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salon A. by Bom
타고난 감각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공간에 관심을 기울여온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자신의 숍을 디자인했다. 낡은 듯 편안한 공간에 클래식과 빈티지를 넘나드는 가구들을 직접 매치했다 한다. 좋은 공간 디자인은 진정 즐기는 이의 손끝에서 탄생함을 확인케 해준 에이바이봄에서의 한나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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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원장은 워싱턴주립대학의 도서관에서 느꼈던 감흥을 이곳에 구현하고 싶었다 한다. 그래서 9m 길이의 고재 테이블을 짰는데, 직접 고재상을 찾아가 30개의 나무 상판을 꼼꼼하게 골랐고 다리부터 몸통까지 폭과 디자인을 정해 제작을 의뢰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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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3년차 베테랑 메이크업 아티스트 김보미 원장은 3년 전 자신의 숍을 오픈했다. 에이바이봄은 최지우, 한지혜, 한예슬 같은 여배우들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책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천연 코즈메틱을 출시하기도 했다.
문의
02·516-8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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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미 원장의 사무실 모습. 정크하게 마감된 공간에 인더스트리얼풍 조명을 매치했고, 따스한 나무 소재의 책상과 가죽 암체어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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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한쪽 벽에는 그녀가 평소 영감을 받는 이미지들을 붙여놓기도 했다. 한때 그림에 매진하여 개인전을 열기도 한 미적 감각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코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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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사하기 전의 숍에서도 그림 전시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때문에 작품이 잘 팔리지 않을 때면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 직접 사는 경우도 많다. 수익만을 생각했다면 이런 전시는 결코 시도할 수 없었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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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위한 VIP 룸의 모습. 빈티지 암체어와 트렁크 디자인의 커피 테이블로 클래식 감성의 공간을 만들었다. 테이블 위의 꽃과 소품들도 김보미 원장이 직접 장식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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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도서관 코너의 책장 앞에는 유럽에서 사온 전구들을 아티스틱하게 걸어 장식했다."에이바이봄이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공간을 넘어, 일상의 지루함을 탈피하고 마치 여행을 온 것처럼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진 작가들의 그림 전시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유럽의 어디쯤에서 마주친 것 같은 공간에서, 멋진 작품을 보며 행복한 자극을 느끼시기를 바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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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맞는 프런트 데스크는 'A. by BOM'의 로고를 전구 조명으로 구현했다. 80년대 뉴욕 펍의 코너처럼 레트로풍으로 디자인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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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이봄은 최근 식물성 천연 원료를 이용해 만든 코즈메틱을 출시했다. 합성방부제, 인공 향료, 인공 색소가 없는 제품인 데다 내추럴한 감성을 용기 디자인으로 구현한 것이 매력적이다. 김보미 원장은 지방에서 직접 커다란 돌확을 사서 세면대로 만들었고, 이 코너에서 에이바이봄 코즈메틱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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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바이봄에는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의 빈티지 가구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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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인 뷰티숍 인테리어가 싫었던 그녀는 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을 떠올리며 이 공간을 기획했다고 한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공간을 디자인하다
"10년 전 뉴욕의 미트 패킹 디스트릭트에 갔다가 오래된 창고 건물 안에 명품 브랜드 숍이 있는 걸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중에 보니 런던의 테이트모던처럼 폐공장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된 사례도 있고, 이런 공간들을 만드는 '와핑 프로젝트'가 유행인 걸 알았죠. 이때부터 옛 흔적이 남은 공간을 현대적으로 고쳐 멋을 가미하는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마치 외국의 트렌디한 복합 문화 공간을 옮겨온 듯 감도 좋은 공간. 심지어 국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9m 길이의 테이블이 놓인 도서관 코너는 광활한 공간감을 선사한다. 뷰티 살롱 에이바이봄이 막 이사를 마친 청담동의 숍은 날것의 재질감을 지닌 실내에 멋스러운 유럽 빈티지 가구들이 어우러져 있다. 놀라운 것은 이 공간의 콘셉트를 잡고 디자인을 주도했으며, 가구까지 채워넣은 이가 에이바이봄의 대표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김보미 원장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녀는 와핑 프로젝트 같은 인테리어 트렌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때문에 무색무취의 내부를 부러 정크하게 고쳐 감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도 했다. "대학 때 전공이 인테리어 디자인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뒤에도 멋있는 공간을 보러 다니는 것이 취미였죠. 이번에 에이바이봄 숍을 옮기면서 그동안 제가 공유하고 싶었던 디자인적 감성을 모두 보여주고 싶었어요. 특히 외국 여행에서 느꼈던 영감들을 구현하려 노력했고요."
도서관이 중심이 되는 2층과 카페와 그림 전시가 어우러진 복합 문화 공간을 지향하는 3층. 2개 층으로 나뉘어진 공간 모두 헤어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는 좌석 쪽으로 시선을 두지 않는다면 이곳이 뷰티숍임을 잊게 만들 만큼 미용의 느낌을 배제한 것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입구에 커다란 돌확 세면대를 놓고 서정적인 허브 일러스트를 매치한 코너는 보는 것만으로 얼마나 힐링 시간이 되어주던지.
"뷰티숍 같지 않은 뷰티숍을 지향했어요. 거울을 최대한 얇게 만들고 수납장도 짜 넣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샴푸 코너는 철저히 벽 뒤에 숨겨져 있고요. 스태프는 조금 불편하겠지만 지저분할 수 있는 물건들을 모두 감춰 카페를 방문한 것처럼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드리고 싶었죠." 바닥의 에폭시 하나도 반광으로 따져 시공하고, 가구 하나 조명 하나까지 고심 끝에 골라 매치한 덕분에 공사 기간 내내 힘들고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는 그녀.
혹여 에이바이봄을 찾을 계획이라면, 한나절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들르기를 당부한다. 김보미 원장은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겠다는 포부에 맞게, 곳곳에 신진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진행하고 있으며, 2층 카페에는 셰프가 직접 만들어주는 트렌디한 음료와 디저트가 떨어질 날이 없다. 그러니 찰나의 방문으로는 에이바이봄 밖으로 나서는 발길에 아쉬움이 묻어날지 모른다. 생경하게 멋진 뷰티 살롱은 그 옛날 살롱이 그러했듯, 진정 낭만이 깃든 리프레시의 공간이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