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그라스, 똠얌꿍의 재료
황 인 찬
똠은 끓인다는 뜻, 얌은 새콤하다는 뜻 꿍은 새우 레몬그라스는 똠얌꿍의 재료 혼자서 먹었어요 망원동의 골목에서요 여름이었고, 밤이었고, 너였고, 무한하게 펼쳐진, 나랑은 무관한 별들이었고, 새콤한 게 더운 날에는 딱이니까 향긋한 파 같은 레몬그라스 쑥갓을 닮은 고수 이 시는 겨울에 생각하는 여름밤에 대한 시, 출출한 밤이 오면 생각나는 시 똠은 끓이고, 얌은 새콤하고, 입맛 없을 때 아주 좋은 시, 놀 거 다 놀고, 먹을 거 다 먹고, 그다음에 사랑하는 시 상상만 해봤어요 밖에 눈이 와서요 따뜻한 우동 국물이 생각나는 밤이라서요 똠은 끓인다는 뜻, 얌은 새콤하다는 뜻 꿍은 새우 레몬그라스는 똠양꿍의 재료 뜻이 있다고, 없다고, 누가 자꾸 말하고
사랑을 위한 되풀이 - 예스24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기존의 시적 전통을 일거에 허무는 개성적인 발성으로 평단은 물론이고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황인찬 시인의 세번째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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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비 / 2019
구관조 씻기기
이 책은 새를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새를 다뤄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비현실적으로 쾌청한 창밖의 풍경에서 뻗어 나온 빛이 삽화로 들어간 문조 한 쌍을 비춘다 도서관은 너무 조용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마저 실례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어린 새처럼 책을 다룬다 “새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새는 스스로 목욕하므로 일부러 씻길 필요가 없습니다.”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읽었다 새를 키우지도 않는 내가 이 책을 집어 든 것은 어째서였을까 “그러나 물이 사방으로 튄다면, 랩이나 비닐 같은 것으로 새장을 감싸 주는 것이 좋습니다.” 나는 긴 복도를 벗어나 거리가 젖은 것을 보았다
〈황인찬 시인〉
구관조 씻기기 - 예스24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한 이후 2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지면을 통해 그 개성을 인정받아 온 황인찬 시인의 첫 번째 시집 『구관조 씻기기』가 민음의 시로 출간되었다
'제31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황인찬 시집 〈구관조 씻기기〉 민음사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