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토반 1차선을 점유하는 빠른 달리기, 코너를 정확히 돌아 나가는 칼 같은 핸들링, 어떤 튜닝도 받아들이는 강인한 하드웨어는 1976년 태어난 1세대부터 지금까지 GTI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데뷔 30년이 지났어도 골프 GTI의 매력은 시들 줄 모른다.
2세대 GTI는 가벼운 보디에 4기통 1.8ℓ DOHC 엔진(1986년 이후)으로 최고출력 129마력을 뽑아내 아우토반 1차선을 신나게 달릴 수 있었다. 1985년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가 선정한 ‘올해의 차’로 뽑혔고, 1990년 11월 누적 판매대수 100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큰 단차와 검은 몰딩, 플라스틱 범퍼 등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2세대 GTI는 이탈디자인 쥬지아로가 그린 1세대 골프의 각진 디자인이 그대로 살아 있다. 같은 시기에 등장한 현대 엑셀만한 소형 해치백 크기. 동그란 더블 헤드라이트와 그릴을 감싼 빨간 테두리에서 GTI의 아이덴티티를 읽을 수 있다. 15인치 BBS 휠이 GTI의 고성능을 대변한다.
철컥 하며 둔탁하게 열리고 닫히는 도어는 아직도 묵직하다.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만난 인테리어는 대시보드에 네모난 상자를 붙여 놓은 것 같은 중앙집중식으로, 제법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다.
시속 220km(140마일)까지 나와 있는 속도계, 여전히 탄탄한 쿠션과 착좌감을 유지하고 있는 순정 레카로 버켓시트가 놀랍다. 당시 아우토반을 달렸던 GTI의 흥분이 느껴진다. 꼬마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방식의 계기판 경고등은 앙증맞아 웃음이 나온다. 클러치 페달의 답력이나 기어가 들어가는 변속감도 짱짱하다.
1984년 첫선을 보인 2세대 GTI는 4기통 1.8ℓ 112마력 엔진을 얹었다. 980kg의 가벼운 차체에 힘입어 0→시속 100km를 9.3초에 주파하는 경쾌한 달리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1년 후 더블 헤드라이트로 얼굴을 고쳤다. 이듬해 SOHC 헤드를 DOHC(16V)로 바꾸면서 최고출력이 129마력(유럽 기준)으로 올라갔다.
경량 고회전을 지향하는 16V 엔진은 7천rpm까지 돌고, 시속 100km에서 3천rpm에 도달하는 가속형 짧은 기어비의 5단 수동 변속기와 궁합을 이루며 GTI의 재빠른 달리기를 이끌었다. 단단하기 그지없는 묵직한 섀시도 안정된 고속주행을 뒷받침했다. 덕분에 시속 200km로 아우토반 1차선을 달리는 유일한 소형 해치백의 자리를 향유하며 GTI의 핫해치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았으며, 현재 10대 내외가 굴러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퍼차저를 올린 2세대 GTI 스페셜 G60
재미있는 2세대 GTI 스페셜 버전도 존재하는데, 1989년 폭스바겐 모터스포츠 부서에서 제작한 GTI G60 한정판이 그것이다. 2세대 GTI 3도어 검은색 보디에 빨간색 대신 파란색 그릴을 붙이고 16V 엔진에 수퍼차저를 올려 최고출력을 무려 207마력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폭스바겐 싱크로(Syncro) 네바퀴굴림을 조합시켜 0→시속 100km를 7.2초만에 주파하고, 최고시속은 227km에 달했다.
71대 제작된 G60 한정판은 대부분 폭스바겐-아우디 임원과 연구원이 구입했다고 전해진다. 1990년에는 2세대 GTI G60 스페셜 버전이 판매되었다. 이전 8V 엔진에 수퍼차저를 더해 최고출력 160마력, 최고시속 217km를 냈다.
오너 인터뷰
2세대 GTI의 기계적인 느낌이 좋아 <손병직>
프로모션 회사를 운영하는 손병직 씨는 지독한 골프 매니아다. 2세대 골프만 2번째 타고 있고, 3세대 VR6 그리고 5세대 골프 TDI까지 소유한 경력이 있다. 처음 탔던 2세대 GTI에 3세대의 4기통 2.0 DOHC 150마력 엔진을 얹기도 했다. 현재 그의 GTI는 89년형 2세대로, 16V 129마력 엔진은 그대로 두고 서스펜션과 휠, 타이어만 바꾸었다.
손병직 씨는 “2세대 GTI의 투박한 디자인이 끌립니다. 탄탄한 주행감에 기계적인 감각이 일품이지요”라며 GTI 자랑을 시작했다.
“18년이나 된 차지만 2000년 초반에 나왔던 4세대 GTI의 1.8ℓ 터보 엔진까지 별다른 보강 없이 소화해낼 정도로 튼튼한 2세대의 하드웨어가 마음에 듭니다.”
앞으로 엄청난 심장(?)으로 보강할 그만의 2세대 GTI 프로젝트를 슬쩍 내비치기도 했다.
Mk3, 1994
커진 차체, 한층 숙성된 달리기
3세대 GTI는 2세대보다 크고 무거워진 차체에 헤드램프까지 바뀌어 데뷔 초기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골프와 VR6의 호평에 힘입어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았다. 1∼2세대 GTI의 재빠르고 정확한 운동성을 이으면서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꾸준한 인기를 유지해 갔다
1991년에 등장한 3세대 골프는 전세대의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라는 컨셉트를 이어받았지만 동그란 헤드라이트를 타원사각형으로 바꾸고 전체적인 라인도 곡선을 많이 사용했다. 크고 무거워진 차체 때문에 소형차답지 않다는 불평도 들었으나 골프와 더불어 베스트셀러 행진을 계속해 나갔다.
1992년 등장한 3세대 골프 GTI는 4기통 2.0ℓ DOHC 16밸브 150마력 엔진(16V)으로 발전했다. 북미에서는 4기통 2.0ℓ SOHC 115마력 엔진의 GTI가 잠시 판매되었지만 출력이 낮아 GTI라고 부르기는 힘든 모델이었다. 때맞춰 골프에 6기통 엔진을 올린 174마력의 VR6이 등장해 유럽과 일본에서 관심을 끌었고, 미주 지역에서는 GTI VR6라는 배지를 달고 판매되었다. 3세대 골프 VR6이 훗날 4세대 R버전으로 발전한 맥락으로 본다면 150마력 16V 엔진의 GTI가 빠르고 가볍게 질주하는 GTI의 DNA를 계승한 것으로 봐야 하겠다.[
2세대 골프 해치백을 옆에 세우니 길이가 늘어나고 키가 커져 체급이 한 단계 올라간 것이 눈에 보인다. 자료에 따르면 공차중량도 1천32kg로 무거워졌다. 1, 2세대의 강인한 인상을 주었던 동그란 헤드라이트가 사각형으로 바뀌면서 얼굴이 전체적으로 온화해진 분위기. 엉덩이만은 2세대의 것을 절묘하게 살려 놓았다.
역시나 묵직하게 열고 닫히는 도어의 느낌도 그대로다. 2세대 GTI는 실내가 좁고 다소 간결했다면 3세대는 복잡하고 확실히 커진 느낌이다. 운전자를 향해 직각으로 서 있는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그 밑으로 5단 수동 기어가 자리잡고 있다. 인테리어를 전체적으로 어두운 플라스틱으로 꾸몄는데, 요즘 차들과는 사뭇 느낌이 달라 13년의 세월을 실감하게 된다.
4기통 2.0ℓ150마력의 16V 엔진을 얹은 골프 GTI의 뼈대는 V6 174마력 VR6 엔진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출력도 견뎌낸다고 한다. 탄탄하고 내구성 좋은 골프 섀시를 바탕으로 서스펜션의 기능을 극대화시키고, 고속주행 안정감이 크게 향상되었다.
북미형 GTI는 승차감을 위해 유럽형보다 서스펜션을 좀더 부드럽게 세팅했는데, 오너는 이것을 탄탄한 일체형으로 바꾸어 놓았다.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오너의 성향에 맞추어 브레이크도 업그레이드한 상태. 6천rpm에서 최고출력 150마력이 나오는 16V 엔진의 도움으로 0→시속 100km 가속을 8초 초반에 끊고 최고시속은 215km를 찍는다.
재빠르고 정확한 운동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기술적인 완성도도 높아진 3세대 골프 GTI의 인기는 8년간 지속되었다. 1996년 노란색 휠에 골프공 모양의 기어 노브 등을 갖춘 GTI 20주년 기념모델이 600대 한정생산되기도 했다.
GTI를 넘어선 VR6
3세대 골프 GTI의 윗급으로 탄생한 VR6는 소형차 최초로 V6 엔진을 얹어 골프 최강버전으로 태어났다. 미주지역에서는 GTI VR6라는 이름으로, GTI 라인업에 흡수되어 판매되었다. 엔진은 폭스바겐 트럭용으로 개발한 디젤을 휘발유용으로 개량한 것이어서 엔진 블록, 크랭크축, 피스톤, 컨로드, 크랭크축 등 엔진의 내구성이 뛰어났다.
3세대 VR6는 V6 2.8ℓ SOHC 12밸브에 최고출력 174마력. 하지만 대부분의 VR6 매니아들은 이 엔진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튜닝을 하거나 과급장치를 올려 출력을 높이는 것을 당연시했다. 골프 VR6은 훗날 4세대 골프에서 R32 모델로 진화하고, DOHC 24밸브로 발전하면서 최고출력이 200마력으로 올라갔다. 보어를 늘여 배기량을 3.2ℓ로 키운 VR6는 최고출력 240마력, 직분사 방식의 5세대 R32는 최고출력이 250마력에 달했다.
일반 V형 엔진과는 다르게 뱅크각이 15 로 좁아 한 개의 엔진 헤드로 6개의 실린더를 덮는 구조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에서 사용하는 W12 엔진이 바로 VR6 엔진을 두 개 붙여 만든 유닛이다. 여기에 4기통을 더하고 4개의 터보를 장착한 부가티 16.4의 엔진은 1천1마력이라는 엄청난 출력을 뽑아낸다.
오너 인터뷰
골프의 수수함과 짜릿한 성능을 동시에 즐겨요 <서경기>
효성이 국내 딜러이던 시절 3세대 16V 엔진의 GTI를 인증·판매용으로 3대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북미에서 개인이 가져온 GTI와 VR6가 여러 대 굴러다니고 있다. 이달에 만난 3세대 GTI는 1994년형으로 국내에서 판매된 3대 중 하나다. 1호차 오너는 폭스바겐 딜러 미캐닉 부서에서 일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3세대 골프 GL 오토를 타던 서경기 씨는 오래 전부터 GTI의 명성을 알고 있었기에 중고차 사이트에 매물로 나온 것을 발견하고 주저 없이 구입을 결정했다. 오너가 갑자기 판매를 취소하는 바람에 설득을 하면서 몇 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차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산이나 운전의 즐거움 그리고 3세대 골프 GTI의 수수한 디자인 등이 제게 딱 맞았습니다.”
그는 GTI를 타면서 동호회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이곳에서 GTI의 정보 외에 힐 앤드 토, 다운시프트 보정 등을 배워 운전실력도 늘었다. ‘GTI는 운전자의 실력을 키우는 차’라는 자랑도 빠뜨리지 않았다.
Mk4, 2003
입맛에 맞게 튜닝할 수 있는 1.8T GTI
GTI로는 처음으로 터보를 올린 4세대 GTI는 1997년 선보였다. 150마력의 출력을 한 단계 발전시킨 섀시에 담아 냈지만 고성능 버전 VR6와 R32에 기가 눌리기도 했다. 2002년 180마력으로 출력이 올라갔고, 20주년 GTI와 337 GTI 한정판 등이 더해졌다
2001년 초 폭스바겐 딜러 고진모터임포터를 통해 4세대 GTI가 국내에 정식 수입되었다. 3천630만 원의 값에 독일산 핫해치를 살 수 있었지만 수동 변속기의 GTI를 찾는 사람은 연간 10명 남짓이었다. 수입 모델은 4기통 1.8f DOHC 20밸브(실린더 당 5밸브) 터보 150마력 엔진을 얹었다. 유럽과 미주에서는 2002년 출력을 180마력으로 끌어올린 GTI가 나왔지만 수입되지는 않았다.
1997년 4세대 골프와 함께 등장한 GTI는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부드럽게 변했다. 요즘 자동차의 행렬에 묻혀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오래 봐도 질리 않는 디자인이다. 프로젝션 헤드램프가 개성을 주도하고, 특히 C필러가 꺾여 내려오는 안정감 있는 옆모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실내는 2, 3세대와 달리 요즘 시승하는 새 자동차들처럼 익숙하게 느껴진다. 수입 GTI는 풀옵션이었기에 선루프, 레카로 버켓시트, 6매 CD체인저, 전자동 공조장치 등을 갖추고 있다. 시승차는 16인치 타이어 대신 오너가 서스펜션을 교체하면서 휠과 타이어를 인치업시킨 상태였다. 오너는 “독일차 느낌이 진한 서스펜션이 부드러우면서도 탄탄하게 차를 눌러 주는 감각이 좋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위해 차고를 낮추면서 일체형으로 교환했다”고 말한다.
4세대 GTI는 4기통의 파워를 짜내듯이 사용하던 자연흡기 엔진을 버리고 GTI로는 처음으로 터보가 장착된 1.8T 엔진을 얹었다. 4기통 1.8ℓ 20밸브 터보의 150마력이란 출력은 윗급 VR6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애써 꾹꾹 눌러 놓은 느낌.
터보는 저회전부터 4천rpm 중반까지 평탄하게 작동하고, 터보랙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부드럽다. 풀 드로틀로 앞바퀴를 충분히 휠스핀시키며 1.3톤의 차체를 8.5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게 한다. 디튠된 1.8T 엔진은 ECU 엔진 칩 튜닝으로 부스트압을 조절하면 190마력 가까이 올라가고, 여기에 흡배기 튜닝을 더하면 200마력은 거뜬히 넘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튜닝 포텐셜이 높고, GTI로 스포츠 운전을 즐기는 오너들이 많다 보니 국내외를 막론하고 150마력의 순정 GTI를 찾는 일은 1세대 GTI를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4세대 GTI는 차체가 훨씬 커지고 엔진 출력도 올라갔다. 그러나 200마력의 VR6, 네바퀴굴림 240마력의 R32가 등장하면서 150마력/180마력의 GTI의 자리가 위축된 감도 없지 않다. 대신 GTI는 탄탄한 하드웨어와 1.8T 엔진의 무궁무진한 튜닝 잠재력 때문에 입맛에 맞게 튜닝해서 타는 즐거움이 있다.
플래그십 골프 R32
VR6를 뛰어넘는 실력을 담고 2002년 9월 등장한 R32는 역대 골프 최강 성능을 자랑했다. 4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VR6 배기량을 3.2ℓ로 키우고 4모션 할덱스 네바퀴굴림과 6단 수동 변속기를 적용했다. 뿐만 아니라 독립식 뒤 서스펜션, 전자동 공조장치, 쾨니히(Koenig) 스포츠 버켓시트, 18인치 OZ 아리스토 휠, EPS, 보강한 브레이크도 갖췄다. 240마력의 최고출력으로 6.6초만에 0→시속 100km 가속을 끝냈고 최고시속은 247km에 다다랐다.
R32의 트레이드마크 색상인 딥 블루 펄이 판매의 40%를 차지했다. 미국 중고차 가격의 지침서로 통하는 <캘리 블루북>에 따르면 4세대 R32의 성능과 희소성으로 중고차 가치가 가장 높은 모델 중 하나다. 4세대 막바지에 등장했던 R32의 인기는 2003년 5세대 골프 데뷔 이후에도 지속되어 2004년까지 판매되었다. 폭스바겐은 2004년 5세대 GTI를 내놓고 이듬해 9월 250마력의 5세대 R32를 출시했다.
오너 인터뷰
새차 길들이기부터 내실을 다진 튜닝까지 <이상신>
어릴 적부터 GTI를 동경하며 꿈꾸어 왔던 이상신 씨는 2003년 12월 4세대 GTI를 구입했다. 새차 길들이기부터 시작해 6만4천km 정도 뛰는 동안 1.8ℓ 터보 150마력의 출력을 충분히 즐기면서 하나하나 튜닝을 했다.
“요즘 나온 5세대보다는 4세대의 단단하고 균형 잡힌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들어요. 빵빵한 뒷모습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의 검은색 GTI는 외관 꾸미기보다는 성능과 연관된 튜닝으로 내실을 다졌다. 1.8T 엔진은 정석대로 ECU 칩 튜닝과 흡배기 튜닝을 통해 200마력이 살짝 넘는 출력을 자랑한다. 일체형 서스펜션으로 키를 낮추고 OZ 수퍼레제라 휠에 그립 좋은 요코하마 네오바 타이어를 끼워 코너링 성능을 극대화했다. 높아진 출력에 대응하기 위해 앞바퀴 브레이크도 업그레이드하는 등 GTI에 온갖 애정을 쏟아 붙고 있었다.
Mk5, 2006
직분사 터보, DSG로 완성한 30년 내공
2004년 직분사 터보 200마력 엔진의 5세대 GTI가 데뷔했다. 차체가 커지고 전자장비가 더해져 운전이 한결 편하고 안락해졌다. 수동 기어보다 빠른 자동 6단 DSG는 5세대 GTI의 화룡점정. 5세대 골프 GTI는 30년 내공의 완결판이라 할 만하다
5세대 골프가 나온 지 11개월만인 2004년 9월 파리 오토살롱에서 GTI 버전이 소개되었다. 디자인에 있어서 원형 헤드램프의 1, 2세대와 타원형의 3, 4세대는 연관성을 가졌지만 5세대 골프는 앞모델들과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굳이 찾는다면 C필러의 꺾임이 4세대와 비슷하고 1, 2세대의 빨간색 그릴 테두리를 이어받은 정도. 요즘의 아우디·폭스바겐 디자인 흐름을 따라 싱글 프레임을 적용하고, 벌집 모양의 그릴과 빵빵해진 뒷모습이 돋보인다.
크고 단단해진 보디에 2.0ℓ16밸브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이 200마력으로 올라갔다. 1천800rpm의 저회전부터 최대토크가 나와 언제든지 튀어나갈 준비가 되어 있고, 과급장치로 인한 불안정도 해소했다. 토크스티어도 확실히 줄었다. 또한 뒤쪽 서스펜션을 독립식 멀티링크로 바꾸어 코너링시 뒷바퀴의 추종성도 향상되었다.
콤팩트하고 탄탄한 서스펜션은 노면 진동을 적당히 걸러 필요한 정보만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지녔다. 고속주행 안정성은 동급 앞바퀴굴림차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문. 하지만 높은 무게중심으로 인한 롤링과 무거운 앞머리 때문에 생기는 언더스티어는 감수해야 한다.
5세대부터 적용된 DSG는 오토매틱과 수동 변속기의 장점을 따온 혁신적인 변속기다. 6단 DSG는 수동보다 빠른 변속을 자랑하며 6.9초만에 0→시속 100km를 돌파하도록 GTI를 몰아친다. 6단 수동(7.2초)보다 빠른 실력이다. 여기에 다운시프트를 할 때마다 미리 들어갈 rpm을 보정하는 고수의 운전기술을 버튼으로 완벽하게 재현한다.
2006년 3월 국내 판매를 시작한 5세대 GTI는 2007년 4월말까지 520대가 판매되었고, 2007 서울 모터쇼에서 선보인 마그마 오렌지색의 파레나이트(Fahrenhrit)는 한정판 50대가 두 달만에 동나는 인기를 보여주었다. 30년간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5세대 GTI는 넓은 실내공간과 쉽게 다룰 수 있는 고성능 그리고 탁월한 내구성으로 스피드 매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2~5세대 GTI 오너들의 놀이터
포켓로켓(Pocket Rocket) 동호회
GTI 동호회 포켓로켓(Pocket Rocket)은 폐쇄적이고 회원이 되기 까다롭다는 소문을 들은 바 있어 ‘도대체 GTI 오너들끼리 비밀리에 모여서 어떤 활동을 할까’ 궁금했다.
GTI 특집 취재를 위해 하나둘씩 모여드는 2, 3, 4, 5세대를 보면서 국내에도 이렇게 다양한 GTI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랐다. 인터쿨러를 얹은 범상치 않은 2세대 GTI, 상태가 좋은 VR6 코라도, 엔진음이 심상치 않은 R32, 그리고 뚜껑이 열리는 3세대 룩 골프 카브리오까지, GTI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혈통의 개성 있는 모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차종만큼이나 멤버들도 면면도 이채롭다.
포켓로켓은 2001년 11월 GTI 오너들이 만든 동호회로 정회원 59명이 주축을 이룬다. 모든 멤버가 온/오프라인에서 가족처럼 활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회원 가입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다.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손병직(2세대 오너 인터뷰 참조) 씨는 포켓로켓에 대해 함께 어울려 놀면서 배우는 동호회라고 소개한다.
“포켓로켓 멤버들은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나 이해, 운전기술, 자가정비 능력이 다른 동호회에 비해 높은 편이에요. 우리는 단순한 자동차 모임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매년 레이싱스쿨, 서킷데이, 그룹 드라이빙, 정비모임 같은 행사를 통해 GTI를 배우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오너 인터뷰
안전하게 속도를 즐기는 세컨드카 <허 준>
세컨드차로 2006년형 5세대 GTI를 구입한 허 준 씨는 폭스바겐 페이톤의 오너이기도 하다. 즐기기 위한 차로 주저 없이 GTI를 선택했다고. 초창기 GTI의 기계적인 느낌을 좋아하는 오너들에게는 차가 커지고 전자장비가 컨트롤하는 5세대가 취향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허 준 씨는 “빠른 변속이 가능한 DSG 트랜스미션 덕택에 아내도 쉽게 운전할 수 있고 ESP, ABS 등 믿음직한 장비 덕분에 더욱 안전하고 빠르게 달릴 수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 포켓로켓의 멤버가 된 허 준 씨는 “동호회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5세대 GTI를 더욱 빠르고 안전하게 몰 수 있는 방법을 습득해 가는 즐거움이 크다”고 말했다.
베이비 GTI의 탄생 Polo GTI
2006년 4월, 한 체급 아래 폴로에도 GTI 꼬리표가 달렸다. 골프 GTI가 5세대로 진화하면서 차체와 출력이 커진 탓에 초창기 골프 GTI 차지였던 소형 핫해치의 자리를 폴로 GTI가 채운 것이다. 폴로 GTI은 1986년 등장한 터보형 폴로 G40 핫버전의 혈통을 잇는다.
4세대 골프 GTI에 사용했던 4기통 1.8ℓ20밸브(실린더당 5밸브) 터보 엔진에 직분사 기술을 도입해 5천800rpm에서 150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0→시속 100km를 8.2초에 해치우고, 최고시속은 216km. 체구는 초대 골프 GTI와 비슷하지만 심장은 훨씬 강력해졌다(초대 골프 GTI는 1.6ℓ 110마력). 포켓에 쏙 들어가는 로켓탄은 이제 폴로 GTI에 어울리는 별명이 되었다.
첫댓글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늘도 역시 제 mk4 gti가 이뻐 보이는군요,, ^^ 그럼 거의 찾아볼수 없다는 순정gti중에 하나가 제차군요,ㅋㅋㅋ
감사합니다^^
그런데 1세대의 스펙은 없네요 ㅠㅠ
제가 꼭 읽어야 할 글입니다. 다시 찬찬히..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