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감사한 마음으로 모종심기를...
2024년 5월 13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사월 초엿샛날
"이게 뭐야? 지붕이 하얗네!"
5월 중순에 입김 나고 서리 내렸다고 하면
대부분 '무슨 그런 곳이 있냐?'고 할 것이다.
바로 그런 그곳이 설다목 산골의 모습이다.
오늘 아침 영상 2도, 또 서리가 내려 하얗다.
평균 해발 700m의 고원지대 기후조건에서
발생하게 되는 특이한 기후특성이라고 한다.
이곳 평창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봉평 설다목 산골짜기 기후가 그렇다.
아내와 처제가 장에 다녀오자고 하여 장구경
삼아 효붕이를 몰고 나갔다. 남들은 어떤지는
모르지만 이 촌부는 2일과 7일, 5일마다 서는
봉평 오일장 장구경을 하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상인이나 행인이나 정이 넘치는 것
같아서 좋고, 사람 사는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아
정겹다. 장골목 한바퀴 돌면서 장을 보고 인근
농협마트 들려 오는 게 우리의 장보기 코스다.
아내가 마트안에 있는 빵집에서 멘토 어르신이
좋아하시는 빵을 샀다. 근래엔 바쁘다는 핑계로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얼마전 뵈었을때 말하신
"대파 모종해놨으니까 갖다 심어!"라는 말씀이
생각나 잠시 들여다 보기로 한 것이다. 두 분은
24년 세월 한결같이 우리의 산골살이에 도움을
주시는 멘토이시다. 세월이 흘러 어르신은 귀가
잘 안들린다고 보청기를 끼여하는데 그것 마저
불편하시다고 그냥 계신다. 큰소리를 지르듯이
말해야 들으신다. 사모님은 얼마나 일을 했는지
허리가 거의 ㄱ자로 꺾인 모습인데도 불구하고
곤드레 나물을 데치고 계셨다. 두 분의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마음이 짠했다. 늘 하시는 말씀,
"그냥 와도 되는데 올때마다 뭘 이렇게 사와?"
라시며 오히려 이것저것을 더 많이 챙겨주신다.
어제도 그랬다. 사모님은 묵과 발효시킨 비지를,
어르신은 대파 모종 한 판에 호박을 비롯한 여러
가지 모종을 챙겨주셨다. 모종을 키우시느라 꽤
힘드셨을 텐데 모종값을 안받으시겠다고 하셨다.
억지로 손에 쥐어드리려 해도 손사래를 치시며
거절하셨다. 너무 죄송하면서 한편으론 감사했다.
그렇게 가져온 대파 모종을 큰밭에 심기로 했다.
그동안은 멀칭비닐을 씌운 두둑에 심어 그런지
실패했는데 올해는 농부님 흉내를 내기로 했다.
멀칭을 하지않고 양쪽 두둑 사이 밭고랑에 심어
차츰 북을 주며 길러 보기로 했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모종을 내려놓으면 아내가 흙을 덮어가며
꼬옥꼬옥 눌러 심었다. 이서방도 나와서 도왔다.
셋이서 하다보니 이내 마무리 되었다. 그 다음엔
얼마전에 함께 일하는 형님께서 텃밭에 양파를
한번 심어보라며 모종을 조금 주셨다. 대파 심고
남은 두둑에 멀칭비닐을 씌운 다음 심어놓았다.
진부 양파가 단단하고 좋아 해마다 사다먹는데
올해는 진부 양파를 길러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일을 마치고 둘째네가 운영하는 '날으는 구름섬'
카페에 내려가 이장 부부가 가져온 떡과 과일을
나눠먹고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달 중순에 있을 면민체육대회 준비
이야기가 주된 화제였다. 뒤에 총무 부부까지
합세하여 꽤 시간이 길어졌으나 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기로 하고서 한참 뒤에서야 헤어졌다.
석양이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집에
오다가 중앙통로 오른쪽에서 아내가 네잎크로버
하나를 발견했다면서 싱글벙글, 너무 좋아했다.
"무슨 좋은 일 있을란가?"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
"올해 농사가 잘 될기요."라고 하여 함께 웃었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첫댓글
노을이 참 아름답네요
즐거움으로 일구시는 삶속에서
하루 하루 알찬 시간들에 찬사를 보냅니다
비온 다음날이라서
노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니지만
즐겁게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수선한듯 하지만 나름 질서있는 시장구경은
쏠쏠한 재미가 있지요.
손 큰 할머니들의 덤도
기분 좋구요~
날마다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살아 가는 모습이
참다와 보여서 좋으네요.
맞아요.
대형마트나 백화점과는 달리
뭔가 모르게 정겨움이 많죠.
이렇게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
산골살이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모양 저 모양
사시는 모습이 행복해 보이시네요^^
행복이 뭐 별 것 있겠습니까?
소소한 일상에서
나름의 행복을 찾아야겠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