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대원 | 일지 |
21 이수아 | '관악산 둘이서 하나되어'로 예정되어 있던 등반 일정을 관악산 바우사랑암장으로 변경하면 어떨까? 제안해봤다.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우리 산악부가 방문한 단피치 암장은 간현, 자운암장, 둘이서 하나되어, 딱 세 곳뿐이었다. 우리에게 적당한 난이도가 있는 곳이거나 나름의 장점이 있었지만, 그만큼 접해본 곳이 적기에 선택지 자체가 좁다 느꼈다. 앞으로 다양한 암장을 찾아가보기도 하면서 심리적인 벽을 허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바우사랑암장은 관악산 정부청사과천역에서 국사편찬위원회 쪽 산길에서 시작된다. 유명한 암장은 아니라 길이 조금 험하지만 그만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나도 땀을 뻘뻘 흘리긴 했지만 가벼운 워킹을 겸할만큼의 산행이었어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이번에는 잘 가다가 입구를 못 찾아서 살짝 헤맸다. 교육용암장이 보이면 내려오던 길 바로 옆 바위를 끼고 다시 올라가야 한다. 애들은 다행히 좋은 길로 잘 왔는데, 길 찾던 나는 아주 험한 길로 바위를 빙 둘러서 돌아왔다. 세미 등반이었는데... 재밌었다...
슬랩, 페이스 위주, 5.8~10c 정도 난이도인 암장이다.
에이씨(5.10a)- 지난 번 개인적으로 왔을 때 스타트가 정말 짜릿했어서 서연이 생각이 났었다. 꼭 붙여보고 싶었는데. 옆 등반팀이 그 루트에서 한참을 고전 중이라 이번에 못 해본 게 아쉽다.
촐라체(5.10/5.9): 좌측 슬랩으로 가면 10, 우측 날개 따라 가면 5.9인 길이다. 2피치까지도 있는 길이라 멀티 연습에도 좋아보였다. 지윤이가 5.9 라인으로 선등을 섰다. 왼쪽길로 톱로핑도 해봤는데 역시 잘 갔다. 혜민이도 선등 세워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잘 갔고, 민정이도 처음에 살짝 어려워하다가 지윤이가 자세를 알려주니 곧잘 갔다. 줄을 하나 깔면 두 가지 길을 갈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길이다.
만만세(5.10a): 내가 줄을 걸으러 올랐다. 밸런스를 잡고 오르면 어렵지 않았는데 마지막 퀵 거는 지점이 크럭스였다. 홀드가 마땅치 않아 높이 있는 턱을 잡고 발을 높이 올려야 했는데 순간 겁이나니 엄두가 안 났다. 쉬지 않고 바로 올려버렸어야 했는데...! 마지막 퀵을 남겨둔 채로 서연, 민서, 지윤이도 도전해봤는데 인공등반에도 어려워했다. 다들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다가, 하강하던 옆 등반팀에서 퀵을 걸어주어 연습해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 나머지 부원들이 옆 루트 교육을 진행할 동안 지윤, 서연이가 등반해보며 톱을 찍었다. 순간 겁나 주춤한 게 넘 자존심 상한다. 다시 리딩으로 완등해보고 싶다.
넘버3(5.8): 2피치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암장 길 표식에는 5.8이라 되어있긴 한데, 올라보니 5.9 촐라체보다 까다로운 느낌? 밑은 그냥 걸어가는 길인데 체인 직전이 크럭스다. 각도 있는 밴드에 올라선 다음 옆으로 치다가 다시 턱 위에 올라서야 해서 살짝 무섭다. 혜민이가 거침없이 첫 줄을 걸어보고 민서도 마지막 밴드까지 리딩을 해봤다. 도연이는 민서 선등빌레이를 봤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수아, 서연, 혜민, 민정, 도연이 멀티 연습도 했다. 다들 엄청나게 지쳐 2피치까지 가려던 계획은 무산됐지만 1피치에서 시스템을 복기한 것만으로도 알찼다. 15m 정도 길이라 70m 자일과 45m 자일에 5명이 모두 붙었다. 재학생들 뒷자는 타이트하게 바로 출발시키고, 신입생들 뒷자만 빌레이 연습을 시켰다. 5명이 매달려있기에는 체인이 작지만(비너가 여러번 꼈다), 바로 위에 넓은 테라스가 있어서 좋다.
서연이가 하강줄을 설치하고, 도연이는 백업 회수 후 후미하강을 했다. 다만, 신입생 하강시스템을 봐줄 때는 테라스에서 보는 것보다 확보하고 바로 옆에서 봐주는 게 좋을 것 같다. 민정이 하강기가 살짝 꼬인 걸 제대로 봐주지 못 했다. 제동이 걸려서 하강이 안 되길래 내려가서 봐주었다. 회수하는 자일로 민정이를 확보한 다음 하강기를 다시 설치해줬다.
처음에는 새로운 걸 공부해보자!는 거창한 목표를 생각했는데 역시 민서 말대로 기초교육부터 복기하길 잘 한 것 같다! 다들 너무 잘하는데도 당연히 경험이 적으니 살짝 헤매기도 한다. 아카데미에서조차 제대로 등반을 못 한 게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다시 시스템을 점검해볼 수 있어 좋았다. 어프로치도 길고~등반도 종일하고~ 다들 녹초가 되긴 했지만 그만큼 허투로 보낸 사람 한 명 없이 알찼던 것 같다. 매 산행을 이런 식으로 열심히 한다면 다들 올해 안에 엄청난 성장을 이룰 것 같아 기대된다... |
22 이지윤 | 나에겐 너무 오랜만인 하드프리 암장이었다. 찾아봤더니 슬랩과 페이스 위주의 암장이었고, 나는 둘이서 하나되어 암장보다 자운 암장을 훨씬 더 재밌게 했었기 때문에 걱정도 조금 있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보면 꽤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5.8의 쉬운 난이도였지만 작년까지 단 한 톨의 마음도 없었던 자연 선등도 했고 말이다. 지금은 일주일이 지난 6월 2일인데, 어제 비정기로 갔던 삼성산 숨은 암장에서도 5.9 선등을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안했는데, 민서가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하고 싶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겁나지는 않았던 같다. 아무튼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오랜만에 하드프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 (생리 주기 관련) 집에서 출발할 때부터 몸에 힘이 없고 아랫배가 조금 아팠다. 나는 이게 생리의 전조 증상이라고 생각치 못하고,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았다. 컨디션이 매우 안 좋았고, 암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힘들었던 티를 낸 것도 같아 부원들에게 미안하다. 도착하고 나서는 좋은 공기를 마셔서 그런지 괜찮아졌었는데 갑자기 이상한 느낌에 확인해 보니, 이미 터진 상태였다. 다행히 도연이가 가지고 있는 용품이 있어서 급하게 처치를 했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라 굉장히 당황했다. 민서가 의료를 가지고 와서 진통제를 먹고 등반을 했다. 그리고 다행히 하산을 거의 다 할 때쯤 생리통이 심해져서 그나마 등반에 무리가 안 갔던 것 같다. 네팔 원정대 보고를 들을 때 생리 주기 때문에 힘들었다는 내용이 기억이 나는데, 이건 원정이 아니고 당일 치기에 산행이지만 충분히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
23 송서연 | 오랜만에 처음 가보는 암장인 것 같다. 바우사랑암장은 둘이서 하나되어와 같은 정부과천청사역에서 내려 길을 달리 하는데 어프로치가 보다 더 어렵고 복잡하다. 그래도 인터넷에 나와있는 자료들을 참고해서 가면 못 갈 정도도 아닌 듯 하고 정규등산로가 아닌 것 뿐이지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암릉이 많아 재밌었음! 가다보면 정비가 잘 되어있는 연습용 암장이 나오는데 여기서 길을 한 번 잃었었다ㅋㅋ 수아 언니와 도연이는 완전히 빙둘러서 가는 험한...길로 가셨고/갔고 우리는 다른 선생님의 조언으로 정규 루트로 갈 수 있었다. 어프로치가 이래서 그런지 암장에는 사람이 얼마 없어 오히려 좋기도 했다. 등반은...애매했다. 10a 하나는 전부 실패하고 다른 10a와 쉬운 루트들만 등반해 개인적으로 느낄 수 있는 등반적 재미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멀티피치 연습도 다시 하고~직접 빌레이, 선등 빌레이를 착실하게 익혀가고 있는 24학번들을 보니 좋았다 혜민이가 선등을 서는 모습도 볼 수 있어 더욱ㅎㅎ 점심으로 오랜만에 컵라면도 먹고 이것저것 하다가 발을 아파하는 민서 언니 대신 내가 멀티피치 연습 세컨으로 갔는데 아직 간접 빌레이는 헷갈려하는 것 같다. 둘 다 너무 적극적이고 곧잘 해내 아직 5월이라는 것을 자꾸만 잊게 되는 듯 한데 기분좋은 착각이다ㅋㅋ 그 뒤로 하산해서 떡볶이와 치킨을 먹으며 회식을 했다 이 날은 다음 원정에 대한 얘기도 나누고 식사도 맛있게 해서 기분좋게 귀가했다🎵 |
23 이민서 | 올해 첫 자연 단피치 암장을 찾았다. 매번 첫 암장이었던 둘이서 하나되어 암장을 변경하고싶어 여러 후보를 고민해봤는데, 수아 언니에게 관악산 바우사랑암장을 추천받아 새로운 암장에 가보기로 했다. 어프로치가 짧은 편은 아니었다. 이번 암장은 부원들의 선등 도전이 많아 좋은 성과였다고 생각한다. 지윤 언니는 역시 가볍게 첫 순서 리딩에 성공했고, 무려 24학번 혜민이는 5.9 리딩을 해냈다! 1학년 1학기에 선등을 도전하는 것도 또 성공하는 것도 놀라웠고 혜민이가 등반을 즐기는 것 같아 기뻤다. 물론 민정이도 단피치 등반을 잘 해냈다!❤️🔥 신입생들을 보며 내 첫 페이스 등반이 떠올랐다.. 팔에 힘이 너무 없어서 낑낑대며 올라갔던 기억이.. 나도 1년 동안 성장하고 있었구나. 그때 작년 대장였던 수아 언니 앞에서 등반 재미없다고ㅋㅋ 당시 신입생인 나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이 드셨을지 궁금해졌다. 대장 입장이 되니.. 활동하면서 드는 생각이 이렇게 달라질수가🗯 역시 많은 것을 책임지고 신경써야 하는 역할이구나~
점심을 먹고 멀티 시스템 복습에 나섰다. 내가 리딩할 계획이었는데 계획되지 않은.. 너무 아픈 암벽화 이슈로 퀵 하나를 남기고 수아 언니와 순서를 바꿨다. 내려와 생각해보니 괜히엄살피우는것같아 우울해졌다.. 하지만 민정이랑 혜민이가 걱정해줘서 괜찮아졌다.😍 하강 완료 후 암벽화를 바꿔신고 다시 등반하려 했는데 바로 등반할 수 있겠냐며 서연이가 역할을 바꿔줬다. 덕분에 난 지윤 언니와 쉬고 정리하고 하강 매듭 연습을 하며 멀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언니들과 좋은 부원들이 많아 내 역할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다. 머쓱.. 그래도 대장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더 나은 성신산악부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
23 이도연 | 이번에 관악산 바우사랑암장을 다녀왔다. 바우사랑암장에 대해 사전에 찾아봤을 때 어느 블로그에서 어프로치 길을 잘 안내해 주고 있어서 길을 잘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바우사랑암장 교육장소에 도착하고 나서 정작 바우사랑암장을 찾지 못해서 헤매었다. 그래도 길을 찾아서 잘 도착했다. 어프로치 할 때 매우 더워서 등반할 때도 더울 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근데 이때 더위를 살짝 먹은 것 같긴 하다...)
첫 줄을 지윤 언니가 깔아주셨는데 올라가시고 8분 만에 완료하고 하강하셔서 선배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몸을 옆으로 밀면서? 올라가시는데 안정적으로 균형 잡혀 있어서 전에도 본 자세지만 매번 볼 때마다 놀라는 것 같다. 나는 저 자세로 못 올라갈 텐데 어쩌지 걱정했었다. 후에 이 루트를 올라갔는데 그래도 어찌어찌 잘 올라갔다! 이날 처음으로 선등 빌레이를 봤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했는데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서 아래로 떨어지는 걱정을 더 했던 것 같다… 따로 내 몸을 확보할 수 있는 곳도 없고 잘못 미끄러지면 그대로 아래로 넘어질 것 같은 곳에 루트가 있었다. 자세를 어떻게 할 지도 고민이었는데 수아 언니가 이렇게 자세 잡으면 될 것 같다고 알려주셨다. 선등 빌레이를 볼 때도 옆에서 언니가 알려줘서 큰 실수 안 하고 잘 해냈던 것 같다. 오늘의 경⭐축은 따로 있는데 바로 산악부 1학년인 혜민이가 선등을 섰다!! 혜민이가 넘버3 선등을 서는 모습을 봤는데 엄청 멋졌다. 도전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도전하겠다 하고, 심지어 성공해서 돌아오니 정말 (내가 키우진 않았지만) 대견했다!! 혜민이가 하강하고 나서 점심을 먹었다. 컵라면을 먹었는데 국물이 남으면 안 되어서 물을 적게 하고 양념을 조금 뿌렸는데 색다른 느낌이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멀티 피치를 했다. 나는 라스트로 갔다. 작년에 첫 멀티 피치와 하계 아카데미에서도 등반할 때 라스트를 맡았었는데 하강까지 라스트를 맡은 건 처음이라 떨렸다. 내 앞사람이 올라가는 걸 기다리면서 하강 로프 매듭 설치 영상을 보면서 작게나마 만들어 보는 연습을 했다. 비록 올라가서 내가 직접 설치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걸 알게 되어 즐거웠다. 까먹지 않으면 좋겠는데 까먹을 것 같다. 퀵을 회수하고 하강을 했는데 마지막이라 그런지 색다른 느낌이었다. 하강은 역시 내 손으로 내가 내려오는 게 제일 편한 것 같다… 원래 2피치까지 올라가려 했는데 시간문제로 1피치까지 올라가고 내려왔다. 그래도 처음으로 라스트 하강까지 해보고 보람찼다! 이번 등반은 나도 그렇고 부원들(특히 혜민이)도 그렇고 무언가 시도해 보는 보람찬 날이었던 것 같다!!🥳 |
24 김민정 | 제일 기억남는 말은 “등반을 못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매듭 정확히 알고 줄 센스있게 사려두고! 특히 멀티피치에는 인원도 많고 체력적으로 힘들 수 있어서 기본적인 하강시스템 숙지하고 , 배운 것들 해메지 않도록 해야한다. 시간 단축이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이다. 마냥 어디서부터 스스로 보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딱 머릿속에 전구가 켜지는 순간이었다. 깔끔하지 않게 정리되어서 그런지 더 우왕죄왕했고 내가 매번 시간을 잡아먹었다. 이론적으로 숙지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메타인지가 안되었던 것 같다. 자기확보줄 밑으로 로프를 빼서 불편하게 만들었다든지, 다음 후등자가 올라오는 방향과 하강기 제동방향까지 고려해서 착착 하는게 어려웠다. 다음부터는 각 피치 피치에서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도록 해야겠다. 후등자는 언제라도 출발 자세가 되어있어야 하며, 로프와 비너를 항상 간결하게 정리하고, 자기확보즐이나 로프의 엉킴은 사전에 막아야 한다. 하강준비할때 체중을 실어도 atc하강기에서 걸려서 하강이 안되었던 이유 또한 비슷한 이유였다고 하셨다. atc하강기가 계속 옆으로 돌아갔다. 매번 임기응변 짱인 언니들에 놀라며, 나는 노력 안했으면 대학 못 왔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루트가 꺽이는 곳, 사선에서는 확보물을 놔두고 수직으로 직선 되는 곳에는 회수를 하여 후등자가 추락시 돌아가는 것을 방지한다. 후등자 확보를 편리하게 보려면 자기 확보줄 위에서 봐야하고, 피치의 방향을 확인하면서 후등자의 확보방향을 확인해야 한다. 빌레이 볼때도 로프가 볼트에 걸려있으면 텐션을 제대로 주지 못해서 다음 올라오는 사람을 힘들게 할 수 있다. 매달려 있을 때 확보물에 믿음을 가지고 기대서 체력을 낭비하지 않는다.
하강할 때 출렁거렸던 이유는 손으로 자일을 나도모르게 조작하려고 했어서 그렇다. 체중을 자일에 충분히 의지하고 발로 몸을 밀어주며 물흐르듯 하도록 해야한다. 오른손잡이인 나는 자일을 오른손으로 잡아 제동과 속도조절을 하고 왼손으로는 하강기 밑부분을 잡아주면서 하강기의 뒤틀림을 방지하는데, 여유간격을 두어야 손이 빨려들어가지 않는다.
이젠 어디가서 어린나이도 아니지만 “무섭다 뭐 내려주세요 ㅠ “ 그런말이 쉽게 나오는 것 같다. 당시에는 겁났었던 것 같은데 항상 일지를 쓰면서 돌이켜보면 엄살이 심했던 것 같기도 해서 이불킥..왜 저러는지? 정신적으로 망설여지니까 여유가 없어졌나. 홀드가 안보이면 본능적으로 추락할까봐 겁만 증대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잘 잡힐 것 같은 홀드가 있을 때 손을 무작정 뻗어서 올라가려고만 했는데, 그다음 발동작을 어떻게 해야할지 계산이 안되고 중심이 불안해지며 발이 빠지는 것 같다. 어디에 발을 지지해야할지 몰라서 헤맸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크랙역할이 되나 싶던 ‘점’ 모양들. 그런 것들을 잘 활용해야 했었다.
두통이 있거나(내가 해줄 수 없는 게 없어서 속상했다..), 컨디션이 안좋아도 티 안내려고 하는 언니들 앞에서 무섭다고 찡찡대는 나를 생각하면 헛웃음 지어진다. 등반은 도대체 언제 나아질까 막막했는데 귀찮은 티 전혀없이 알려주는 언니들 덕에 다음 등반은 이전보다 준비된 자세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24 배혜민 | 불암산 산머루 산다래 이후 첫 자연암벽에 다녀왔다. 분명 그때 잘 기억했다고 생각했는데, 올라가보니 또 새로웠고 너무 버벅거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비 오기 바로 전날이라 해가 쨍쨍하지 않고 선선하게 바람도 불어서 완벽한 날씨였다. 등반하러 올라가는 길이 엄청 험하고 다양해서 지금까지 올라갔던 산보다 더 자연 그대로의 산을 뚫고 올라가는 기분이라 재밌었다. 이상하게 그날은 엄청 힘들지는 않았는데 땀이 잔뜩 났다. 그렇게 흐를정도로 땀이 많이 난건 거의 처음이라 손수건의 중요성을 알게되었다. 전부터 계속 가져와야지 하고 잊어버린 라이더 마스크를 안챙겨온게 아쉬웠다. 올라갈때 벌레가 많아서 함부로 입으로 숨쉬면 먹을 것 같아 무서웠다.
중간에 길을 잃는 바람에 작은 모험을 했는데, 위험하긴 했지만 덕분에 더 기억에 남는산행이 된 것 같다. 나는 그 안에서 길찾기는 커녕 따라가기도 벅찼는데 다들 척척 길을 찾아내는게 너무 멋있었다. 수아언니가 다른학교 산악부에서 신입생들에게 핸드폰 없이 길찾는 훈련을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듣고 속으로 엄청 경악했다.. 나는 핸드폰이 있어도 길을 잃는 사람인데!! 나는 앞으로 갈길이 멀다.. 겨우 찾아간 등반장소도 신기했던게, 돌들이 계단처럼 쭉 정리되어있어서 왔다갔다 하기 편했다. 첫번째 벽은 무난하게 올라갔지만 두번째로 올라간 벽은 중간에 있는 슬랩 부분을 도저히 통과하지 못해서 옆으로 돌아 올라갔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속 떨어져서 너무 답답했고, 실력이 더 늘면 다시 찾아가서 꼭 깨고 말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옆에 있는 벽은 비교적 덜 슬랩같고 인공암벽같이 잡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재미있었다. 균형감각이 좋지 않아서 슬랩을 할때는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쪽 벽은 조그맣게라도 밟거나 잡을 수 있는 돌이 튀어나와있어서 비교적 쉬웠던 것 같다. 이 벽으로 생애 첫 선등을 서봤다. 매번 선배가 하는것만 뒤에서 보고 감탄했었는데, 내가 직접 해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각도가 엄청 서있는 벽도 아니고, 난이도가 높은 벽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올라갈때 안정감이 없으니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원래였으면 버벅거리거나 미끄러질때 위에서 당겨주는 힘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달랬는데, 선등으로 올라가니 오히려 줄 무게가 날 아래로 당기는 느낌이 들어서 엄청 떨렸다. 퀵을 하나 걸때마다 안도의 한숨이 자동으로 나왔다. 퀵을 걸때 한손을 떼야하니 근력이 부족해 나머지 팔다리가 부들부들 떨리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올라갈때 뒤에서 방향이나 방법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실 나는 벽에 붙으면 버티는거에 급급해서 길을 생각하기는 커녕 당장 어딜 짚어야할지도 잘 안보여서.. 선등이 무섭긴 했지만 동시에 훨씬 더 뿌듯하고 재밌었다. 올라갈때마다 떨면서 속으로 다신 등반 안해야지.. 해놓고 완등하고나면 성취감 때문에 또 하게되는게 등반의 매력인 것 같다.
다들 빌레이를 진짜 잘 봐준다는걸 알아서 믿고 올라갈 수 있었다. 선등이 떨어질때 타이밍 맞게 빠른 속도로 앉고 텐션을 주는 모습이 너무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아직 빌레이가 서툴고 어려워서 다른 사람을 봐줄때 내가 실수해서 상대방이 다칠까봐 걱정스럽고 선배들이 넘 멋있어보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다같이 멀티피치 복습을 했다. 처음엔 기억이 잘 안나 버벅거렸지만 하다보다 새록새록 기억이 났다. 하산하고 나서 회식장소로 이동하는중에 동네 풍경을 구경했는데, 산이 주위에 많아서 해질때 풍경이 아름다웠다. 동네가 평화롭고 이뻐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조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서 저번부터 굽네치킨을 가려고 시도를 많이 해줬는데, 먹을 수 있는 매장이 없거나 문을 닫는 등 계속 실패해서 아쉬웠다. 언젠가 회식으로 고추바사삭을 먹고 말겠어..!! 그래도 다같이 먹은 떡볶이는 정말 맛있었다. 산행후엔 정말 뭘 먹어도 다 맛있는 것 같다..! 다음주에 다른 학교와 같이 등반을 또 가기로 했는데, 다른 학교와 등반을 같이 하는건 처음이라 많이 떨린다. 학교 이름에 먹칠하고 싶지 않은데.. 선배들이 부끄럽지 않게 가서 열심히 올라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