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증권사가 제주 중산간지역에 소재한 대규모의 목장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영증권은 지난 11일자로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으로부터 북제주군 구좌읍 송당리와 종달리 일대 목장부지 71만평을 평당 약 3만원씩 주고 2백47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회사가 장기 투자목적으로 비업무용 토지를 매입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신영증권측은 자기자본이 5천억원 이상이고, 올해 연간 순이익이 3백억∼4백억원으로 예상되고 있어 여유자금 운영 차원에서 관광특구인 제주도 토지를 매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영증권은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여유자금이 많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2월14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분기보고서 기준으로 자본금 8백22억원, 자본잉여금 1천2백억원, 이익잉여금 3천2백58억원 등으로 자기자본이 5천2백억원에 달한다. 증권업계에서는 신영증권이 2백47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굳이 비업무용 토지를 매입한 것은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다. 신영증권이 매입한 목장부지는 구릉지대 초지로 현재 방치돼 있는 땅이다. 인근에는 대한항공 제주훈련비행학원이 있으며, 조중건 전 부회장이 개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영증권이 매입한 목장부지는 골프장을 짓기에 안성맞춤”이라며 “거액을 고스란히 비업무용 토지에 묻어두는 것이 증권업계 생리상 맞지 않는 만큼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에 맞춰 관광특구인 제주도에서 개발이익을 창출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 목장을 놓고 신영증권과 매입을 경쟁했던 측도 골프장 건설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이 같은 관측에 신빙성을 더해 주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증권사가 토지를 매입해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안된다. 특히 최근 기업 인수합병 관련 부동산중개업도 허용됨에 따라 부동산 사업 역시 증권사의 주요 업무영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신영증권측은 골프장 개발에 대해 전혀 검토한 바가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신영증권측은 다만 개인이 유동성자산과 부동산, 주식 등으로 자산을 분할해 운용하는 것처럼 증권사도 여유자금 운용차원에서 제주도의 부동산에 대한 투자가치를 보고 토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