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가르마의 모나리자, 중간 가르마를 탄 리한나, 2:8가르마의 히피들. 상상만으로도 영 어색하다. 이렇듯가르마는 인상과 얼굴형을 가늠하는 데 결정적 한 방을 날린다
성공의 황금비율, 2:8 가르마
가르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2 : 8 가르마! 시골에서 막 상경한 듯한 촌스러움이 먼저 떠오를 수 있지만 2 : 8 가르마는 의외로 성공의 키워드다. 성공한 비즈니스맨, 예를 들어 국내 100대 재벌 총수의 64%가 2 : 8가르마라는 조사결과를 들먹이지 않아도, 잠깐만 생각해보면 힐러리 클링턴, 빌 게이츠, 이건희, 안철수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유명 재계 인사들은대부분 2 : 8 가르마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2 : 8 가르마를 선호하는 이유는? 〈성공미학〉에 따르면 2 : 8가르마는 반듯하고 정리된 인상을 준단다(은행창구의 남자 직원들을 떠올려보라!). 사선으로 멋을 낸 가르마나 가운뎃가르마처럼 강하고 감성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이고 야무지다는 인상과 함께 믿어도 좋다는 신뢰감을 선사한다는 것.〈성공하는 남자의 옷차림〉의 저자 존 T. 몰로이는 이를 간단한 실험으로 증명해 보였는데, 평소 옆 가르마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고 속이 좁아 보이는 구식 스타일이라며 피하던 대학생 7명을 옆가르마를 탄후 사진을 찍어 비즈니스맨들에게 보여주고 각각의 이미지에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결과는 옆가르마의 압도적인 승! 대부분의 참가자들이옆가르마를 탄 학생이 훨씬 똑똑하고 훌륭한 사원이 될 것 같다고 대답한 것이다. 심지어 2 : 8 가르마는 지적인 분위기까지 담아낸다. 이는 직업적인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섹시한 육체노동의 대명사인 정원사에게 2 : 8 가르마가 어울리지 않는 것을 보면 간단하다. 몸을 움직여서 일하는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흘러내리거나 흩어지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2 : 8 가르마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화이트 컬러에 속하는 사람들, 또 역사 속 지성인들은 2 : 8가르마가 많다. 즉, 2: 8 가르마는 성공한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모범적인 사람, 똑똑한 사람, 공부하는 사람으로 느껴지게 하는 가르마다.
영구와 김혜수의 2:8 차이!
그런데 왜 우리는 2 : 8이라고 하면 촌스러움을 먼저 떠올리는 것일까. 이희 원장은 이를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포마드로 단정하게 정리해 하얀 두피 속살을 드러내는 2 : 8가르마의 전형적 스타일링(〈라스트 갓 파더〉의 영구처럼)의 문제일 뿐 2: 8이란 비율의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배우 김혜수를 떠올려보세요. 그녀 또한 2 : 8, 혹은 더 옆으로 나아간 9 : 1 가르마를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가지런히 넘긴 것이 아니라 뒤쪽 머리를 앞으로 쏟아내고 볼륨을 줘서 무척 도회적이고 시크한 느낌을 연출했죠. 90년대 그녀를 기억하세요? 긴 생머리에 가운뎃가르마를 했었죠. 당시엔 동그란 얼굴을 커버하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지금의 세련된 느낌은 전혀 찾을 수가 없어요. 스타일링에 따라 2 : 8, 9 :1모두 21세기에는 패셔너블하게 연출할 수 있는 가르마랍니다.” 아닌 게 아니라 김혜수는 물론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 그리고 많은 아이돌 스타들이 이 가르마를 멋지게 소화하고 있지 않나. 2011S/S 백스테이지에서도 이들 가르마는 대활약을 펼쳤는데, 루이 비통 쇼의 모델들은 한쪽 눈을 가릴 정도로 머리를 쏟아내려 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연출했고, 필립 림과 빅터 앤 롤프 쇼의 모델들은 9 : 1 가르마로 시크한 멋스러움을 표현했다. 즉 옆가르마는 가운뎃가르마에 비해 자유롭고 역동적이면서 동시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것. 대칭보다는 비대칭이 패셔너블한 이미지엔 제격이니까. 그러니까 신사임당보다는 60년대 아이콘 트위기나 시에나 밀러가 더 시크해 보이는 이유는 옆가르마 때문. 그만큼 지금의 옆가르마는 위력적이라는 말씀!
가르마, 알고 보면 신상 트렌드?
여기서 문득 드는 의문이 있다. 근대 이전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인물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왜 가르마가 없거나 가운뎃가르마일까? 당시 가르마는 멋내기가 아닌 머리를 정리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치 커튼을 열어젖히듯 단정하게 머리를 정리할 수 있는 가운뎃가르마가 최상의 선택이었던 셈!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긴 모발(‘신체발부수지부모’라 해서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았던 시절)을 단정하게 정리하기 위해 남자는 상투를, 여자는 쪽머리를 지었다. 우리나라에서 스타일을위해 가르마의 역할이 시작된 것은 단발령으로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 개화기 이후. 특히 1920년대 모던 걸들은 옆 가르마를 탄 후 머리 뒤에다 넓적하게 틀어 붙이는 ‘트레머리’와 무용가 최승희로 대표되는 옆가르마 단발머리는 신여성의 상징이었다. 한편 1920년대 옆 가르마가신여성의 자유분방함을 상징했다면, 1970년대에는 히피들의 가운뎃가르마가 평화와 자유를 상징했다. 자연스럽게 풀어헤친 가운뎃가르마 스타일은 백스테이지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이번 시즌 럭셔리한 히피룩을 선보였던 에밀리오 푸치, 미쏘니는 물론 반항적이고 자유로운 감성을 담아낸 발맹, 또 여기에 스카프까지 얹어 70년대를 제대로 연상시키는 에르메스, YSL과로에베 등도 젊은 시절존 레논을 떠올리게 하는 가운뎃가르마를 선택했다. 이렇듯 가운뎃가르마는 너무 반듯하게만 연출하지 않으면 무심한 듯 자유롭고, 자연스러우면서도 예민하고 감성적인 고집스러움을 풍긴다.
- 헤어스타일, 가르마, 2:8, 황금비율
내 가르마의 황금비율은?
그렇다면 과연 나에겐 어떤 가르마가 어울릴까? 자신에게 어울리는 가르마를 위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타고난 가르마를 찾는 일이라고 이희 원장은 말한다. “머리를 감고 젖은 채로 뒤로 쓱 빗었을 때 자연스럽게 갈라지는 선이 타고난 가르마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90%는 타고난 가르마가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는 거죠. 가르마의 위치는 신이 준 선물 같은 거예요. 그러니 우선 자신의 타고난 가르마를 찾은 후 그것이 요즘 유행과 어울리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물론 가마가 두세 개여서 머리 뒤쪽이 방금 자고 일어난 듯 갈라지거나, 가르마가 유행 헤어 스타일과 정반대일 경우엔 그 위치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좋은 방법은 ‘내 얼굴의 단점이 되는 곳을 가려주는 방향’으로 가르마를 타는 것. 대부분 사람들의 얼굴은 짝짝이여서 넓고 펑퍼짐한 쪽으로 머리카락이 내려오도록하는 게 좋은데, 거울을 봐도 잘 모르겠다면 눈이 큰 쪽에 가르마를 타서 작은 쪽으로 내리면 된다고 헤어 아티스트 권영은은 조언한다. “머라이어 캐리의 경우 늘 오른쪽으로 가르마를 타요. 왼쪽 얼굴이 둥글고 크거든요. 그래서 카메라 앵글에서도 늘 오른쪽 얼굴만 보여주죠.물론 이영애처럼 얼굴 좌우대칭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다면 어느 쪽으로 타든 상관없겠죠. 문제는 가르마는 가마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생긴 것이기 때문에 바꾸려면 펌 등의 인공적인 시술의 힘을 빌어야 한다는 거죠.” 이희 원장은 최대한 자신의 얼굴형이 달걀에 가깝도록 가르마를 이용하라고 덧붙인다.위치뿐 아니라 가르마의 방향에 따라서도 인상은 사뭇 달라진다.일직선으로 쭉 뻗은 가르마는 강하고 명료하며 안정적이어서 남성적이미지를 나타내며 분명한 인상을 준다. 곡선 가르마는 유연하고 섬세하며 입체감을 주며, 대각선 가르마는 풍부한 감성과 자유로운 느낌을 갖게 한다. 또 정수리 방향의 휘어진 가르마는 두상을 보다 작고 둥그스름하게 보이게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가르마를 선택하든 머릿속이 훤히 들여다보이지 않도록 올곧게 타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가르마는 유효기간이 필요하다
가르마는 한길 인생을 외치기보다 간혹 노선을 변경해줄 필요가 있다. 한쪽으로만 가르마를 오래 타고 있으면 탈모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데, 왜냐하면 가르마 부분은 더 많은 자외선과 오염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또 습관적으로 쓸고 빗어 자극을 주기 때문에 모발이 가 늘어지고 두피가 시멘트처럼 딱딱해져 가르마 부분이 비어 보이고 볼륨이 줄어들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가르마에 따라 머리카락 무게가 나뉘게 때문에 특히 머리가 긴 사람들은 이로 인해 몸이 틀어지는 경우도 있다. 20, 30년씩 한 방향으로 가르마를 고수하던 이들이 가르마를 바꾸는 것만으로 어깨 결림, 두통, 요통 등이 개선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 그러니 기분전환은 물론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가르마 방향을 바꾸는 용기를 내보자. 달라진 가르마가 사랑과 성공을 불러들이는 행운의 부적이 될지도 모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