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전집 - 닫힌 방·악마와 선한 신 (Huis Clos·Le Diable et le Bon Di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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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2.03. 12:59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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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닫힌 방·악마와 선한 신 (Huis Clos·Le Diable et le Bon Dieu)
위대한 철학가, 사르트르 문학의 핵심을 담고 있는 대표 희곡들. “타인은 지옥”이라는 사르트르 실존주의 사상의 참모습을 밝혀 줄 작품.
이런 게 지옥인 거군. 정말 이럴 줄은 몰랐는데…….
당신들도 생각나지, 유황불 장작불, 석쇠…….
아! 정말 웃기는군. 석쇠도 필요 없어,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
오늘날 독자들에게 사르트르는 『구토』를 쓴 소설가이자 『존재와 무』를 쓴 철학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노벨 문학상을 거부한 일화나 시몬 드 보부아르와의 계약 결혼 등으로 많이 이야기된다. 하지만 사실 사르트르의 이름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전쟁통인 1951년 부산에서 그의 희곡 「더러운 손」이 「붉은 장갑」이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올라 대성황을 이루면서 시작했다. 프랑스에서도 사르트르라는 '거장'을 대중에게 친숙한 '작가'로 만든 것은 정작 그의 희곡들이었다. 사르트르는 1940년 겨울 독일군에게 잡혀 있던 포로수용소에서 「바리오나」를 만들어 공연했고, 1943년 출소 후 「파리 떼」부터 1965년까지 두 편의 각색 작품을 포함, 모두 열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1950년대까지 그의 희곡은 '정치 연극'으로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주요하게 몰두한 형이상학적 주제들은, 그의 작품들을 정치 연극보다는 한 위대한 철학자이자 극작가의 작품으로서 읽히도록 한다.
1943년에 집필된 「닫힌 방」은 사르트르의 연극 중 가장 유명하고 성공적인데, 1944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세계 각지에서 끊임없이 상연되고 있다. 「닫힌 방」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연극적이면서도 가장 참여적이지 않다는 평을 받는데, 시사 문제보다는 그의 철학과 밀접한 작품이기에 비평계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전혀 지옥처럼 보이지 않는 장소로 세 영혼이 들어오고, 각자의 고백을 통해 그들의 과거와 죽은 사연이 밝혀지며, 각자 품은 욕망과 비밀이 서로 얽히고 충돌하면서, 출구 없는 방에서 이들의 공존은 지옥 그 자체가 되고 만다. 이러한 내용은 사르트르 자신의 고통스러운 개인 체험이나 부도덕한 부르주아 집단의 가식에 대한 반발, 혹은 독일 점령 하에 감금 생활중이던 프랑스인들의 전시 체험을 극화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닫힌 방」은 인간 현실의 존재론적 구조와 그 실존의 의미, 특히 '대타 존재로서의 인간'을 연극으로 구현한다.
1951년 초에 집필을 시작한 「악마와 선한 신」은 16세기 독일 농민전쟁을 배경으로 신과 내기를 벌여 악당에서 사제로 변신하며 '절대 악'과 '절대 선'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그린다. 사르트르의 희곡 중 가장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으로 꼽히는 이 작품은 사르트르의 희곡 중 첫 역사극에 속하면서도 역사를 뛰어넘어 신학적, 혹은 정치적 문제를 품은 '순수 창작'극이다. 작중 배경인 종교개혁과 농민 전쟁 시대의 독일은 2차 세계 대전 후 불안에 떠는 프랑스 사회로 읽을 수 있으며, 나아가 이 작품은 불안과 위기에 처한 어떤 시대 상황에서든 그 속에서 참여하고 행동하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줄거리
호텔 급사처럼 보이는 수수께끼의 인물이 세 사람을 어느 방으로 안내한다. 가르생과 에스텔, 그리고 이네스는 창문도, 출구도 없는 공간에 갇힌 채 각자 숨겨 둔 비밀을 고백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곧 자신을 지켜보는 서로의 시선, 즉 '타자의 시선'이야말로 형벌이며 자신들이 곧 지옥에 갇혔음을 깨닫는다. 작가 개인의 애정 생활, 혹은 독일 점령 체험을 극화했다고도 해석 되는 『닫힌 방』은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라는 작가의 실존주의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사르트르의 희곡들 중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오늘날까지 세계 각지에서 상연되고 있다.
한편 16세기 독일 농민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악마와 선한 신』에서는 보름스 마을을 공격하려는 괴츠 앞에 사제 하인리히가 나타나 성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열쇠를 줄 테니 사제들의 목숨은 살려달라고 한다. 동시에 봉기를 주도하는 나스티도 괴츠를 찾아와 가진 자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대신 가난한 자들 편에 서서 도시에 입성하라고 설득한다. 그리고 괴츠는 '절대 악'과 '절대 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사르트르가 자신의 희곡 중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알려진 『악마와 선한 신』은 '인간'과 '절대'의 관게를 탐구하며 혼란스러운 사회, 양극화된 세상에서 무너지지 않는 하나의 '윤리'를 제시한다.
작가 소개-장폴 사르트르
1905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외조부 슬하에서 성장했다. 프랑스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1929년에는 교사자격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1939년 2차 세계 대전 발발로 참전해 포로가 되었다가 1941년 수용소에서 석방되었다. 1945년 《현대》를 창간해 참여문학을 주창하고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지식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후설 현상학의 영향 아래 쓴 『자아의 초월성』(1936)을 시작으로 『존재와 무』(1943), 『변증법적 이성 비판』(1960) 등을 저술한 철학자이자 소설 『구토』(1938), 『자유의 길』(1954)의 저자이며, 『문학이란 무엇인가』(1947), 『집안의 천치』(1970) 등으로 문학비평에서도 한 획을 그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이다. 다양한 정치평론은 물론 열 편의 희곡도 남겼으며 자서전 『말』을 집필했다. 1964년에 노벨 문학상 수상을 거절했다. 1980년 사망하여 몽파르나스 묘지에 안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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