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용헌 교장선생님의 영전에 삼가 이 글을 올리옵니다
이 원고는 1984년 2월24일, 선생님께서 정년퇴임하실때에 제자인 제가
낭독하였읍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미 우리와 생을 달리하셨고 그 분의 숭고한 교육업적은 우리양도초교 동문들의 가슴마다에 스며있읍니다
고 윤용헌교장선생님을 추모하는 마음으로 동문 여러분앞에 올려 드립니다
양도초교제15회동문 황원준 장로
윤용헌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임에 즈음하여
때 1984년 2월24일
곳 양도초등학교 강당
존경하는 윤용헌 교장선생님. 그리고 오늘을 빛내주시기 위하여 만장하신
학부형여러분,
교장선생님의 영광스러운 퇴임에 즈음하여 양도초등학교 동문과 학부형
여러분 앞에 삼가 석별의 말씀을 드립니다.
1945년 8월15일, 왜정에서 해방되던 감격의 그해, 우리들은 나이 열두 살
또는 열다섯 살 정도였습니다.
그 이듬해 1946년, 선생님께서는 양도국민학교에 부임하셔서 그 당시 5학년이었던 저희들을 담임 하셨습니다. 왜정의 말기에는 교육이란 물론 없었고 그 시대의 어린이들은 잔악한 혹사를 당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환경에서 잡초모양 자라온 저희들을 바로 잡기 위하여 젊은 정열을 다 기울이셨습니다. 우선 국문해득 시키기가 바빴고 확고한 교육이념도 정립하지 못한 채 문맹퇴치운동에만 힘을 써야했던 그 시대입니다.
일본말로만 공부하던 우리들은 순수한 우리말로 학예회를 하는 즐거운 때가 있었습니다. 그때에 선생님께서는 저희들에게 “삼일운동”이라는 제목으로 연극을 지도하셨습니다. 그 연극을 얼마나 지도를 잘 하셨는지. 참석하신 부모님들이 눈물을 흘리며 구경하신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 선생님은 젊으셨을 때 축구를 아주 잘 하셨습니다. 관중이 꽉 찬 운동장에서 공을 몰고 들어가다가 11번을 단 우리 선생님이 허리를 반쯤 꾸부리고 몸을 약간 쓰러지면서 꼴 문을 향하여 힘차게 “슛” 한 볼이 꼴인 되었을 때 관중은 우레 같은 함성과 박수갈채가 감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아주 재치 있는 축구 선수이기도 하셨습니다.
저희들이 자랄 때는 왜 그렇게 불우하기만 하였는지? 왜정의 학정과 6.25의 비극이 계속되는 참 화속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들을 어떻게 하든지 좀 더 잘 가르치시려고 심열을 다 기울이셨습니다. 잠시도 쉬지 않으시고 교실에서 교수안을 작성하시던 모습이 어제같이 머리에 떠오르는데, 어언 세월이 많이 흘러 강산이 몇 번이고 변하였습니다. 저희들의 나이는 50 줄이 넘었고, 선생님은 백발이 성성하신 노장군으로 영광스러운 퇴임을 하시게 되었습니다.
평생을 오로지 교육에만 몸담아 오신 우리 선생님, 저희들은 선생님이 키워 놓으신 나무들입니다 50년생 40년생 어린 것은 이제 일곱 살짜리 묘목도 있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나름대로의 재목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이 평생을 기울여 심어 놓으신 이 나무들은 양도 지역사회에 밀림을 이루고 있습니다.
오늘 영광스러운 퇴임을 하시는 윤용헌 교장선생님 “노병은 가나 죽지 않고 살아있다” 라는 맥아더장군의 유명한 말이 선생님을 보고 하는 말 같습니다.
선생님은 살아 있으십니다. 애쓰고 키우신 인간재목감의 산을 지키는 산지기 할아버지이십니다. .선생님은 저희들의 크는 모습을 보시면서 여생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선생님이 원하시는 긴요한 재목이 될 것입니다
저희들이 중하교 시험에 합격하였을 때 그토록 좋아하시고 기뻐하셨습니다. . 그 노고와 그 보람들이 합쳐서 오늘 선생님의 영광을 가져온 것입니다.
존경하는 윤용헌 교장선생님., 오늘 교단을 떠나시면서 매우 서운하실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저희들을 보세요,
선생님께서는 양도 초등학교의 제 1회 졸업생으로 학생번호 제 1번이기도하십니다
우리들의 대 선배님이십니다
오늘은 양도초등하교 역사에 우람한 노송처럼 청청한 기념비로 우뚝 서게십니다. 저희들이 선생님의 수족이 되어 드릴 것입니다. 또한 선생님이 원하시는 재목이 되어 이 사회에 유익한 그릇으로 이바지하겠습니다. 선생님의 제자인 우리들은 오늘 이 영광스러운 퇴임식에서 선생님의 끊임없는 보살피심을 바라오며 아울러 선생님 내외분의 만수무강하실 것을 간절히 기원하는 바입니다.
두서없는 말씀으로 송별사에 가름합니다
1984년 2월 24일
양도초등학교 졸업 동문대표 황원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