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이웃집 토토로 **애니메이션의 모범답안
[미래소년 코난], [알프스 소녀 하이디], [플란다즈의 개], [엄마찾아
삼만리]...
이 작품들은 귀여운 캐릭터와 아름다운 자연을 그린 것으로,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는 어릴때 누구나 재미있게 보신 만화영화들이죠?
이 모든 것은 일본 애니매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입니다.
그의 작품은 작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로 우리 극장가에 첫인사를
했지만, 결과는 흥행 참패였습니다.
게다가 지금까지 개봉한 일본 애니매이션인 [무사주베이], [인랑] 등도 모두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왜 이렇게 참패하는 것일까요?
내용이 좀 어렵고, 주 타겟이 어린이들이 아니라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것도 있겠지만, 만화를 하찮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우리나라
성인관객들에게 흥행을 기대한다는 것도 무리였던 것이 더 큰 이유이겠죠.
그러나 이번에 개봉한 [이웃집 토토로]는 좀 사정이 다릅니다.
[원령공주]와 더불어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적 흥행작인데다가, 애니매이션에 어느정도 애정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20세기 최고의 애니매이션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엄마의 병간호와 아빠의 작업 때문에 한적한 시골로 이사를 온 사츠키와 메이.
이 두자매는 새로 이사온 집이 마냥 좋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 집에 도깨비가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런데 자매는 그
사실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동생 메이는 숲속에 사는 도깨비 토토로를 만나게 됩니다. 밤 늦게 귀가하는 아빠를 기다리다 사츠키도 메이와 함께 토토로를 만나게 되고 선물도 받습니다.
이후 이들 자매는 토토로와 함께 새롭고 환상적인 모험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웃집 토토로]는 전형적인 동화입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영화라고 해도 무방하죠.
따라서 주제도 '꿈, 희망, 환상, 모험을 통한 가족간의 사랑'이라는 전형적이고도 모범적인 주제입니다.
요즘 잘 나가는 [슈렉]의 내용은 비꼬기를 한 패러디입니다. 보는 동안 순간순간 폭소를 터트리죠.
재밌게 볼수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영화라 할 수 있지만,
보고 나올때까지만 즐겁고 유쾌한 기분 뿐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웃집 토토로]는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을뿐더러, 보고 나올때는 유쾌한 기분에다가 맘속 어딘가 따뜻해진 느낌도
가지고 나오게 됩니다.
농촌의 정경, 이웃간의 인심, 친구들간의 우정, 부모님과의 사랑... 어느하나 악한 것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악과 선이 있어서 선이 꼭 이긴다는 디즈니식의 구도나, 대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것이지조차 모호하게 만들어놓은 슈렉식이 아니더라도,
좋은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따뜻한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자연속에서 자연을 아끼며 살아가는 자매들의 모습에서, 자연과 하나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 것인지를 알려주죠.
자연을 사랑할때, 자연이 주는 선물인 토토로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니까요.
[슈렉], [아틀란티스], [파이널 환타지] 등 어린이들이 감당하기엔
좀 그런 만화영화뿐인 이번 여름에, 부모님 손잡고 보기에는 딱 좋습니다.
그러나 정작 영화를 보고 열광하는 이들은 성인들입니다. 특히
10~20대 여성들이죠.
왜냐구요? 너무 귀엽거든요.
토토로와 그 새끼들(?)은 나타나기만 해도 관객들이 즐거워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귀여운 토토로는 영화의 중반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자주 나오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이야기의 진행템포도 굉장히 느립니다. 이야기가 느리기에 당연히 전체의 줄거리도 하나의 큰 에피소드만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성입니다.
이처럼 지루할 것 같은 조건을 모두 갖추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정작 귀여운것은 토토로보다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등장하는 자매들이기 때문이죠.
특히 동생 메이의 행동과 말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은 극중 캐릭터가 인기를 끌기 마련인데, 실제로 지금 그렇더군요.
얼마전 엽기토기까 온갖 캐릭터 시장을 장악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엽기적인 행동을 일삼는 토끼보다는 꿈을 주는 토토로가 가방이나 핸드폰에 더 많이 달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출신이라는 것만 아니었다면 말이죠.
[이웃집 토토로]는 1988년 작품입니다. 그리고 100% 그림(셀 애니매이션)입니다.
물론 컴퓨터 그래픽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다가 원래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헐리우드의 24프레임보다 적은 18프레임이기에 동작이 매끄럽지도 않구요.
그러나 전혀 구식같아 보이질 않습니다.
사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구식냄새가 좀 났었지만, 이번엔 아닙니다.
우리들에게도 익숙한 마을 풍경이나, 바람에 흩날리는 꽃, 나무 등은
[슈렉]이나 [벅스라이프] 같이 실사같은 3D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너무 사실적이어서 소름끼치는 것보다는 오히려 느낌이 살아있어서
더 정겹습니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인해 반일감정이 높은 시기인데다가, 수많은 사람들이 불법 비디오로 미리 봐버려서 보지못한 20대가 없을 정도이기에 흥행을 할 것이라는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그러니 아직 못보신 분들은 서두르십시요. 흥행이 안되면 금방 극장에서 내려갈테니 말입니다.
좋으면 오래하겠지 하고 미루다가는 최고의 애니매이션을 비디오로
보셔야 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