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초파일에 - 2016년 5월 14일, 김천역 찬양전도 보고

[축복의통로]

오늘이 음력 사월 초여드레, 즉 초파일입니다. 우리는 통상 음력으로 날짜를 말할 때는 '초여드레'라 하고 양력으로는 그냥 '팔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유독 석가(釋迦)가 태어나셨다는 사월 초여드렛날만은 '사월 초파일'이라고 합니다. '초팔일'이어야 하는데 'ㄹ'이 탈락해서 '초파일'이 된 것은 소리를 부드럽게 하는 '활음조(滑音調)'에서 오는 현상일 것입니다.

전도 보고를 하는데 왜 이런 음운현상을 이야기하는가 하면, 오늘이 김천역 찬양 전도하는 날이자, 사월 초파일로 석가가 태어나신 날이기도 합니다. 불자들이 연중 가장 큰 명절로 지키는 날입니다. 찬양전도 나가기 전 아내와 약간의 의논이 있었습니다. 믿음 약한 얘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이웃 종교를 존중해 준다는 뜻에서 초파일인 오늘 전도를 쉬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제가 했습니다.

제가 이런 안(案)을 내놓은 데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 구원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원도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신앙관을 갖고 있거든요. 저는 보수 교단으로 알려져 있는 성결교단 신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나아가 성결교 목회자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회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게 가져 사회 복음적 움직임에도 가능한 함께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를 아는 목회자들이 저를 일컬어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을 병행키 위해 애쓰는 목회자라고 합니다. 양쪽을 다 아우르려 하다 보면 하나도 제대로 붙잡지 못할 수가 있는데, 저의 경우가 그런 예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데서 나온 고민이 타 종교를 보는 눈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결론적인 말씀을 먼저 드리면, 타 종교는 배척과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포용과 전도의 대상이라는 사실입니다.

타 종교가 포용과 전도의 대상이라면 그 쪽의 사정을 고려해 줄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불교 신앙의 핵인 석가모니가 태어난 '석가 탄신일'에 찬양전도를 쉬는 것이 불교를 믿는 사람들, 또는 기독교를 배타적 종교로 보는 사람들의 생각을 교정시켜 주는 사례가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제 아내의 입장은 좀 달랐습니다. 우리가 하는 찬양전도에 대해 사람들이 그렇게 큰 비중을 갖고 보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더욱이 어떤 외적 상황에도 쉰 적이 없는데, 사월 초파일과 맞물렸다고 해서 쉬면 되겠느냐고 반대의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그런 와중에 경엽이로부터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목사님, 저 경엽이인데요, 윤호 형 병원 갔다 오기 때문에 좀 늦는대요."

장애우 형제들이 김천역 찬양전도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들은 찬양전도를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좋아서 나오고, 어눌하지만 기쁨으로 찬양하는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볼 때 잔잔한 감동이 전해져 오잖아요. 이들의 찬양 소리를 듣고 '천상의 목소리'라고 누군가 표현하더군요. 하나님께서 기뻐 받으시는….

저도 생각의 갈래를 하나로 모으고 김천역으로 향했습니다. 중간에 주님의 충성된 종 김영자 권찰 부부를 태워 함께 갔습니다. 재경이와 영준이 그리고 경엽이와 윤호가 차례차례 합류했습니다. 순식간에 10 여 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초파일이라고 여느 때와 다른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도리어 분위기가 더 차분했다고 할까요.

우리는 두 시간에 걸쳐 찬양을 했습니다. 박 사모와 김영자 권찰은 전도지와 선물을 열심히 전했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가까운 교회에 나가세요.", "내일은 주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선생님을 기다리십니다." 찬양전도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의 만족은 관념의 산물이라기보다 행함의 산물'이라고….

사월 초파일이라 조심스럽게 시작한 찬양전도였는데 금세 10 여 명으로 찬양대원이 불어나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박성숙 사모와 김영자 권찰은 전도지와 선물을 열심히 전하며 내일은 주일이니 가까운 교회에 나가시라고 외쳤다

옥수수 뻥튀기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누구나 좋아한다

"예수 믿으세요", "예수 믿으면 천국 갑니다!", "예수 믿으면 행복해집니다!" 오른 팔을 번쩍 들고 구호를 외친다

찬양전도 중 감깐의 휴식 시간에 경엽 윤호 재경이가 카메라에 잡혔다

연로하신 분들에겐 복음 전하는 시간이 좀 길어진다. 그만큼 구원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목사님, 오세요. 사진 같이 찍어요!" 왼쪽으로부터 윤호 재경 나(이명재 목사) 경엽 영준

파지를 주워 팔아 생활을 이어가는 편 씨(맨 오른쪽 서 있는 사람)는 찬양전도 시간에 일부러 들러 전도 선물을 받아간다. 보이는 리어카는 파지를 실어나르는 편 씨의 수입 도구이다. 

마지막 구호를 외치고 우리는 기도로 찬양전도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