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습관이 되어버린 시계를 본다.
새벽2시 45분이다
어제저녁 10시에 자리에 들었으니 4시간 이상 잔 셈이다
도파민이 새벽 2~3시 사이 많이 만들어 진다는데 하는 걱정을 하며 다시 눈을 감아보지만 잠은 들지 않고 잠들지 않는 상태로 누워 있는 건 몹시 괴롭다 돌아눕기도 힘들 고해서 일어나고 만다.
나의 하루 수면 시간은 평균4시간 정도다 일찍 일어나니 참으로 내게는 하루가 길다
살며시 방을 나와 컴퓨터와 재봉틀이 있는 방으로 간다. 강쥐도 이내 나를 따른다. 소리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컴퓨터와 바느질이다
내가 가입하고 있는 두 개의 카페를 둘러보고 때론 간단한 글도 올리고 바느질 재단을 하기도 한다.
그것도 이내 그만둬야 할 때가 많다
다리의 근육 통증 때문이다
근 긴장 이상증 이라고 의학적 용어로 말한다.
처음엔 이 증상이 발가락이 안으로 또는 밖으로 말려 들어가다가 나중에 부챗살처럼 빳빳하게 펴지기도 하더니 몇 년 전부터 허벅지 허리 까지 올라오더니 통증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어떤 이는 이 증상을 두고 발기한다는 표현을 써서 웃게하기도한다
증상은 예고 없이 온다.
느닷없이 길을 가다가 화장실에서 부엌에서 책상에 앉은 상태에서 온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사라질 때도 있지만 움직이면 더욱 심해진다.
집안에서는 그나마 다행인데 바깥에서 그런 상황이 되면 SOS를 불러야 된다.
될 수 있으면 적게 먹으려고 애쓰는 약을 할 수 없이 먹는다.
약 먹은 직후엔 더 심한 통증이 오다가 서서히 가라앉고 어둔하고 힘이 없던 몸에 힘이 생기고 서동증세도 사라지고 안개 낀 듯 한 머릿속도 맑아진다.
그리고 나는 일어나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아침밥을 한다.
어떨 땐 약이 안돌아 바닥에 눕기 도하고 의자에 앉아 하기도 한다.
남편은 출근하고 난 재빨리 일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내 약효소멸이 오게 되어 또 아무 일도 못하게 되니까
그렇게 3시간 정도 지나고 나면 또 약을 먹는다. 이번엔 좀 더 많은 약을 먹는다.
낮이니까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어김없이 더 바보 같은 상태가 된다. 입은 자꾸 벌어지고 침은 흐를 것 같고 머리는 망치로 한 대 맞은 듯 얼얼하고 다리는 질질 끌리고 목소리는 기어들어간다
손가락에 힘이 빠져 뭘 집으면 떨어뜨리기 일쑤다
가만히 있어야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해야 할일이 자꾸 눈에 머리에 들어온다.
약효가 돌면 10분도 안걸 리는 일들을 한 시간 이상 하게 된다.
나는 9년차 파킨슨환자다
나는 이병을 2002년도에 선고 받았다
내게는 생소한 병명이었다.
희귀병인줄로 알았다
난 단지 전화기를 들면 팔이 조금 떨리는 것뿐인데 이런 희귀병이 하고 믿기지 않았었다
병원에선 아무검사도 하지 않았다 그냥 걸어보라고 했고 반짝반짝 작은 별 과 조막조막을 시켜보았을 뿐이고 난 다 잘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진료실을 나오면서 입구에 붙어있는 파킨슨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았다
다시 동의대 병원으로 갔고 같은 결과로 인해 다시 동아대에 입원해서 각종 검사와 PET검사를 통해 확진을 받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갔지만 말만 듣고는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그날로 파병 환자가 되었다
절망하거나 울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후의 내 삶은 열심히 운동하고 살았지만 한순간도 병에서 자유로워 진적은 없다
초기엔 나는 더 나빠지기 전에 하는 마음이 있어 생활을 더 열심히 했고
내 병으로 인해서 내 주변 사람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 병은 진행되어 갔고 나의 불안감도 증폭되어갔다
특히 떨림이 몹시 부끄러웠다
의사 선생님에게 떨림을 말하면 떨림은 대수롭잖게 말하고 서동이 문제라고 말해 그때는 서동이 없는 상태라 야속하게 들렷다.
그러다가 친구들이랑 등산을 갔다가 삼과골절이랑 큰 중상을 입어 발목에 철심을 10개나 박는 수술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끔직한 생각이든 다
다리의 골절은 사실 고통스럽지만 시간이 지나면 나으리라 생각하지만 내내 나를 짓눌렸던 파킨슨의 불안감이 상승효과를 주어 죽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부산에서 살다가 울산으로 이사를 한 탓에 친구도 하나 없고 걸을 수도 없고 출근하고 난 뒤에 그냥 집에 홀로 담겨 있노라면 왜 그리 하루는 긴지 시간과의 사투를 벌렷다.
그때 내가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다
아들이 써다가 두고 간 컴퓨터를 켜보고는 동사무소에서 예전에 배웠던 기억을 되살려서
군에건 아들에게 편지도 쓰며 헤집고 다니던 중 파킨슨 카페를 알게 되고 거기서 많은 정보도 얻고 사람들의 만남도 이뤄지면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면서 같이 아파하고 같이 위로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나는 병이 많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진행이 많이 되고 먼저 저세상으로 간 사람도 잇다
나도 이 병을 나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갈수도 잇을 것이다
아니면 운 좋게도 좋은 약이 나와 또 다른 삶은 살수도 있을지도
그렇지만 난 큰 기대는 않는다. 이미 60이 내일모레고 결코 적게 산 것도 아니다
그리고 낫지 않는다고 해도 이제는 그리 억울하지도 않다
물론 희망이 없다면 인생이 너무 고단하니까 낫기를 희망한다.
낫기보다 고통이 줄기를 희망한다.
9년이란 세월이 나를 많이 비워냇다 병으로 인해 생활의 즐거움을 많이 잃었다
나름대로 내색 없이 살고자 하지만 가족들은 불편하고 안타까울 것이다
병이 오면 그것으로 모든 걸 잃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친구도 생기고 자신도 돌아보며 외부로 향하고 있던 눈이 자신을 응시하게도 된다.
그리고 이 병은 그렇게 절박한 병은 아니다 금방 죽음에 이르는 병도 아니고 또한 그것 때문에 고통스럽긴 해도 다른 것에 비하면 돈도 많이 안는다.
단지 너무 오래도록 살까 그게 두렵고 걱정될 뿐이다
시간이 갈수록 진행되니까
그렇지만 그것도 생각하기 따라선 다행이다
좋은 약이 나올 때 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것은 다른 환자들에 비하면 특혜 일수도 있다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그것이 환자로 살아낼수 있는 자질이다
첫댓글 그래요. 요가님 우리 그렇게 생각하도록 합시다 이병이 나에게 옴으로 해서 새로운 친구도 생기고 자신도 돌아 볼수 있고 외부로 향하던 눈이 자신을 응시 하게도 되지만. 다행스럽게도 금방 죽음에 이르는 병은 아니고 병원비도 많이 안들고............그래서 우리들은 좋은 약이 나오 도록 기다리며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함과 동시에 희망 또한 아울러 가지고 살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들은 환자로서 살아 낼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지니고 있지 않은 가요?
훗훗 자질있는 우수한 사람!1
파병환자들이 이 병으로 인해 빨리 죽을까봐 걱정인데 요가짱님은 너무 오래 살까봐 걱정이라고 하신 것은 낫지도 않고 이 힘든 상태로 오래 살까봐 걱정이신거죠? 저도 그렇습니다. 나을려면 좀더 빨리 치료약이 나와서 그래도 내가 운신할 수 있을 때 병이 나아야지 다 늙어 꼬부라져 움직일 수도 없을 때 다 나으면 뭐합니까?
옳소!!
요가짱님 60도 넘어보면 아직 어린나이에 속합니다
2002년에 파병선고 받았으면 올해 10년자가 아니가요
(만 9년이니까..)의사는 발병연도를 역산 하여 2년을 더 붙이더군요 12년차라고
고통스러운 통증이 계속 되지 않기를...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겠어요
뭘 그걸 또 계산 하시고...ㅋ
요가짱님이 저보다 더 활동적이긴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수면시간 체크하는 것부터 아픈채로 너무 오래 살까 걱정하는 것까지 너무 닮아 있네요 그래도 강의 들으러 멀리까지 강행군 하시는 걸 보면 대단해요 박수를 보냅니다.
금방 링거 맞고 왔어요
당신의 모습이 곧 나의 모습입니다 다들 씩씩하게 시간과 씨름하며 살고 있답니다. ㅂ부산에서 만났었죠
당근 기억하지요 아주 뚜렷이
...
침묵의 의미는?
만3년 아픈 병력인데 쥐나는것 말고 골고루 다 압니다 곧 안녕하고 파와 이별할 날이 오리라 봅니다
3년만에 진도를 따라 잡았다구요? 너무 학습능력이 뛰어난거 아니에요 ㅠㅠ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런 글이 올라오면 미래의 나의 모습인거 같아 서글프고 많이도 울었는데...어느덧 저도 파병에 적응 되어 가나 봅니다.ㅎ 악착같이 버텨서 이겨내게요..홧팅!!
너는 죽엇나 하고 있으면 한번식 나와서 나 살아있소 하는구먼
구구절절 맞는말씀하시는군요. 저도 죽는건 걱정아닌데 이런상태로 오래살까봐 걱정입니다. 내일모레가 60이라서 삶에대한 애착도, 꿈도 없답니다. 그저 하루 하루 약시간이 좀 길어지고 고통이 덜하면 그뿐... 더 바랄게 뭐있겠어요
무슨 그런 말씀을.. 마음을 비워는건 좋지만 의욕을 상실하는건 안좋은데요 힘 내세요!!
역시 행님 다운 ...끝은 긍적적으로 마무리 하셨네예 지생각도 행님과 이하동문입니더 근데 갸날픈 몸매 어디에서 이런끼가 발산하는지 참 궁금합니다 우짜든동 많이 잡숫고 기운차려 파병을 이길 생각만 하세요 "쳐부수자 파킨슨"" 무찌르자 알츠하이머"항상 역지사지 하시는 행님 맘 다 앱니다 내꿈도 꾸지 마시고 오늘밤은 깊은잠을 주무시도록 기도 ()드리겠읍니다 감사합니다^^*
아함!! 니 기도 덕택인지 자알 잤다. 고마워! 똥강
낙동강이 순식간에 똥강으로...기똥찬 말재주입니다. 글을 통해 느껴지는 낙동강님의 구수함과 편안함 그리고 친숙함까지 한큐로 해내시는 요가님.. .몇년전 새실언니가 저를 노케이라 부를때가생각나요. "넌 노케이야"하던.
파병을 긍정적으로 살아 갈수있는 자질이 필요한가요 햇수가 지날수록 파병을 인정해야 하는듯 합니다. 즐거움의 삶이 웃음이 하나 둘씩 멀어져 가는둣..... 미래 제 모습인것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희망의 끈은 언제일까요 요가님 힘냅시다.
어차피 내게 온 병이니 같이 보듬고 살아야되고 그러려면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자는거지 뭔 자질이 필요하겟습니까 마리아님도 힘내시고 같이 화이팅하면서 살아냅시다 아자!!
퇴행성질환으로 여기고 운동열심히 즐거운 생활하면 수명에는 상관없고 오히려 당뇨보다 이겨내기쉬운 질병이라는 샘의 말에 가볍게 여겼지만 서서히 찾아오는 온갖 증세로 괴로워하는 이를 두고는 1박2일 여행도 떠나기가 두렵답니다.
부지런하게 열심히 극복하시는 분이구나 생각했는데 아픔을 어찌 가늠하겠습니까? 쓰신글을보니 눈시울이 적셔오는 감동. 문단에 등단하셔도 되시겠는데... 쉼터의 많은분들의 응원으로 힘 내세요. 화이팅
이보다 더한것에 비교하면 견딜만 합니다 고맙습니다
님들의 투병에대한 말씀들이 곧 나의 투병이라 생각하니 함께 걸어가는 서러움에 한이 맺혀 더 할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치료를 위한 상황은 시시각각 발전하고 있으니 현대의학은 결코 우리를 저버리지 않을 것입니다
정말 님들의 글을보면 공감 또공감 합니다.전 2003년확진받았고..흔히들 우스게 소리로 발악을 한다고 하죠?남들하는건 다쫓아하려고...그러나 이네 마음 뿐이라는걸 실감하죠.시간이 흐를수룍 마음같이 몸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는것을..
운동을 하려면 약을 한번더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라도 운동을하는게 낳을까요???
서울대학병원의 신경과 전범석 의사 선생님 파병에...그분의말씀 약 시간 맞추어 잘 복용,몸은 끊임 없이 움직여야한다고 들었읍니다 등산 가서 쓰러져 신경과 의사로써의 참담함,지금은 정상적인과 다름없이 병원생활하고 계시는걸 봤읍니다 희망을 잃지 마시고 용기를 가지세요 화이팅예(생로병사,명의,에 출연)
과연 쉼터의 운영자님 답게 글솜씨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군요 댓글이15명이나 올라오니 인기도 짱입니다. 미인이신 요가짱님이 부산모임에오셔서 노래도 잘부르시고 샹하이 트위스트 곡에 맞혀 춤을 너무 잘추어 놀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