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번째 이야기 - 미안해 널 잊어서...]
영화관앞에 도착했다.
내 옆에 있는 남자는 처음보는 사람이지만 날 그곳에서 데려와줬고 또 인상, 말투 등이 진솔해보여서 좋은 느낌이 들었다.
극장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눈이 부시게 카메라 플레시가 터졌다.
그리고 기자들은 나에게 질문세례를 퍼부었다.
"노승호씨 오랫만에 모습을 보이시는데.. 지금 소감이 어떠세요?"
"노승호씨 fly to the fire는 어떻게 되나요?"
"세빈씨를 죽인 사람이 잡혔다고 하는데 심정이 어떠세요?"
이게 무슨소리야?
누가 죽어? 세빈?
그리고 플라이 투더 파이어? 이건 또 뭐야?
그리고 이 사람들 다 뭔데 나한테 이러지?
그리고 내 이름을 기자들이 어떻게 알지?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하시죠..."
날 붙잡은 남자가 기자들을 막으며 발걸음을 재촉했고 나는 쫓아갔다.
가면서 영화 포스터를 보았다.
성우녀석이 있었기에 눈에 들어왔다.
"승호야.. 괜찮아?"
"아..네....아..이거 하나 가져가도 되죠? 잠시만요... "
팜플릿을 한장 가져왔다.
"여기 앉자... 영화는 재밌을거야... 뭐 필요한거 없어?"
"아뇨..없어요..."
성우녀석이 나온다는 영화를 보러 왔다가 기자들한테 봉변당한 기분이 들었다.
기분나쁘게 나에 대해 어찌아는거야!!!
팜플릿을 살펴보았다.
Eclipse
당신의 눈이, 당신의 기억이 가려진다면...
슬프지만 아름다운 두 남자의 이야기.
감독: 정의석
주연: 하세진, 최성우
얼마나 지났을까 영화관 안의 불이 꺼지고 캄캄해졌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통영고등학교 축제. 이번에도 친구 의석이의 추천으로 여장을 하게된 세빈.
그리고 그 시각 서울을 떠난 승합차가 통영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건 성우.. 아니 승호..
어라?
내이름이랑 똑같네! 와와~
그들은 투덜거리며 공연준비에 한창이었다.
승호는 잠시 밖으로 나왔고 한참 장난스럽게 티격태격 하고 있는 세빈과 의석을 보게된다.
의석이 세빈을 괴롭히는것으로 착각한 승호는 정의의사도인것 처럼 나타나 세빈을 구하겠다며 의석에게 주먹을 날린다.
와.. 저거 바보아냐? 괜히 나서서 사고쳤네!
의석은 승호에게 맞은 뒤 어디론가 뛰어가고 세빈도 따라서 뛰어간다.
의석은 양호실에서 치료를 받고, 그사이 세빈은 장기자랑을 위해 강당으로 가려한다.
마침 봄 비가 내렸고 그런 하늘을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세빈은 그곳에 있던 승호와 눈이 마주친다.
때마침 나타난 바퀴벌레에 세빈이 놀라 승호에게 뛰어오르고 둘은 첫키스를 하게 된다.
그러나 승호는 공연이 끝난 후 서울로 가게 되었고, 그런 승호를 보기 위해 세빈은 의석과 함께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다.
그러나 인사한마디 건내지 못하고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세빈은 자신의 엄마가 재혼하려던 남자가 승호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고 슬퍼하며 재혼을 반대한다.
그러던중 세빈의 엄마와 승호의 아버지가 죽게되고, 세빈은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병에 걸리게 된다.
슬픔에 잠겨있던 세빈은 승호를 찾아오고, 자신을 못알아보는 승호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세빈은 승호가 자신을 잊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잠시만 곁에 머물기로 한다.
어느날 자신이 사라지게 되더라도 승호가 슬퍼하지않도록,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승호가 마음아파하지 않도록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호에게 못된사람으로 기억되기위해 일부러 일을 시키고 괴롭힌다.
둘은 가수로 데뷔를 하게 되었지만 세빈의 눈은 점점 나빠지기만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이 시시때때로 드러나 괴롭기만 하다.
승호가 그때 여장한 자신을 사랑하면서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것에 속상하고 서운했지만 사실을 말하지 못한다.
승호의 소중한 첫사랑의 추억이 자신으로 인해 망쳐지는것이 세빈은 두려웠다.
그러던 중 승호는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게 되고 세빈은 다 알면서도 숨기며 승호의 뒤치다꺼리를 한다.
자신의 눈은 점점 힘을 잃어가지만 사랑하는 승호를 위해 세빈은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노력한다.
세빈은 승호의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고 자신의 병도 심각해지자 마지막 콘서트를 결심하게 되고 승호에게 입대한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리고 콘서트 현장에서 자신이 그때 그녀였음을 밝힌다.
세빈은 승호의 기억이 끝을 향해 가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승호가 곧 사실을 잊을테지만 잠시라도 알게 하고 싶었다.
승호는 절박한 심정의 세빈에게 오히려 속였다며 화를 내고 세빈은 그런 승호의 태도에도 승호를 한결같이 보살핀다.
그리고 그들은 친구들과 바다로 놀러간다.
그곳에서 세빈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강을 건너게 되고 승호는 슬픔에 잠겨 지냈지만 이내 세빈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점점 승호는 기억을 잃어갔다.
어느 순간 부터 였는지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나 왜이러지?
왜이렇게 눈물이 나는걸까?
영화가 감동적이었지만 그것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른,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는것만 같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막연히 세빈이라는 존재를 언젠가 알고 있었던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퍼졌다.
울고있는 나에게 옆에 친절한 남자가 손수건을 건내줬다.
"고맙습니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렀다.
영화가 다 끝나고 영화감독과 출연진이 등장했다.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정의석 감독님 독립영화제 감독상 수상후 한동안 작품을 하지 않았는데 이유가 있나요?"
"그냥.. 새로운 시나리오를 구상하느라 그랬습니다."
"영화 제목이 Eclipse인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클립스는 어떤 천체가 다른 천체의 그늘에 들어가거나 뒤로 가려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 남자는 시력을, 다른 한 남자는 기억을 잃어갑니다.
저는 잃어가는 현상이 어둠에 의해 가려지는것이라고 해석하고 싶었습니다."
"최성우씨께 질문하겠습니다.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 개인적으로 감독님과 친분관계도 있고, 무엇보다도 이런 장르의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엔 남녀간의 사랑만 있는것은 아니니까요, 한번쯤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진씨께 질문하겠습니다. 세진씨는 얼마전 세상을 떠난 fly to the fire의 세빈씨와 많이 닮았는데 이름도 비슷하고...혹시 친인척 관계인가요?"
"네... 저는 세빈이의 사촌형입니다. 아직까지 세빈이를 잊지않고 이렇게 말씀해주시는것 감사합니다.
그만큼 저희 영화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아..그럼 감독님께 또 질문하겠습니다. 이 이야기가 실화라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이런 이야기는 어디서 접하셨는지요?"
"세상일에 눈과 귀를 닫지 않다보면 이런 일은 많이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혹시 본인의 이야기인가요?"
"아뇨...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리고 인터뷰는 끝났다.
나는 인터뷰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닦아도 보고, 참아도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 머리를 멤도는 두 글자.... 세빈.
주머니에서 이제는 너덜너덜해진 사진 한장을 꺼냈다.
눈물이 자꾸 흘러 사진속의 남자의 웃는 얼굴이 흐려졌다.
눈물을 훔쳐내고 계속 바라보았다.
세빈?
어.. 세빈!! 그래 세빈!!!
하세빈!!!
너 였구나.. 세빈아.... 미안해....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녀석과 겨울바다의 모래사장을 거닐었던 그 날...
녀석이 나를 두고 떠나가버린 그날...
내게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랑했다는 말을 하고...
내 대답도 듣지않고 가버린 세빈이녀석...
녀석이 그녀임을 알고 화를 냈던 날...
마지막콘서트에서 다시 만난 그녀.. 아니 그 녀석 하세빈...
fly to the fire 활동...
내 생일파티...
녀석과 함께했던 아르바이트...
녀석과의 입맞춤...
슴데렐라...
일본어를 하며 날 비웃었던 녀석의 모습.
그리고 통영고등학교 현관...
그녀와의... 아니 그녀석과의 첫키스...
그럼.. 뭐야... 영화가 실화라면....
세빈이 녀석이.. 아팠어? 아프면서 내 걱정만 했었어?
녀석이 눈이 보이지 않았어... 시력을 잃어갔어...
그래서 넘어지고... 그랬는데....
난 바보같이 놀리기나 하고.....
그런 녀석을 다 잊어버렸어....
내 걱정만 하던 녀석을... 나 때문에 아파했던 녀석을....
다 잊어버리고 웃고 살았어...
바보같이 기억도 하나 못하면서...
단 두글자였는데....녀석의 이름도 잊어버렸어..
세빈이라는 이 두글자를....
눈물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다.
너무 울어서 숨쉬기가 곤란해져 왔다.
정신없이 영화관밖으로 나왔다.
역시나 기자들은 이런 내모습을 놓치지 않고 찍어댔다.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내 머리속에는 세빈이 녀석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그래... 그때 로냐프강이랬어.. 하얀로냐프강!!
뒤에서 귀승이형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승호야! 더이상 가면 안돼!"
안돼... 난 가야해요...여기서 멈추면 다시 모든걸 잊어버리게 될지도 몰라!
녀석을 만나러 가야해! 세빈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갈테니까...
그리고 차도를 가로 질러 달리기 시작했다.
경적소리가 들렸고, 난 달려오는 차를 보며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눈을 떴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말을 하고 싶은데 입이 열리지 않았다.
머리에서 무언가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내 눈앞에 녀석이 보였다.
날 보며 환하게 웃어주는 세빈이녀석...
미안해... 내 심장이 두근거린건 니가 보낸 SOS때문이었는데...
알아채지 못해서 미안해... 몰라서 미안해....
사랑한다면서 잊어서 미안해... 까맣게 잊어버려서 미안해...
나 이제 네곁으로 갈게...
그럼 우리 이제 영원히 함께 하는거겠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점점 작아져만 갔다.
모두들 안녕...
===================================================================================
프롤로그 +본편 25 + 번외7
서른두번째 이야기로 어설프게 끝나버린....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번째로 쓰는거라.. 첫번째 보단 낫다고 생각했는데 어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나중에라도 보시려거든.. 꼭 프롤로그부터 순서대로 읽어주세요~
그래야...전후사정을 명백히 아실 수 있거든요..ㅎㅎ
감사합니다!!^^
첫댓글 너무나 안타깝네요....눈시울이 붉어지고...눈물나네요...웬지 저럴수밖에 없을것 같은...그런 마음이 생각이 들지만....마왕을 볼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래요....어쨌든 살아주면 좋았을것이라 생각하게 되네요.....이런 마음은 그냥 제 이기심일 뿐인지도 모르겠네요....
저도... 고민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냥... 이렇게...ㅎㅎ 꾸준히 읽어주시고, 리플달아주셔서 감사해요 ^^
^^ㅎㅎ1편 부터 꾸준히 읽었는데요...내용이 슬퍼지고 그러다 보니까..저두 읽으면서 눈물 많이 흘렸어요..글도 너무 잘쓰시는것 같아요 제가 본 팬픽 중에서 제일 재미있고 제일 상황전개도 빠르시고,,..다음 부터는 재미있는 코믹이나 밝은내용으로 써주세여~너무 슬퍼요..ㅋ카페 배경음악도 왜이리 슬픈음악들이 많은지..읽으면서 계속 울었어요...앞으로 좋은 글 많이 부탁드려요~^^
정말 감사합니다~ 글솜씨다 좋다뇨.;ㅁ; 천만의 말씀이에요! 덜덜덜... 재밌었다니 다행이네요..ㅎㅎ 상황전개는..건너뛰다보니.;ㅁ; 그렇게 된걸수도 있구요...ㅎㅎ 감사합니다!
와마지막편이었군요! 너무슬펐어요ㅜㅜㅜ 해피일꺼같은 생각을했지만... 세드여서....<무튼 너무슬퍼요ㅜㅜ 그래도 재밌었어요^^^*
ㅎㅎㅎㅎ 감사합니다~
우엇..ㅠㅠ 컴백해서 바로 읽엇더니, 새드인거에요ㅠㅠㅠ? 우앙.ㅠㅠㅠ 재밌었습니다! 다음 연재편 기대할게요^^
하하하...;ㅁ; 감사합니다 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다음소설은.... ;ㅁ;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ㅎㅎ
ㅋㅋㅋ 잘읽었어요^^ 내용이 너무 슬퍼요ㅠㅠ
ㅎㅎ 잘 읽으셨다니 감사해요~ㅎㅎ
눈물나요 화장지다썻어요 ㅠㅠ 너무슬퍼요 아진짜 ㅠㅠ
아....;ㅁ; 덜덜덜....글케 슬픈가..싶은 무딘 여인...ㅠㅠ
오늘 다 읽었다는...ㅋㅋ 기어이 다 죽이고야 말았군!! ㅠㅠ
난 잔인한여자 ㅋㅋㅋㅋㅋ
ㅠ_ㅠ 정주행햇는데 너무 슬퍼요 ㅠ_ㅠ 잘보고가요....
아.. 댓글달렸다고 떠서.. 깜놀했어요 ...이걸 찾아서 보시다니..ㅋㅋㅋ 감사합니다~
결국 세빈오빠와 승호오빠는 죽었네요 ㅠㅅㅠ ㅠ_ㅠ 하루만에 다 정주행했어요.. 으앙~ 전 둘이 행복하게 잘 됬으면 했는데 ㅠㅠㅠㅠ 정말 잘쓰셨어요!!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 ㅎㅎ
ㅋㅋㅋㅋ.. 또 읽는분이!!! ㅋㅋㅋ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