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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 휴++게++실 스크랩 (동물) 차별대우에 지친 도시 고양이
zoom 추천 0 조회 54 05.11.14 14:35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외투 깃을 여미던 어느 겨울밤, 빠른 걸음으로 아파트 현관을 찾아 가는데 어디선가 아기가 서럽게 운다. 어디지? 이 추운날 밤에, 아기가 버려진 건가. 두리번거리니 주차된 승용차 아래다. 이런! 고개를 숙이는 찰라, 덩치 큰 고양이가 후다닥 달아난다. 영락없던 아기 울음소리는 발정난 고양이의 처절한 세레나데였다. 온기가 남은 차 밑에서 웅크려 울던 고양이는 내가 발걸음을 옮기면 차 밑으로 돌아올 것이다. 아파트 단지를 음산하게 다시 공명시키겠지. 하지만 그냥두기로 한다.


털이 있어도 꽤 추울 텐데, 하필 이럴 때 짝을 찾는담. 고양이 임신기간이 9주, 짝을 짓고 두 달 여 지나면 고양이 새끼들이 태어날 터. 이른 봄에 제 새끼들 걷어먹일 수 있을까 잠시 걱정해본다. 모든 동물들은 먹일 식량이 충분한 때에 새끼를 낳는다. 초식동물은 새잎이 돋아날 때 새끼를 낳고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의 새끼들이 겨우 돌아다닐 때 제 새끼를 낳는다. 승용차 밑에 웅크린 저 고양이는 이른 봄에 어린 쥐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단지에 쥐는 드물다. 언제나 지천인 쓰레기봉투를 뒤적이거나 술콰한 주당이 던져주는 안주를 고대하며 선술집을 기웃거릴 것이다.


고양이가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던 등소평의 70년대 언설은 오늘날 중국을 사회주의 구호만 남은 자본주의 국가로 빠져들게 만들었는데, 자본주의 국가의 고양이는 어떤 대접을 받을까. 따뜻한 부뚜막에 올라가 졸다 나타나는 쥐 잽싸게 잡아먹던 고양이는 가스오븐이 부엌을 장악한 요즘,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다. 도시 뒷골목과 아파트단지 구석에서 쓰레기 탐하는 신세가 아니라면 우유와 통조림 섞인 수입사료를 얌전하게 먹는 늘어진 팔자를 과시한다. 한 무리는 사람을 피하며 자동차 밑에서 잠을 청하고 한 무리는 사람 종아리 사이를 비비며 어슬렁거리다 따뜻한 쥔 무릎에서 잠든다. 야산에서 다람쥐 잡아먹다 쓰레기 뒤지는 무리도 있다. 그들은 묶어놓은 개를 피하며 농가를 파고든다.


청주에 사는 한 학생의 한 쪽 눈이 파래 화재가 되었다. 칼라 렌즈를 낀 것으로 오해한 선도부 선생님이 오리걸음을 시킨 적도 있다는 그 소녀는 하루 1000명의 방문자를 자랑하는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는데, 두 가지 홍채를 가진 이른바 ‘오드아이’는 고양이에서 유명하다. 가창력보다 얼굴로 한몫하는 신인가수가 반짝하다 사라지는 연예계에 혜성같이 등장한 아이비라는 신인가수는 선물로 받은 오드아이 고양이에 푹 빠져있다고 한 인터넷신문은 전한다. 팬들은 고양이와 그 주인이 모두 매력적인 것이 닮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데, 오드아이 고양이는 왜 사람보다 많은 것일까. 유전자조작의 결과는 아닐 텐데.


파란 홍채와 분홍 홍채를 동시에 가진 오드아이는 일종의 돌연변이로, 사람이나 고양이나 흔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 4800만 명 중 겨우 한 명에서 나타난 오드아이가 고양이에게 흔한 것은 자본이 육종한 결과다. 신기한 오드아이 고양이는 희귀한 만큼 돈벌이를 보장할 것이다. 그러니 어쩌다 발견된 오드아이 고양이를 이윤을 노리는 상업주의는 그냥 놔둘 리 없다. 오드아이 고양이를 다양한 품종의 애완 고양이와 짝짓게 한 후, 그렇게 태어난 한 배의 남매들끼리 지속적으로 근친교배시킨다. 그러면 열성인자가 발현된 된 개체를 여러 마리 얻을 수 있다. 이번엔 열성인자들끼리 교배시키면 된다.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 병약할지언정 값비싼 오드아이 고양이는 계속 태어나 팔려나갈 것이다.


어떤 고양이는 인기 신인가수 품에 호강하며 매스컴을 탔지만 어떤 고양이는 가여운 모습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수년 전 일본에선 화살이 몸통을 관통한 오리가 우에노공원 습지에서 유영하는 모습으로 텔레비전을 타 동경시민들을 놀라게 한 적 있는데, 얼마 전 서울 송파구에선 이마에 대못 박힌 고양이가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니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탄 것이다. 아파트 벽에 못을 박을 때 손가락을 찐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못을 강력하게 쏘는 총을 사용하고픈 욕심이 잠시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그 총은 소음이 요란해 주위 사람들을 크게 놀라게 하는데, 목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이른바 ‘타정총’을 목수 아닌 사람도 소지할 수 있는 모양이다. 구해놓긴 했는데 쓸 일이 없으면 대개 심심해한다. 그래서 그는 고양이를 노렸나보다.


머리는 물론 등과 배에 못이 박힌 야생 고양이들이 속출해 골머리 앓던 송파구에서 주인이 방심한 사이 허리에 못을 꽂고 들어온 고양이까지 생겼다. 네티즌의 분노가 끓어오르자 수사에 나선 지역 경찰서는 주인 있는 고양이는 ‘재물손괴’, 야생의 경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형사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마에 대못 박힌 고양이를 구조하는 화면을 본 시민들의 놀라움과 안타까움과 달리 범인 색출은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못이 빠진 고양이는 끝내 죽었다고 한다. 못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한 뇌출혈 때문에.


납치된 요인을 구해내는 가상전투 인터넷게임에 익숙해서일까. 일단의 꼬마 전투원들이 아파트단지를 왁자지껄 내달리며 하얀 비비탄을 쏘아댄다. K1, M16소총과 권총에서 빗발치는 비비탄은 자동차 밑으로 숨어들어간 고양이를 향하고, 따끔따끔한 아픔을 이겨내지 못하는 고양이는 아이들을 피해 자동차가 질주하는 큰길로 내달린다. 로드킬은 산간 도로에 국한하는 게 아니다. 이따금 보이는 간선도로에 밟혀죽은 고양이들, 모두 비비탄 피하다 그리 된 것이야 아니겠지만, 애고 어른이고, 도시의 야생 고양이들은 인간이 자신의 가장 독한 천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개보다 고양이 복제가 쉬운가. 2002년 미국 텍사스 A&M대학에서 성공한 이후 세계 두 번째로 순천대학교 연구팀에서 2004년 8월 체세포핵이식 방법으로 고양이를 거푸 복제한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삵의 피부세포를 고양이 난자에 이식해 복제에 나섰다”고 밝힌 연구자는 삵 복제에 성공할 경우 한국산 호랑이 복원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며 “학내 실험벤처기업인 "펫 클론(Pet Clone)"을 통해 상업화에 나설 계획”으로 포부를 야심차게 드러냈다. 이미 미국은 5만 달러를 받고 고양이를 상업적으로 복제하는 회사가 성업 중이다. 그런데, 복제된 고양이는 인간에게 고마워해야할까.


누드 고양이까지 육종한 인간은 유산까지 물려주며 본성 잃은 고양이를 애지중지하지만 다른 쪽의 고양이는 비비탄과 대못을 맞고 신음한다. 빈부격차가 심한 인간에게 맡겨진 고양이는 오늘도 행복할까. 조상의 피를 가진 얼마 남지 않은 삵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닐까. (물푸레골에서,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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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5.11.14 23:38

    첫댓글 버려진 고양이들 심심찮게 만나는데 너무 마음이 아파요. 인간의 애완동물 유기는 인간에게 또다른 재앙을 불러 올 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 05.11.15 14:36

    전 길가 새끼고양이 데려다 중성화시켜서 같이 살고있는데. 우리 아이들이 이 고양이의 많은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살아있는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거 같더라구요. 작은 곤충이나 벌레한테도 함부로 하지않구요..다 같이 잘살았으면 좋겠어요..

  • 05.11.22 09:48

    함께 할때는 좋은 날 ~~멀리할때는 이기적 ~~ 너무 자기 중심적으로 동물을 대하는것이 이글을 읽고는 더욱 안타까웁게 느껴지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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