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마토, 샤인머스캣 비싸도 달면 ‘불티’… 고당도 과일이 지방간·비만 부른다
[단맛중독 ①] 과일이 달아진다
점점 과일이 달아지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르고 맛없던 토마토는 추억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가판대에 깔린 토마토는 죄다 크고 단단하고 아주 달기 때문이다. 날이 갈수록 과일의 당도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스위티오 바나나, 고당도 오렌지 등 기존 과일을 달게 하는 건 물론 애플수박, 신비복숭아, 플럼코트 등 새로운 단맛까지 만들어낼 정도다. 농산물로 확장되기도 했다. 초당옥수수, 샤인 오이 등이다. 이쯤 되니 걱정된다. 강렬한 단맛에 익숙해져도 되는 걸까?
◇이미 탄산음료보다 단 과일, 앞으로 더 달아질 듯
과일이 달아지는 데는 이유가 있다. 비싸도 팔리는 인기 때문이다. 일반 제품보다 배로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도 소비자들은 단 과일을 찾는다. 마켓컬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판매된 고당도 과일 상품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했다. 심지어 지난해 5월부터 매달 판매량이 평균 46%씩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과수 및 환경생리학과 이희재 교수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니 농업분야에서는 더 단 상품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일은 실제로 매우 달아지고 있다. 과일의 당도는 대상 물질 100g에 포함된 당분의 양을 나타낸 단위인 ‘브릭스(Brix)’로 측정한다. 1브릭스만 증가해도 100g과일에 1g의 당류가 더 들어간 것이라 확연히 더 달아진다. 일반 바나나의 당도는 18~20브릭스인데, 스위티오 바나나는 22~23브릭스로 약 30% 더 달다. 고당도 오렌지도 일반 오렌지보다 2~3브릭스, 참외와 딸기도 1~2 브릭스, 복숭아도 5브릭스 정도 더 단 제품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단 과일의 대명사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샤인머스캣은 20브릭스로 일반 포도보다 3브릭스 더 높다. 콜라와 사이다가 11브릭스 정도인걸 고려하면 과일은 전체적으로 너무 달아져 있다.
◇잉여 과당, 체지방으로 축적돼
과일은 아주 옛 과거부터 점점 소비자가 먹기 좋은 형태로 발전해 왔다. 우월한 유전적 형질을 보이는 개체를 골라 육종해 계속해서 더 우수한 품종을 만들어왔다. 현재에 이르러서는 우월한 종을 고르는 초점이 당도가 된 것이다. 이렇게 품종개량 된 과일로 샤인머스캣, 애플수박, 신비 복숭아 등이 있다. 과일의 당도가 높을수록 단 맛을 내는 과당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현재 나오고 있는 고당도 과일들을 무턱대고 많이 먹었다간 지방간, 비만 등이 유발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 이시훈 교수는 “과일에는 혈당을 높이거나, 직접적인 우리몸의 주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아닌 과당이 많다”며 “과당을 많이 섭취해 잉여물이 생기게 되면 간에 글라이코젠의 형태로 저장되는데, 글라이코젠이 가득 차면 중성지방으로 변해 결국 체지방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당뇨병 환자는 부드러운 고당도 과일을 먹는 건 피하는 게 좋다. 소화가 잘되는 부드러운 과일은 혈당을 올릴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손정식 교수는 “일반적으로 곶감, 수박 등 부드러운 음식은 사과, 참외 같은 딱딱한 과일보다 혈당을 크게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사람에 따라 특정 과일이 혈당을 올리는 경우도 간혹 있기 때문에 먹었을 때 혈당을 올린다면 그 이후로는 섭취를 피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알 수 없는 스테비아, 과량 섭취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최근에는 대체 감미료인 스테비아를 이용한 과일들이 주목받고 있다. 스테비아는 일반 설탕보다 약 200배 이상 달지만, 열량은 거의 없다고 알려졌기 때문. 최근 소셜미디어를 데우고 있는 단마토, 샤인 오이 등도 스테비아 농법으로 생산됐다. 스테비아 과채는 스테비아 액체 비료를 재배 중 뿌리거나 재배 후 주입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전문가들은 ‘알 수 없다’고 본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조영규 교수는 “아직 스테비아에 대해선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지금까지 나온 연구만 봤을 땐 열량이 거의 없고, 혈당을 높이지 않고, 인슐린 저항성은 낮추는 장점에 반면 부작용이 크진 않지만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과량 섭취는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상 교수는 “모르는 게 많아서 좋다고 확답할 수 없다”며 “스테비아는 분자량이 커 체내로 흡수되지 않고 신장으로 나가기 때문에 열량이 거의 없기에, 신장 안 좋은 사람한테는 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 허정연 영양팀장은 “사실 스테비아는 각광받는 소재라 긍정적인 효과들에 대한 연구가 더 많다”며 “부정적 효과는 연구가 덜된 건지 없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과량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으로 가스 발생, 설사,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아직 많은 데이터가 모이지 않은 만큼 앞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과량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단맛 자체가 중독의 늪 될 수도
전문가들은 재배 방식을 떠나 과일의 단맛이 강해져 여기에 익숙해지는 것 자체를 경계한다. 대구 가톨릭대 이비인후과 예미경 교수는 “미각도 후각처럼 순응도가 높아 점점 단 과일에 익숙해질수록 달다고 느낄 수 있는 역치가 올라가게 된다”며 “덜 단 과일은 안 먹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맛엔 중독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혀 미뢰에는 단맛을 주로 느끼는 부위가 있는데 자극되면 뇌가 행복감을 느껴 반복해 단 음식 섭취를 바라게 된다. 이시훈 교수는 “과일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라 반복해 먹기 쉬운 만큼 과일의 단맛에 중독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며 “과일이 야기한 단 음식 중독이 사탕, 과자 등 다른 단 음식을 먹게 한다면 비만, 당뇨 등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영규 교수는 “특히 다양한 맛을 접해보지 못한 어린이들은 쉽게 단맛에 길들여 질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먹게 되는 부작용도 있다. 김영상 교수는 “달면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많이 먹게 된다”며 “생각보다 과일의 열량이 적지 않은데, 식후에 많이 먹게 되면 비만, 당뇨, 고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