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인역 가을은
신태인역은 건들거리는 햇살 위에
고추잠자리 한 마리 내려앉으면
한 폭의 수채화다.
역 등넘어로
지나간 기차에 놀라
황금빛 파도로 자지러지는
호남벌 자식들
도망가는 열차 뒤꽁무니에
어젯밤 피로를
푸른 수기로 털어 내는 늙은 역무원.
플렛홈에
무거운 하루를 머리에 이고 나오는
시골 아낙 발바닥 밑으로
진땀이 흐르는 그림자가 따라오고
역 앞
장거리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의 긴 하품이
구멍가게 유리창에 걸려 졸고 있다
신태인역 가을은
그렇게
낡은 수채화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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