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시간에 늦으면 안된다는 일념에 알람을 3개를 맞춰놓고 잤으나, 잠을 설쳐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샤워하고, 커피마시고, 홈티켓으로 출력해 온 배표를 확인하고 주섬주섬 모텔을 나왔습니다.
창문 풍경은 예뻤던 모텔아, 그러나 누구 추천해주기엔 애매하기만 하구나, 나도 다신 안 올련다 안뇽~
완도에서 제주로 출발하는 블루나래호는 오전 9시 출발이지만, 차를 싣고 갈 경우 8시까지 도착을 해야합니다.
7시 40분정도에 차량 주차장으로 가보니 안개가 자욱하고, 차가 이미 몇 대 와 있습니다. 홈티켓을 출력해왔으나 만의 하나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터미널 건물로 가서 확인까지 하고,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합니다.
멀미 걱정에 약도 함께 샀습니다. 멀미약에 '토'라는 단어를 넣다니...이름이 웬지 멀미날 거 같은 어감입니다.
라면을 후루룩 먹고, 배를 싣기 위해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길, 부르기만 하면 당장 달려올 거 같은 멍멍이들과 조금 놀다가 8시에 배에 차를 싣습니다. 조수석에 가만히 있으면 같이 들어갈 수 있나...했지만, 차량 선적표를 확인하는 아저씨가 운전자만 들어간다고 하는군요...어차피 운전자도 배에 차 주차하고 걸어서 들어갔던 길로 나옵니다.
차를 싣고 사람은 터미널을 통해 블루나래호에 타게됩니다.
터미널 건물로 가는 길...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 안개가 웬지 불안합니다.
결국 그 불안이 적중해 9시가 지나도 완도를 출발하는 배가 없습니다. -_-a
청산도 가는 사람들도, 제주도 가는 사람들도 계속되는 지연 방송에 대기실에서 마냥 기다립니다. 시끌시끌하고 정신없어서 구석에 유리로 분리되어있는 휴게실로 가니 사진들만 전시되어 있고 사람이 없어 지친 신랑은 수건으로 배를 덮고 종이쪼가리로 눈을 가리고 쿨쿨 잡니다..불쌍...ㅜ.ㅜ
이제나 저제나 안개가 걷히면 출발한다고 해서 기다린 지 한시간...
제주도 못 가는 거 아닌가...짐은 어쩌나...걱정하고 있는데 10시가 되니 배 타라는 방송이 나옵니다. 밖으로 나와보니 앞에 섬이 보일 정도로 안개가 걷혀있습니다.
허겁지겁 30분 전에 먹으라던 멀미약을 타기 직전에 먹고 멀미 안하길 기도합니다.
우리가 예약한 좌석은 D 34, 35입니다. 예약하기 전에 어떻게 하면 창가에 그래도 바다가 잘보이는 좋은 자리를 예약하나 고민했는데, 표를 유심히 보면 창가에 기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 기둥 피해서 좌석 정하시면 되고, 복잡하시면 그냥 D34, 35하세요. 자리 좋습니다. ^^ 정작 저희는 창밖도 안보고 피곤해서 자다 일어나니 제주 다왔더라고요 ㅎㅎㅎ
표 아래는 블루나래호 우등석과 c구역의 테이블 있는 좌석입니다. 블루나래호는 유럽쪽의 유람선을 중고수입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깨끗하긴 하지만 사용감은 있습니다.
화장실도 좀 불편하게 되어있는데 여자분들은 수유실..인가 모유휴게실인가...암튼 여자화장실 근처에 분리된 깨끗하고 아늑한 화장실이 하나 더 있으니 이용하시면 될 듯합니다.
차량은 안전하게 고정되서 운반되니 걱정마세요~ ㅎㅎㅎ
완도에서 제주까지 1시간 40분, 배에서 차 내린다고 좀 기다리고 12시 근처에 제주항에 도디어 도착했습니다.
제주도로 오는 수십 번의 상상...배에서는 파란 바다를 바라보고 신랑이랑 가슴 설레이면서 얘기도 하고, 제주도에 들어올 때는 기념촬영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둘 다 상태가 워낙 메롱메롱하여 배에서는 잠만 자고, 내리라 해서 허겁지겁 내리고 정신 차려보니 제주의 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완도의 안개 낀 흐린 날씨와 달리 제주는 해가 반짝 해서 잠시 기운도 납니다.
하도 정신이 안 차려져서 제주시에서 위미리로 가는 길에 도로가에 국수집에 들어가서 점심부터 먹기로 합니다.
국수집 안의 적당한 농담에 기분이 좀 더 좋아집니다. 싱싱한 오이가 올라간 양은 그닥 많지 않았던 비빔국수...맛은 상중하 중 상중입니다 ^^ 청결함에 점수를 좀 더 주고 싶은 가게입니다.
사실 매운 걸 잘 못먹는데 정신 차릴려고 무리를 한 듯하여 달달한 맛동산으로 코팅을 해주면서 서귀포의 우리집을 향해 달립니다. 밥도 먹고, 날씨도 좋고, 나무도 파랗고 이제서야 세상이 좀 좋아보입니다. ㅎㅎㅎ 도로 안전지대에 고사리를 와방 널고 있는 할머니 발견~ 제주할머니의 박력을 엿 본 기분입니다.
위미리 연세집에 도착해보니 주인 아저씨는 밭에 가셨고, 아주머니도 일 보러 나가셨습니다. 다행히 올라가는 계단에 예쁜 사슴 두마리가 반겨줘 외롭지 않았습니다. ^^ 문은 열려 있었으나 주인이 열쇠를 주기전엔 들어가선 안된다는 신랑의 바른 말 한마디에 위미항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테라스에서 기다립니다.
전화받고 오신 주인 아저씨에게 열쇠를 받고 몇가지 안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감사하게도 아주머니가 깔끔하게 청소해주셔서 청소는 생략~ 바로 나침반을 꺼내 방향 확인 후 방 사이즈를 재고 가구 배치 회의에 들어갑니다.
집전망은 생각보다 좋은데, 집은 생각보다 좁아 가구를 이렇게 돌리고 저렇게 돌려도 답이 안 나옵니다.
거실을 최대한 비우고, 방은 꽉꽉 채우는 컨셉으로 회의를 마무리하고 위미항 구경을 나갔습니다. 시간은 3시를 지나 4시로...맑았던 하늘이 꾸물꾸물..덩달아 좋았던 기분도 꾸물꾸물...이사짐이 넘 늦는게 아닌가 짜증도 꾸물꾸물...
4, 5시에 온다던 이사짐은 5시에 거의 다왔다고 전화가 오고, 신랑과 저는 3시간정도를 기다렸습니다.
5시가 넘어 이사짐 차가 도착하고 사다리를 올리고 본격적으로 짐을 올리기 시작한 시간은 5시 40분. 너무 늦은 거 같아 물어보니 한 분은 어디 들러 정리 좀 해주고 왔다고 하고 다른 한 분은 바로 왔다고 합니다.
시간 상으로는 어디 들렸다 오신 게 분명한 거 같은데, 아니라고 그러시는 거 같아 기분이 좀 상했습니다.
때맞춰 갑자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합니다. 고사리 장마랍니다. 아...좀만 일찍 왔으면 비 안맞고 짐 내렸을 텐데...뚜껑이 열릴랑 말랑 합니다.
서울에서 계약을 하셨던 분은 다른 이사때문에 안 오셨는데, 그래서 뭔가 전달이 제대로 안 된 듯, 반포장이니 큰가구를 올려 조립할 거 조립하고 작은짐은 박스채로 방마다 구분해서 넣어주면 되는데, 일하는 아주머니까지 와서 같이 짐을 내리고 정리를 합니다.
서비스로 아주머니를 불러주셨나..그러는데 중간에 반포장인 거 몰랐다고 기분 나빠하시면서 가버리시고, 남은 남자분들은 비 온다고 큰짐 작은짐 구분없이 급하게 올려버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집안에 조립 안 된 침대, 장롱, 냉장고, 책상에 짐들까지 다 올라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8시 정도 조립을 마치고 이사업체 분들이 돌아가신 후 집안은 그야말로 이사박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잔금을 20정도 남기고 짐정리 다되고 분실사항 없으면 마저 주겠다고 하자 안된다고 하셔서 일단 다 드렸습니다...어쨌든...반포장 이사 비추입니다. 그냥 완전 포장이사를 한 30만원 더 주고 하시던지...아니면 그냥 일반 이사를 하시면 차라리 속이 편하실 듯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가 처음에 짐을 내릴 때 우리 반포장이니까 가구 먼저 내려 조립 끝나면 박스짐 올려 주세요~ 이랬을텐데 말입니다.
세탁기 수평 맞추는 다리 어디 있는지 몰라 장판으로 괴어놓고 가시고, 나중에 정리하다 보니 액자 뒷편에 신문지 안대고 테이핑해서 뜯어내자 액자 뒷편이 확 다 뜯어지더군요...그래도 그 분들도 늦은 시간까지 짜증 안내시고 일할 건 다하고 가셨으니 뭐라 못하겠으나 사람들한테 업체 추천하기는 애매한 듯합니다. ^^;;
박스들 그대로 두고,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을 먹으러 위미초등학교 앞의 한라흑돼지에서 고기를 구워 와구와구 먹었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고 지칠대로 지쳤는대도 고기는 완전 맛납니다. 막 먹다가 아, 사진...이러고 보자 기적처럼 양파 한개, 김치 한 쪽, 고기 한 점이 남아있습니다. ㅎㅎㅎ
17일 운명적인 제주 입도 첫 날...밤바다를 보며 와안 한 잔 하려했건만, 와인은 커녕 넘 졸려 그냥 자기로 합니다.
제주 목살 배터지게 먹고 플라스틱 박스로 둘러싸인 먼지 가득한 매트리스 위에서 대강 씻고 웅크리고 잤습니다.
그래도...피곤해서 그랬는지, 우리집이라 안심이 되었는지 긴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달고 달게 푹 잤습니다.
첫댓글 그 과정이 눈에 선하네요
기록도 잘 하시고 이제 추억속에 잘 담아두셨더가 언젠가 또 꺼내보시면 좋은 안주꺼리가 되겠네요
^^ 2013년 4월에 입도해서 1주년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살모에 올렸던 글들이구요...앞으로 입도하실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지금에서야 참 재미있었구나 싶어요~ 그 때는 정신 없었구요 ㅎㅎㅎ
길고 어려운 길을 온만큼 행복함이 더 진하고 두터이 쌓이길.
지금 행복합니다 ^^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를 포함 제주행을 꿈꾸고 있는 분들에게는 살아있는 교본입니다. 3탄, 4탄, 5탄....마구 마구 올려주세요^_^
4탄까지 예정이예용~^^
연장하세요^^ 연장안하면 연장들고 찾아갑니데이~~>_<
푸하하하 1년 기념으로 하나 더 올릴거예요~ ㅋㅋㅋㅋ 무서운 거 들고 찾아오시면 안되요 ^^;;
씨익⌒.⌒
^^안녕히 주무셨어요?
네 ㅋㅋㅋ 1년 전 저 날은 진짜 꿀잠이 이런거구나..싶었어요 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ㅎㅎㅎ 위미 온 지 1년이랍니다...^^ 그래도 환영해 주셔서 감사해용~~ㅋㅋㅋ
ㅎㅎㅎㅎ
사 라 있 네.. 생생정보
살아있는 3, 4탄도 곧 올라갑니다~~
어쩜 이렇게 생생하게 사진까지... 영화처럼 눈에 펼쳐지네요.^^ 저도 얼마전 반포장 이사해서 그맘이 더 생생하게 전달되네요. 한 이틀 나머지 짐 정리하고 일주일은 끙끙 앓았죠.
ㅜㅜ 반포장...정말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리고 싶어요...ㅋㅋ 저와 같으시네요~ 저도 일주일 몸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