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다르게 날씨는 너무나 맑고 화창하며 깨끗했다. 게다가 패션쇼 장을 가득 매운 수많은 사람들을 사이사이에는 지진희, 황신혜, 손태영, 고현정, 명세빈, 이승기 등 톱 연예인들도 찾아볼 수 있었으니 쇼에 대한 기대지수만큼은 날씨만큼 청명하기 그지없었다.
드디어 시작된 쇼! 그러나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모델들이 등장할 것이라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스모키 아이 메이크업의 강한 인상의 모델들이 한 명도 아닌 네 명씩 등장해, 도도한 포즈로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으니까 말이다. 그 뒤로 무대 위에 올려진 의상들은 전체적으로 뉴 미니멀리즘이라는 세계적인 트렌드와 맞물려 실루엣은 심플하고 간결했고, 레이스와 리본장식 등 로맨틱한 요소들은 약간의 포인트로만 사용되었다. 색감 역시 모노톤과 톤 다운된 스카이 블루, 레드, 올리브 등의 몇 가지만이 사용해 모던한 느낌을 주었다.
그렇다고 디자이너 지춘희의 시그너처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슴부분과 소매부분에 볼륨감을 살려준 상의 스키니한 팬츠나 레깅스가 매치된 것이나, 지난 2006 S/S 컬렉션에서 등장했던 길고 가느다란 윤곽의 니트 가디건 등에서 ‘디자이너 지춘희’ 라는 꼬리표를 읽어낼 수 있었다. 지난 S/S 컬렉션에 이어 등장한 넓은 벨트는 허리를 강조하면서 포인트를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는데, 광택의 에나멜에서 무광택의 가죽까지 소재가 다양했다.
쇼 후반부에 보여진 이브닝 드레스에서는 디자이너 지춘희의 ‘로맨틱함’이 유감없이 드러났는데, 전체적으로 피트 되고 심플한 드레스이지만 레이스 소재, 강렬한 레드 컬러 등 로맨틱한 요소들을 더해 여성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었다. 특히 송경아가 입었던 턱시도 자켓과 러플한 쉬폰 스커트는 같은 블랙에서도 서로 다른 느낌을 나타낼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한 도발적인 의상이었다. 강해 보이는 디자인 곳곳에서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요소를 발견하며 의상에서의 강약이 적절했던 디자이너 지춘희의 쇼. 한층 강해진 그녀의 모델들만큼 디자이너의 의상도 강렬한 임펙트를 관객에게 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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