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의 '제동력'을 초과하는 강력한 '엔진의 힘'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제 아무리 세계 최정상, 최고가의 슈퍼카라도 제동력 범위 안에서 '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한낱 흉기일 뿐이다.
세상사의 많은 경우가 그렇다.
'조화'와 '균형'이 뒤틀리면 필경 숱한 '파열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공든탑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절친이나 선후배들이 내게 자주 묻는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배우자와 단 둘이서 산야로 트레킹을 다니는데 어렵거나 힘든 점은 없느냐고 한다.
물론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다.
너무 깊고 험한 산에선 때때로 두려움이 몰려들 때도 있다.
위급한 상황 발생 시 조력을 구할 팀이나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리산 둘레길 277킬로를 둘이서 트레킹할 때 엄청난 폭우로 우리 눈 앞에서 모든 것이 휩쓸려 떠내려간 적도 있었고, 곰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선 내 등짝에 땀이 흐르기도 했었다.
그러나 30여 년 간 훈련하고 적응하다보니 지금은 둘만의 트레킹이나 여행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떠나는 것보다 훨씬 좋다.
둘만의 교집합을 찾고 삶에 적용하는데 거의 20년 이상이 걸렸다.
근본적으로 아내와 나는, 체력과 육체적인 파워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당연했다.
그러나 전술한 바와 같이 아무리 강력한 엔진일지라도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넘어서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지듯, 아내의 컨디션과 체력안배를 고려하지 않는 하이킹은 영속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산길이 좁으면 언제나 아내의 '뒤'에서, 넓으면 '옆'에서 걸었다.
절대로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
또한 앞에서 끌지 않았다.
그러면 뒷사람이 더 지치고 힘든 법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그것은 자연 속에서의 진솔한 '소통'과 '공감'이었다.
어떤 주제든, 어떤 느낌표든 '소통'과 '공감'에 방점을 두고 진행했다.
입술에 근육이 생기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로 많은 얘길 나눴다.
수많은 세월 동안 동일한 원칙을 준수했다.
그건 곧 서로에 대한 이해였고, 종국엔 보석같은 추억으로 이어졌다.
다른 요인들도 있지만 여기에 미주알 고주알 열거하고 싶진 않다.
크게 두 가지 기둥을 얘기하자면 바로 이 점이었다.
주말에 78, 79, 80번째 산에 올랐다.
부부 둘만의 하이킹 - 대한민국 100대 명산 탐방 프로젝트.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세 산을 차례로 탐방했다.
팔봉산, 공작산, 기리산이었다.
주말 밤, 울창하고 깊은 '가리산 자연 휴양림'에서의 달콤한 휴식도 좋았다.
청아한 새소리와 투명한 물소리, 맑은 공기와 따스한 커피 한 잔.
이것이면 충분했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내년 가을이면 '백 산'을 완등할 수 있을 듯하다.
서두르지 않고 느리게 가되 중단 없이 가려 한다.
'백 산 프로젝트'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섬투어'를 위해 다시 배낭을 꾸려볼 생각이다.
물론, 지금까지 간 데도 많지만 리스트를 작성하여 하나씩 체크하며 차근차근 노크해 볼 참이다.
시간이 간다.
급류처럼 간다.
광속으로 흐르는 세월을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면 각자가 준비한 나침반과 지도 한 장을 들고, 자신만의 '방향'과 '스피드'에 맞게 콧노래 흥얼거리며 가는 수밖에 없을 듯하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만의 '버킷리스트'가 중요한 이유다.
모두에게 의미있고 행복한 여정이길 기도해 본다.
7월 들어 두번째로 맞는 월요일이다.
힘차게 한 주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파이팅.
홍천의 사진 몇 장을 소개해 본다.
첫댓글 두 분의 트래킹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