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조만을 겨냥했던 기존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방안에서 선회해 불법하도급이나 임금 체불 등 건설업자의 불법행위에 관한 조치까지 포함한 근절대책을 내놨다. 이는 그간 정부가 내놓은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에서 악성건설업자로 인한 건설기계임대료나 임금 체불 등에 관한 근절책은 미흡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월 21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함께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보고했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건설근로자 보호조치로서 건설사업자의 불법하도급 행위 단속 강화, 임금체불 방지 위한 공사대금 연체 문제 해결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우선 건설업자의 불법하도급 행위 단속 강화책으로는 공정건설지원센터 접수건에 대해 신고포상금제를 실시해 신고를 독려하고, 건설산업정보원 조기경보 등을 활용해 불법하도급 의심현장에 대한 상시현장 조사를 실시한다. 또 불법하도급 조기경보 알람시스템 상의 선별기준·요건 등을 개선해 적발률과 행정처분률을 제고하는 등 단속체계 고도화도 진행한다.
임금체불 방지 위한 공사대금 연체 문제도 해결하기로 했다. 공사대금 연체로 인한 건설기계임대료나 임금 체불을 방지하고자 조달청의 대금지급 시스템을 개선해 지급기일 내 노무비 등 지연지급시 지급기일의 도래 이전 대금지급 담당자에게 자동통보해 기한 내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고, 전자카드제와 대금지급시스템의 연계를 확대하는 등 공사대금의 체불방지에 노력하기로 했다.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현 정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 실현을 위해 건설현장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뿌리뽑을 수 있도록 끝까지 범정부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설업자의 불법하도급 행위 단속강화나 임금체불 방지 위한 공사대금 연체문제 해결 등은 노조를 겨냥한 건설현장 불법행위와 달리 획기적 제도변화나 더 이상의 재정투입 없이 기존 시스템을 통해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에 그치고 있다.
일단 건설업자의 불법하도급 행위 단속강화를 위해 언급한 공정건설지원센터는 이미 지난해 8월 4일부로 본격 운영된 바 있다. 국토부 소속 5개 지방국토관리청에서 운영 중인 ‘공정건설지원센터’에서 건설공사 불공정 행위 전반에 대한 신고업무까지 확대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또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공사대금 연체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한 조달청의 대금지급시스템인 ‘하도급지킴이’는 운영 15년째로, 발주자와 원하도급사 계좌를 거쳐 건설기계임대료를 비롯해 노무비 등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원식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조달청이 건설현장 임금체불 예방을 위해 운영해 온 대금지급시스템 하도급지킴이 효과가 미비하다’고 지난 2021년 지적한 바 있다. 지속적 개선을 꾀하고 있다지만, 계좌압류 등의 문제로 우원식 의원이 지적한 실효성은 지금까지도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상대적으로 노조를 겨냥한 불법행위 근절책은 수사까지 신속히 동원하며 압박이 거세다. 실제 관계부처는 국무조정실과 국토부 중심으로 공조를 강화, 불법행위를 적극적으로 수사·단속하기로 했다.
국토부가 실태조사 결과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총 438명이 월례비를 수취했고, 이 중 상위 20%가 수취한 금액은 평균 9500만원이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건설현장의 조직적 불법행위에 대해 고강도 단속 및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한다. 2월 17일 기준 총 400건 1648명 수사를 통해 63명을 송치했고, 1535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3~4월 건설현장 노사관계 불법행위 및 채용강요에 대한 집중 지도·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직권조사도 강화한다. 이밖에 정부는 국토관리청, 시도경찰청, 지방고용노동청 등 각 부처의 지청·지소가 협업해 기관간 정보를 공유하고, 불법행위 신고현장에 대한 점검뿐 아니라 관내 주요현장에 대한 상시점검도 실시할 방침이다.
또한 공공기관은 조직내 전담팀을 설치, 민형사상 조치 등 적극적 대응을 통해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및 부당이익 환수 등 선례를 마련하고, 조치 결과를 업계에 전파하기로 했다.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등 유관 협회도 협회 내 익명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운영하기로 했다. 노조 보복을 우려해 신고에 소극적인 회원사의 경우에는 협회가 회원사를 대신해 고발대행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채용강요, 협박 등에 의한 노조 전임비나 월례비 수취 등은 형법상 강요·협박·공갈죄를 적용해 즉시 처벌하고, 건설기계로 공사현장을 점검하는 경우에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고, 위법한 쟁의행위는 노동조합법을 적용해 즉시 처벌하기로 했다.
특히 이같은 불법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방지하고자 건설기계관리법상 월례비 강요, 건설기계 공사 점검 등 행위에 대한 사업자 등록 또는 면허 취소 등 제재 처분의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희국 의원(국민의힘)은 1월 17일 건설기계조종과 관련해 부당한 금품거래 요구 할 경우 건설기계조종사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관련법을 이미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4월 중순 시행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