놓여있다
1) 유리 잔에 담겨 놓여있다 깊은 밤 위스키 잔에 담긴 내가 영자의 방 침대 곁에 놓여있다
2) 나는 포장마차다 바람이 불 때마다 펄럭이며 영자 영자를 부른다
포장마차여, 찌그러진 의자와 오뎅국물을, 석쇠 위에서 익어가던 꽁치를 푸른 불을 두고, 포장마차여
가스등불을 카바이트같은, 소주같은 캄캄한 포장마차를 홍당무같은, 잘게 다진 푸른 파같은 소주같은 날들을, 그냥 거기에 두고 나이 50의 의자여 이제는 망가져버려 앉을 수도 없는 포장마차, 발이 시린 포장마차 ―이건청「코뿔소를 찾아서 -포장마차」
연습) 시적 상상력 훈련 대상에 대해 가급적 구체적이고 다양한 이미지 찾기
과제) 지배적 이미지 만들기 예) 비 장마비가 뚝을 무너뜨린다 가문비 나무가 비에 젖는다 우비를 입고 길을 걷는다 … … … 이와 같이 100개를 만든 다음 10~20개를 골라 사랑 이야기가 되도록 치환한다. 그리하여 「우리들의 사랑은」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정리한다.
1. 정서적 어법
나즉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잿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노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변영로「봄비」중에서
윗 시에서 시적화자가 노래하는 것은 '봄비'이다. 그러나 화자는 대상에 대해 어떠한 객관적 정보도 보여주지 않는다. 화자는 대상에 대한 주관적 정서적 반응(심리적 반응)만을 보여준다. 시적 어법은 이러한 점에서 실증성의 원리를 초월하는 어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화자의 언어는 지시물도 청자도 지향하지 않는다. 정서적 언어에서는 언어를 내포적으로 사용하며, 그러한 언어사용을 사이비 진술이라고 한다.
2. 상상적 어법
대상을 일상적 논리나 사고체계에 의해 생각하지 않고 일상 세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어떤 다른 세계를 마음 속에 그리는 일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일상적 사물에서 다른 것을 유추하는 사고 행위이다. 여기에는 과거의 경험을 재생하는 재생적 상상력과 과거의 경험에서 유추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창조적 상상력이 있다.
무엇인지 보내면서 기다리는 눈동자여
無形한 것이여, 네가 胚胎하는 자세는
주변에서 끊임없이 성장하는 공간…… 손짓……
텅 빈 배경 하늘과 땅 사이에 남겨진 窓 이름없는 문패여 ―이희철「洞口」
‘洞口’란 들어오는 길목의 첫머리이다. 시인은 일상세계의 사물인 ‘洞口’에서 일상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들(눈동자, 손짓, 창, 문패) 등을 떠올린다. 이것이 상상의 논리이다.
3. 구조적 어법
가는 길 김소월
…前略…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제목을 ‘行路’라고 하지 않고 굳이 ‘가는 길’이라고 한 것은 ‘가’의 ‘ㄱ ’과 ‘길’의 ‘ㄱ'이 어울려 독특한 효과를 거두기 위함이다. 이런 현상은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에서 ’ㅎ‘운에 의한 두운으로도 나타난다. 아울러 ’ㄹ'음을 많이 사용하여 활음조euphony 현상을 빚게 하고 따라서 흐름의 세계, 강물의 세계에 어울리게 하고 있다. 결국 시적어법은 언어기호에 주목하면서 언어를 사용하는 것, 일상적 어법을 낯설게 하는 것, 무카졸프스키에 의하면 일상적 어법을 뒤로하고 시적 어법을 전경화하는 것이다.
리듬rhythme이란 무엇인가
티니아노프에 따르면 시를 구성하는 기본요소는 리듬의 패턴이다 고 정의한다. 우주현상이 반복이듯이 리듬은 모든 생명의 본질이다.
내 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 우에 오날 하로 하날을 우러르고 싶다 보드레한 에메랄드 얕게 흐르는 실비단 하날을 바라보고 싶다 ―김영랑「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중
동일한 어미활용이 반복된 예 아래와 같은 시에서는 리듬이 낱말의 반복, 어귀의 반복, 어절의 반복, 두운의 반복 등에 의해서 창조되기도 하지만, 종결어미의 반복에 의해 창조되기도 한다.
넙적다리 뒷살에 넙적다리 뒷살에 알이 빼라지 손에서는 손에서는 불이 나라지 수챗가에 얼어빠진 수세미 모양 그 대신 머리는 온통 미역 움직이지도 않는다지 그래도 좋아 그래도 좋아 ―김수영「쌀난리」중
동일한 낱말, 낱말의 동일한 형식, 어절의 동일한 형식이 리듬을 창조한 예 아래 시는 김수영의 작품으로 일본인 糞三寸待라는 허구적 인물을 풍자하는 시이다.
지금도 岩波를 읽는 저 체 게바라의 心醉者이며 마찬가지로 云島의 追從者이며 마찬가지로 孫文의 崇拜者이며 마찬가지로 反戰主義者요 도미노主義者요 日曜畵家이며 丸紅株의 株主이며 奈郞學校 出身이며 家風 家訓이 극성스러운 저 「아까 뀌고 또 뀌고」인데다 그 위에 나라에선 국책으로 禁糞法 禁糞令을 내려 「죽도록 처먹어라 죽도록 싸지 마라」는 구호까지 내건지라 쵸콜렛, C. 레이션, 커피, 위스키, 설탕, 과자, GI 精液, GI 발씻은 물, GI 똥오줌, GI 쓰레기통에서 나온 빵부스러기, 꿀꿀이죽, 닥치는 대로 줏어다 놈의 아가리에 어거지로 짓쑤셔 넣고 조선 놈 창자湯, 팔다리 고기스틱, 월남 놈 대가리 요리, 태국 놈 엉덩이살 육회, 대만 계집 子宮 소금구이, 말레이시아 영감 근육 삶은 것, 불란서년 코, 독일 놈 땀, 화약, 고무 바퀴, 녹슨 대포, 부서진 탱크, 망가진 비행기, 구리, 돌, 금, 은, 망강, 수은, 유황, 플라스틱, 合成수지, ―김지하 담시「糞氏物語」중
합성어의 반복에 의한 리듬 창조의 예
흰달빛 紫霞門
달안개 물소리
대웅전 큰보살
바람소리 솔소리
범영루 뜬그림자
흐는히 젓는대
흰달빛 紫霞門
바람소리 물소리 ―박목월「불국사」
동일한 어구의 형식과 동일한 어절의 형식이 반복된 예 아래의 시는 2음보 격에 힘을 입고 있으며, 부사구와 부사절이 반복됨으로써 리듬이 창조되고 있다.
별안간 따분해 (부사구) 찾아간 게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별안간 천둥이 쳐 (부사절) 비가 내려 (부사절) 꽃잎이 떨어져 (부사절) 찾아간 게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그런 게 아니다 별안간 너래도 (부사구) 만나고 싶어서 (부사구) 기막힌 치욕이 와락 나를 깨물고 ―이승훈「별안간」중
부사절이 중심이 되어 리듬을 창조한 예
바위는 푸념을 듣지 않고 바위는 잔소리를 듣지 않고 바위는 잠꼬대도 하지 않고
산으로 가는 길을 막고 바다로 가는 길을 막고 하늘로 가는 길을 막고 집으로 가는 길을 막고 선 바위는 ―박의상「바위는 저의 길을 가로 막는다」중
서술문의 반복으로 리듬이 창조된 예 (조건절+ 주어+ 서술어)
내가 웃으면 모두가 웃음으로 돌아왔다. 내가 걸어가면 모두가 따라왔다. 하늘 속에 화살을 쏘아 올리면 지상의 모두는 하늘 속으로 뛰어 올랐다. 내가 사도 신경을 외우면 일체의 붉은 惡魔가 겨울 헛간의 구석으로 몰려섰다가 반추하는 황소의 힘을 뽑는다. 내가 노래할 때 세상은 노래 속에 잠기고 고귀한 생명이 하나 탄생한다. ―박이도「메아리」중
명령문의 형식이 반복되어 리듬을 창조한 예
그대 가거든 오지 말거라. 그대 기다리는 하늘과 땅 사이 눈이 내린 바람은 자거라. 겨울이 가고 봄이 가고 다시 또 봄이 와서 새야 새야 파랑새야 낢두네에 녹두꽃이 피고 해 저무는 하늘과 땅 사이 그대 한 번 가거든 가거든 오지 말거라. ―김춘수「眉目」중 (眉目이란 눈썹과 눈이라는 뜻이지만 미목이 수려하다는 말이 암시하듯 얼굴을 뜻한다.)
기타 청유문이나 감탄문이 반복되는 경우
구름 발바닥을 보여다오 풀 발바닥을 보여다오 그대가 바람이라면 보여다오 별 겨드랑이를 보여다오 별 겨드랑이의 하얀 눈을 보여다오 ―김춘수「들리는소리Ⅱ」중
시 읽기 감성훈련- 깊이 있게 읽어 보기
고향 박용래
눌더러 물어볼까 나는 슬프냐 장닭 꼬리 날리는 하얀 바람 봄길 여기사 부여, 고향이란다 나는 정말 슬프냐
폐광촌을 지나며 이건청
고한읍 어딘가에 고래가 산다는 걸 나는 몰랐다. 까아맣게 놀랐다. ‘사북사태’ 때도 그냥 어용노조만 거기 있는 줄 알았다. 혹등고래가 산 속에 숨어 탄맥을 쌓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냥 막장인줄만 알았다. 고래가 사는 줄은 몰랐다. 역전 주점, 시뻘겋게 타오르는 조개탄 난로의 그것을 불인줄만 알았다. 카지노 아랫마을 찌그러진 주점에서 소주잔을 들어올리는 사람들의 한숨인 줄만 알았다. 검은 탄더미인 줄만 알았다. 그냥 석탄인 줄만 알았다. -(문창반3주차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