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고국5천리 자전거 장정[3-24] 말이 없는 대구!
제 24 일차 7월 12일 토요일 : 하양 - 대구
[소리 없는 유니버시아드]
어제는 일찍 숙소를 잡았다 비가 오기도 했지만, 대구 코 밑까지 다가 왔기 때문이었다. 하양이라는 소읍인데 의외로 자전거가 많다.
* 시내로 들어 오니 호루라기를 불일이 더욱 많아졌다. *
대구에 들어오니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전국 어느 도시를 가나 누구도 대구의 U대회를 물어봐도 모르고 관심도 없더니, 다 돌아서 경상북도 울진의 평해에 와서야 파출소 게양대에 걸린 U대회의 깃발을 보았었는데, 대구는 시내의 육교와 전봇대에는 U대회를 알리는 프랑카드와 깃발이 걸렸고, 그 외에도 여기저기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가 있었다.
뿐만아니라 시민들로부터는 빈소리 만은 아닌듯한 "중국에서 유니버시아드 선전을 하러 와 주어 고맙다"는 말씀도 간간이 듣고 기쁨을 느끼기도 하였다.
이미,
대구시의 관계자로부터 지하철 사고로 인하여 대구자체에서도 홍보를 못하였는데, 중국에서 이렇게 홍보를 하기 위하여 와주어 고맙다는 인사는 받았었는데...
[이 - 메일]
정보화 시대가 되고 수 많은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루를 열고 닫는다. 모든일은 컴퓨터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우리같이 아나로그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불편(?)하기도 하다.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메일 주소는 가지고 있다. 나 역시 매일 열어 보던 습관이 있어 올 소식이 없는데도 메일을 열어보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듯하다. 장정을 떠나고 나서 몇 번이나 PC방에 가서 메일도 보고 홈도 둘러 보고 싶었지만, 자전거를 타느라고 지친 몸이 따라 주지를 못하여 못 갔는데, 속초의 대포항에서 한번 갔었다.
내가 가입한 자전거 동호회의 회원인데, 이번 장정에 부분적으로라도 참가를 하고 싶다고 했었던 별명을 "사자새끼"라고 쓰는 분이었는데, 어디 있는가고 꼭 연락을 달라면서 여러날 전에 보낸 메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그 분이 사는 광주를 지나 왔음을 알고는 몹시 섭섭해 했는데...
다음날이 대구 입성이기에 더구나 내가 가입한 자전거 동호회의 많은 회원들이 대구에 있는 관계로 혹시나 만날 수가 있지 안을까?하는 기대로 메일을 열어 보았는데... 아무도 없었다.
내가 가입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컴퓨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여 인라인상으로 접속을 거의 못하였고, 더구나 해외에 사니 모임에는 한번도 나간 적이 없는 관계로 그다지 거시기한 연은 없는 모임이었다.
하지만 나는 두 번의 자전거 장정을 열심히 그 까페의 게시판으로 담아 날랐고, 더구나 나의 책 "자전거 탄 풍경"이 출판이 되어 알렸음에도 그 까페에서 어느누구도 축하의 말을 해주지 않은 괘씸하기도 한 까페이기도 하다.
[고독한 마무리]
곧 바로 대구로 진입을 하였지만, 페달을 돌리는 발이 무겁다. 우리를 환영해 줄 사람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더운 여름날에 홍보를 하느라 수고 했다고 U대회의 관계자가 우리를 맞으러 나오고, 풍물패가 동원되고, 방송국을 비롯하여 신문사까지... 모든 것이 준비가 다 되었다고 하더니.... 날짜가 다가와서는 12일로 미루고, 막상 그 날이 되니 모든 일정이 취소가 되었다고하니....
도대체
어떤 사정이 있기에, 오랜 시간을 준비해온 의미 있는 멋진 행사를 개차반을 만들어 놓은 것일까?
너무 어이가 없다 그간에 그가 해준 모든 일들이 한 순간에 쓸려 내려 가는 느낌이다.
어제 빗속에서 그 말을 들었을 때보다 막상 이렇게 들어 와서 겪으니, 더욱 느낌이 확실하게 다가와 분통이 터지기도 한다.
아마
마지막 행사를 못한데 대한
이 서운함은 결코 지워지지 안고 오랫동안 뇌리에 박혀서 나를 괴롭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서 ...
* 우리를 환영해준 대구의 어린이들과 함께 .... *
이 날은
일본에서 막 돌아 와 24일에 박형이 참가를 하겠다고 할 때에 경남 하동 진교까지 태워다 준 친구가 있으니, 그는 박운상의 친구로 대구 동구에서 통닭집을 하고 있었다. 전화로 미리 시켜 놓은 통닭은 잘 익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통닭집 바로 옆에서 우동으로 점심을 먹었다.
대구에 사는 박운상씨가 앞에서서 두류 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리는 대구의 동쪽인 포항쪽에서 진입을 하였지만, 대구를 대표하는 공원을 찾다가 보니 서구에 있는 두류 공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마침 두류 공원에서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홍보하는 걷기 대회가 열리고 있었지만, 정작 전국을 돌며 U대회를 홍보하고 온 우리에게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다만,
제일여중생 여섯명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최유나 박유진, 김다혜, 김은지, 박수지, 김수진이 그들이다.
그들의 재롱을 보면서 대구에서의 섭섭함을 다소나마 풀어 나갔다.
특히, 해초에게는 말이 전혀 통하지 안는데도 이-메일 주소와 전화 번호를 적어 주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 여학생들에게도 책 속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모두 서명을 하여 "자전거 탄 풍경"을 한 권 주었다.
* 우리를 알아보고 뜨겁게 환영해 준 제일 여중생들... 특히 해초의 인기는 "짱"이었다. 최유나 박유진, 김다혜, 김은지, 박수지, 김수진...그런데 누가 누군지???? *
우리는
문화예술 회관 앞에서 우리끼리 조용하게 마무리를 하였다.
여기까지 안전하게 사고 없이 건강하게 성공을 한 것을 자축한다고 말하고, 각자 한마디씩 감상을 말하고는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그렇게 고국에서의 제3차 장정은 무사히 마무리가 되었다.
근처에 잡아 논 성보여관으로 들어 가서 짐을 풀고 난 후에, 칭다오 조보 한광량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모두에게 끝이 났으니 소감을 물어 보는 것이다.
나는 "3차가 끝이 난 것이 아니라 4차가 이제 시작되었다"는 말로 소감을 대신하였다
속도 모르고 자꾸 없는 사람을 찾고, 근 한시간여 동안 있는 사람들 전부와 통화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