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1804C8134B9DE2C209)
풀잎편지라는 여행 칼럼을 쓰시는 백암님이 오셨다.
늘 나를 동기간 보다 더 살뜰이 보살펴 주시는 분이고 없는 오빠가 있는 것처럼 든든하다.
남편에게도 손아래 동서를 대하듯 나를 잘 부탁한다고 말을 해서 정말 친오빠가 있는 것처럼
마음이 뿌듯하다.
6년전부터 계절별로 영월을 내려 오셨다가 얼굴 보고 편하게 하루 지내고
올라 가시는데 이제 어지간한 볼거리가 있는 곳은 다 가 보아서 이번에는 오시면
어디로 모시고 가나 고민을 좀 했다.
아무튼지 금강산은 식후경이니 맛있는 점심 지을 궁리를 먼저한다.
텃밭에 냉이며 꽃다지, 달래등이 올라와서 찬거리 걱정은 안해도 되었다.
언제 먹어도 좋다는 된장찌게를 빡작히 지지고
너무 나물만 많아서 어제 엄마에게서 얻어 온 달걀을 풀어서 밥 위에 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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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 가치가 떨어졌지만 옛날에는 최고의 손님접대에 쓰였던 반찬이다
백암님은 두 분의 손님과 같이 오시고 마침 가까이에 계시는 밀골님 내외분이 바람꽃 사진을 찍으러 와 계셔서
함께 점심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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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멋지고 좋은데도 많지만 백암님이 오지마을을 좋아하시고
나도 늘 다니는 가재골 골짜기를 걸어 보고 싶어서 차를 길에 새워놓고
가재골 걷기를 오늘의 손님접대용 여행코스로 잡았다.
3일전에도 이랬던 가재골 꼬부랑 골짜기길은 이제 눈은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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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골을 왼쪽으로 두고 굽이쳐 흘러가는 남한강의 강물이 녹색 봄빛을 품었다.
하얀색 깃털을 자랑하는 비오리 숫컷과 색이 잘 보이지 않는 갈색 암컷이 자맥질을 하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총각 비오리 한 마리는 그런 한쌍을 부러운듯 시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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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설악산의 어느 계곡을 방불케 한다고 백암님은 가재골 초입부터 감탄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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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마을을 걷는 여행......
요즘 내가 새로 즐기는 여행의 한 종류이다.
차를 타고 휙 하고 지나 다니는 그저 평범한 길 어딘가에서 평범하지 않은 귀한 것들을 찾을 수 있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여행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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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골을 접어 들어 왼쪽으로는 대야산성이 정상에 있는데 언제 심어 두었는지 모르겠는
현사시나무 군락지가 파란 하늘과 어울려 은빛나뭇가지를 흔들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이제 잎이 나고 현사시나무 잎이 바람에 팔랑이는 날 그들이 사는 가까이도 올라가 보아야지
나무피가 다이아몬드 모양이라 사진을 찍어 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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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세월 이곳에서 자리 하고 있었을 이름 붙여지지 않은 커다란 바위의 옷도 참 멋지다.
어쩌면 이렇게 멋진 옷을 입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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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계곡에는 맑은물이 소를 지나며 흐르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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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옛날에는 선녀와 나뭇군의 전설이 여기에서 이루어 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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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붙여지지 않은 흔한 돌과 물과 나무들이 있는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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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올라가니 풍부하고 깨끗한 물 수량과 함께 물칭게나물이 봄계곡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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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며 보면 겨울에도 이렇게 초록이파리를 자랑하고 있다.
따뜻한 샘이 나오는 곳에 잘 자라는 이 나물은 물냉이와 사촌간인지 물냉이가 있는 곳에 함께있다.
아마도 성장조건이 같은 것 같다.
또한 물의 정화작용에도 한 몫 한다고 하니 가재골 물이 깨끗한 것이 이 친구덕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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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측했던데로 좀 올라가니 물이 철철 흐르는 샘이 하나 나왔다.
보통 많은 수량이 아니어서 계곡에 그렇게 많은 수량을 유지하고 있었나 보다.
차를 타고 지나 다닐적에는 그것이 궁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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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샘의 물을 한 그릇씩 떠 마셔본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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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샘이 있는 곳을 지나가니 개울의 수량은 많이 줄었다.
덕분에 개구리들이 여기저기 알을 많이 키우고 있었다.
햇볕이 비취니 꼬물거리는 모양들이 보인다.
머지않아 개울에는 올챙이 들이 넘쳐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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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봄볕을 한껏 쬐고 있는 바위취들도 사는길을 지나간다.
6월이 되면 연미복 같은 흰색꽃을 피우는 모습도 만날 수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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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골에는 아홉집이 산다고 하는데 생각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울물이 다른 곳 보다 깨끗하고 맑다.
아마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징검다리를 건너가니 삼거리길에 괴불주머니가 한들거리며 길을 가르쳐준다.
이 친구도 머지 않아 노란주머니를 달고 하늘거릴 준비를 한다.
처음 괴불주머니를 알기전에 이 친구에게서 무슨 색의 꽃이 나올까 친구와 내기를 한적이 있었다.
나는 보라색꽃을 피울 것이라하고 친구는 하얀색꽃을 피울거라고 하면서
기다렸더니 엉뚱하게도 노란주머니 모양의 꽃을 피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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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1.daumcdn.net/cfile/cafe/1413DB214B9DEFF824)
솔이끼가 있는 계곡으로 들어선다.
어떤 새가 껍질만 까 먹고 씨앗만 떨어뜨려 두었네~
이 친구는 올해 어느곳에서 싹을 틔울 수 있을까
꿈을 물어 보았다.
<물론이지 난 지금 커다란 나무가 되는 꿈을 꾸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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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을 하는 한샘이네 집을 지나고 흑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집을 지나간다.
사랑방 벽에 석유지름병이 걸려 있다.
꼭 어릴적 살던 우리집에 온 것 같다. 석유지름병을 보니 마치 시간이 멈춰 서 있는 것 같다.
석유지름병을 아는 이가 지금시대에 몇이나 될까.
우리집은 내가 결혼을 하고도 2년인가 지나서 전기불이 들어왔다.
호롱불을 켜서 기름을 사 와야했다.
유리로 된 한되짜리 석유지름병을 가지고 석유집에 가 한병 받아 가지고 십리길을 걸어 오노라면
늘 손이 시려웠던 하기 싫었던 일들~
그래서 나는 그 병의 이름도 사투리로 그냥 기억속에 가두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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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올라가니 일찌감치 귀농한 솔이네 집이 보인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처음 집을 지을 때부터 보아와서 어쩐지 낯도 익고
마루에 걸터 앉아 쉬어 가고 싶은 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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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네 개 <글쎄>가 낯선 사람들을 보고 야단이 아니다.
자주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 아니니 짖을 일도 많지 않아서 이 김에 실컷 짖어 보려고 작정을 하였나 보다.
이 개의 이름이 특이하고 재미있어서 솔이에게 물어 보니
처음 이 개가 강아지로 이 집에 왔을적에 솔이 동생 다운이가
<엄마 강아지 이름을 뭐라고 지을까?>
하고 물어 보니 엄마가
<글쎄.....>
하고 대답했는데 다운이가 글쎄로 이름을 지어 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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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이네 집 앞 나무에 걸려 있는 녹슨 망우리가 정겨워서 카메라를 들여 대 보았다.
망우리 속에도 내 어릴적 꿈 같은 추억들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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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좀 힘들어 해서 꼭대기까지 가려던 산책길을 은진교회 앞에서
턴 하기로 했다.
오랫만에 걸어서 모두들 좀 힘이 드는 것 같다.
목사님께서 계시면 차를 한잔 얻어 마시려 했더니 흰색차가 보이지 않아서
많이 섭섭했다.
교회에 들렸다가 돌아서 가려는데 사모님이 나오셨다.
목사님만 일을 보러 읍내에 나가시고 사모님은 집에 계셧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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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산골교회에서 얻어 마시는 차 한잔의 맛을 두고 못 잊겠다고 함께 오신
유선생님이 내려 오면서 흐믓해하며 이야기를 하셧다.
더군다나 이 깊은 산골에서 만난 조그만 교회는 뜻 밖의 만남이라 더 반가우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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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까이 이곳에서 자리하고 있는 교회
5년전엔가 이곳에 처음 왔을적에 한샘이 할아버지의 앨범에 있는 것을
찍어 두었던 교회아이들 사진이 마침 내 컴 안에 있어 함께 올려 본다.
이 사람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어떤 모양의 삶을 살고 있을까~
![](https://t1.daumcdn.net/cfile/cafe/181EA2214B9DF26E1F)
햇볕 맑은날 예배 드리고 있는 신발들이다.
저기 앞에 내신발 아들신발 그리고 남편의 신발이 있다.
우리세식구는 얼마전부터 이 신발장에 우리의 신발을 들여 놓기 시작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813DB214B9DEFFB2B)
차 한잔과 쌀강정을 얻어 먹고 내려 가는 길
솔이네 사랑방에 저녁 산 그림자가 깃들기 시작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113DB214B9DEFFC2D)
늘 첩첩의 먼산들을 바라 보며 사는 가재골 사람들은 순수하고 맑은 영혼들을 가졌을 것 같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13DB214B9DEFFC2E)
동네 개들이 모두들 오랫만에 실컷 목청 높여 짖어 본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06A1204B9DF19230)
산그림자는 빠른 속도로 동쪽산을 기어 올라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313DB214B9DEFFD30)
무언가 말은 안했으나 어릴적 추억을 한웅큼씩 얻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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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님은 이 별것 아닌 여행길이 너무 좋았노라고 감사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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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굽이진 길을 내려간다.
우리가 차를 세워 두었던 남한강가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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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태화산 골골의 능선위로 저녁햇살이 너무도 고와서 내 가슴은 벅차고
하마터면 바쁜 일상에서 놓쳐 버릴 뻔한 봄 친구들의 모습을 마음껏 만나서 행복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13DB214B9DEFFE32)
가재골의 꿈 꾸는 버들강아지가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고맙다 가재골 거기 그렇게 있어 주어서.....
첫댓글 자연의 순리대로 또 와준 봄이지만 용케 잘 견디고 봄을 맞는 모든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봄소식 사진 감사합니다. *^^*
가재골의 꿈꾸는 버들강아지가 너무 정답고.... 40년전의 조그만교회가 마음에 들어오네요.... 나란히 벗어놓은 신발.....솔이네 사랑방문.....비춰지는 볼록렌즈....기냥, 평범한 길을 여행하는 모습들....너무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계란찜 하기 딱 좋은 그릇이네요~~~산골에도 어느덧 봄냄새가 묻어 납니다. 누런털 달린 털신 우리집 신발장에두 있어요~~~
글쎄~ㅎㅎ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어 너무 재미 있는 이름이네~ 그 산골에 교회를 지으신 목사님 얼굴도 한번 뵙고 싶고~잔잔한 감동을 주는 가재골 이야기...그곳에 나도 가고 싶어라~
교회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사진 찍은 모습이 정겹네요... 강개 이름 글쎄도 재미있고...
참 좋네요. 모습들이 나와같은 털신이있어 반갑구요..어쩜 버들강아지 사진을저렇게 교묘하게 찍을수있나요..대단하세요..잘~~보고갑니다. 좋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사진도 좋고 글도 훌륭하시고 많이 바쁘실텐데 정말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