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날개 The Paper Wings
우리는 자연을 우리 삶 속에 직접 끌어들이거나 혹은 그 대안으로 자연을 모방한 인공물로 대체하여서라도 자연과 함께하고자 한다. 새와 나비의 ‘날개’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자연을 모방한 인공물과 그것을 재현한 인간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날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날개라는 이미지와 형상을 대할 때 어떤 심리적 만족과 위안을 받는 것일까?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상의 [날개]에서는 쇠락한 지식인이 깨어나고자 하는(날아보고자 하는) 희망을 상징하고,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서 이카로스의 밀랍으로 붙인 날개의 추락은 절제하지 못하는 욕망은 비극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구전 설화중 [아기 장수 우투리]에서의 날개는 난세를 구할 영웅의 조건으로, 핍박받는 민중에겐 희망의 상징이지만 기득권자들에겐 싹부터 제거해야 할 두려움의 상징이다. 날개의 이야기 이면에는 언제나 현실과 꿈, 탐욕과 절망이 중첩되어 묘사된다.
인간은 날개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꿈과 욕망을 전이한다. 더 크고 아름다운 날개를 만들려고 하는 욕망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날개를 통해 우리는 불가능해 보이던 일들을 이루어내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며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아왔다. 때로는 날개를 향한 지나친 욕망은 스스로를 절망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전히 날개를 꿈꾼다.
전시 제목 <종이 날개(The Paper Wings)>는 중국계 미국인인 켄 리우의 단편 소설인 [종이 동물원 The Paper Menagerie]에서 영감을 받았다. 켄 리우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 동물원 The Glass Menagerie>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두 작품은 구차한 현실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환상을 꿈꾸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현실의 도피처로서의 환상은 종이나 유리처럼 외부의 무력으로부터 나약하며 한시적이다. 절망으로 이끄는 탐욕은 종이와 유리와 같다. 그러나 스스로 만든 환상을 깨고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는 존재 또한 인간이라고 두 작가는 말한다.
이번 전시 [종이 날개 : The Paper Wings]에는 우리의 일상에 끌어들인 날개의 다양한 모습들이 있다. 나는 관람자들과 우리가 만든 그리고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날개의 모습 이면에 있는 인간의 본능인 욕망의 한 단면을 살펴보고 우리의 삶과 가치에 대한 고민과 사유를 나누고자 한다. 결국, 날개의 모습은 우리,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