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6월 19일)
*제1독서: 창세 14,18-20 (빵과 포도주를 봉헌하다.)
*제2독서: 1코린 11,23-26 (여러분은 먹고 마실 적마다 주님의 죽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복음: 루카 9,11-17 (사람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찬미 예수님, “식사 마련이 어려운 분이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합니다.” 약 한달 전부터 교구 사회복지회에서는 무료급식소 ‘한삶밥집’을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내내 운영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일단 월, 수, 토 주 3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춘천 시내 각 본당의 봉사자들이 배식, 설거지, 도시락 배달, 청소 등등 수고를 아끼지 않는 헌신적인 도움을 주어서 아직까지 큰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 본당도 5월에 한번 봉사 담당을 했고 이번 6월에도 27(월)에 봉사 담당이 예정되어 있으니 이미 봉사자 신청을 하신 분들 만이 아니라 여건이 허락되는 신자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점점 고령화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 주변에 적잖은 어르신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따뜻한 밥한끼 잘 차려 드시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한삶밥집’의 활동을 통해서 사랑 마저 가득 담긴 은총의 식사로 영육간에 건강하게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주 3회 꾸준히 도시락을 배달하는 신자 분들의 갸륵하고 아름다운 정성이 대상자 분들에게 잘 전달되어 잠깐이나마 서로 만나는 관계 속에서도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모두의 마음이 충만해지기를 간절히 기대합니다.
친애하는 교우 여러분, 오늘 우리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당신의 몸과 피를 생명의 양식으로 내어 주신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과 희생을 기념하면서 성체성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입니다. 저는 오늘 대축일의 의미가 앞서 말씀드린 “한삶밥집”의 활동 안에 아주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의 양식, 곧 영적인 밥이 되신 예수님께서는 성체를 받아 먹는 우리가 당신처럼 성체성사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십니다. 남에게 “밥”이 돼주기를 원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의 그러한 바람이 잘 드러납니다. 제자들이 군중을 돌려보내 스스로 잠자리와 음식을 구하게 하자고 말씀드렸을 때, 그분께서는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하고 딱 잘라 명령하십니다. 상황과 처지를 살피며 우선 내 것을 챙기려는 다양한 시도에 앞서 예수님께서는 무엇이든 먹을 것이 있다면 나누라고 하신 것입니다. 제자들이 가진 것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뿐인 아주 적은 양이었지만 예수님께서 이루실 “나눔의 신비”는 그것으로 충분하였습니다.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군중들이 배불리 먹고 남은 빵 조각을 모으니 열두 광주리나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나눔의 신비를 매번 미사 때마다 보고 배우는 기회를 갖습니다. 사제가 성체를 반으로 나누어 쪼갠 다음 높이 받쳐 들고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모두 복되도다.” 하고 외칠 때 성체를 바라보면서 우리 죄를 사하시기 위해 생명을 내주신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나눔의 소명” 또한 알아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1독서에서 나오는 멜키체덱과 아브람 이야기 역시 성체성사의 예표로서 우리에게 봉헌을 통한 나눔의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제인 살렘 임금 멜키체덱이 빵과 포도주를 가지고 나와 하느님의 축복을 기원하며 그것을 아브람에게 주었을 때, 아브람은 응답으로 모든 것의 십분의 일을 멜키체덱 사제에게 주었다고 합니다. 멜키체덱은 영원한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미리 보여주는 표상으로서 신앙의 조상인 아브람이 멜키체덱 사제에게 십분의 일을 봉헌했던 응답의 모습은 신앙인이 갖춰야 할 자세를 보여줍니다. 즉 빵과 포도주의 거룩한 변화를 통해 성체성사에 참여하는 신앙인은 성체를 모시면서 얻는 무한한 은총과 축복에 감사하면서 자신이 가진 바를 하느님께 되돌려드리는 나눔의 삶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우 여러분, 오늘 대축일을 맞아 성체성사는 나눔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서 예수님의 사제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시간과 능력과 재물을 통해 성체의 사랑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힘써 노력합시다.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