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의 작업은 기존의 레이디메이드 이미지를 가져와 변형시킨다. 이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작가는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이다. 그중에서 뒤샹의 모나리자 그림엽서에 콧수염을 그린 <LHOOQ>(1919)와 <로즈 셀라비 Rose Se’lavy>은 김수진의 작업 개념과 방식에 영감을 주었다. 워홀이나 뒤샹이 여장 분장으로 사진을 찍거나 기존의 이미지를 가져와 작업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워홀이 주로 대중매체에서 생산된 이미지를 가져온 것처럼 김수진은 인터넷 공간에 떠도는 이미지 중에서 드레그퀸과 킹(drag Qu, king)의 이미지를 차용한다.
이번 김수진의 전시 제목은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이다. 이 문장은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에서 사르트르의 책 『상상계』에 대한 헌사 In homage to L’Imaginaire by Jean-Paul Sartre를 가져와 변형시킨 것이다. 이때 『밝은 방』 표지로 사용된 다니엘 부디네(Daniel Boudinet)의 커튼 사진과 유사한 김수진이 촬영한 무대 위 커튼 사진은 드랙 쇼(drag show) 등장인물의 얼굴 없는 하반신 사진과 짝을 이루고 연극이 펼쳐질 퍼포먼스를 궁금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