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진정한 영재로 키우는 8가지 방법 신동호의 발견의 즐거움
1998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실리콘 밸리를 둘러본 뒤 귀국하는 길에 이렇게 말했다. 그 후 우리 나라에서도 영재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영재교육진흥법이 제정됐고, 과학영재고등학교도 등장했다. 또 교육부도 1만 명인 영재 교육 대상자를 2007년까지 4만 명으로 늘리고 학교마다 영재 학급을 두겠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영재 교육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 한국의 교육 풍토에서는 영재를 길러낼 수 없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했던 대표적인 영재 교육 프로그램인 과학고·속진제 등이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영재가 나오려면 우선 사회·학교·가정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금의 풍토에서는 공부 잘해서 일류대에 가는 ‘수재’는 키워 낼지 몰라도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 해결해 나가는 창의적인 ‘영재’는 나오기 힘들다. 영재의 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부모의 출세 지향적 태도다. 부모는 아이가 하는 모든 일을 출세의 수단으로 생각한다. 자신은 밤낮 텔레비전에 매달려 있으면서 아이에게는 공부하라고 강요한다. 아이들은 본받을 사람이 있어야 배우게 된다. 영재를 기르려면 부모가 먼저 그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이유는 영재의 가장 큰 특징이 타율을 싫어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학교와 가정에는 심한 타율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영재의 호기심·상상력·창의력이 발휘되기는커녕 괴짜나 이탈, 반항이나 죄악으로 몰리고 학생들은 콩나물 교실에서 집단주의를 강요당한다. 진정한 영재가 나오려면 사회가 출세 지향적 가치관에서 해방돼 다가치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 영재는 세속적인 출세나 치부가 아니라 조금은 격조 높은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장관, 사장, 국회의원, 법관 등 출세와 치부의 가치만 높게 평가되는 사회에서는 진정한 영재가 나올 수 없다. 미국 시카고 대학의 유명한 교육학자인 블룸 교수는 세계적 업적을 이뤄낸 스포츠 선수·과학자·예술가 등 120명의 영재들과 그들의 주변 사람들을 심층 면담한 결과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8가지 특징을 찾아냈다. 영재로 키우려는 부모, 영재가 영재성을 잃지 않도록 도와줄 교사, 영재 교육을 육성하려는 정부 관계자가가 참고할 만한 내용이어서 소개한다. 1. 아주 어려서부터 시작했다. 영재는 그 활동을 아주 어려서 시작했다. 모차르트는 네 살에 작곡을 했고, 슈테피 그라프는 네 살에 테니스를 시작했으며, 다윈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식물 채집을 따라다녔다. 이는 아이를 못 살게 구는 학원 조기 교육, 채찍질 조기 교육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조기 교육은 어머니 또는 아버지와 함께 놀이나 장난처럼 재미있게 배우는 삶의 교육이어야 한다. 2. 부모가 본이 되어야 한다. 영재에게는 그 활동을 좋아하고 그 활동에 어느 정도 조예도 있는 가족이 있었다. 모차르트는 아버지가 음악 교사였고, 존 매켄로나 그라프도 테니스를 좋아했던 아버지에게서 자기보다 큰 라켓을 휘두르면서 배웠다. 천재가 출현하려면 우선 어머니나 아버지가 그 일을 좋아하고 어느 정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살아 남기 위해 누군가를 닮아야 한다는 강한 충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3. 그 집에서는 그 일이 다반사여야 한다. 어떤 두 아이의 엄마는 공부하라고 성화도 하지 않고 두 아이를 일류대에 넣었다. 이들 두 아이의 엄마는 대학원에 다니느라 틈만 있으면 책상 앞에서 책과 씨름했다. 두 아이는 매일 수저로 밥 먹어야 하듯 책을 읽는 것이 삶인 줄 알았던 것이다. 영재가 나온 집에서는 그 일이 밥 먹을 때 젓가락질하듯 하는 다반사여야 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자발성, 인내성, 내재적 동기를 키운다. 4. 세 단계의 스승이 필요하다. 영재들은 세 발달 단계, 즉 유아기·아동기·청년기에서 훌륭한 스승이 있었다. 세 단계의 스승에게서 그는 각각 기초적 기능, 전문적 기량, 마지막으로 전문적인 스타일과 철학을 배워서 대성한다. 유아기의 스승은 대개 부모이고, 아동기의 스승은 훌륭한 중·고교 교사이다. 그리고 청년기에는 그 분야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교수에게 어렵고 고된 수업을 받게 된다. 5. 엄청난 수련 기간이 필요하다. 영재가 된 사람들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 일에 대개 주당 15시간, 중·고교 시절에는 주당 25시간 내외의 시간을 쏟아 붓는다. 천재는 5%가 소질이고 95%가 노력이라는 에디슨의 말은 옳다. 과학 영재는 학교 교육에서 길러지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방과 후 활동에서 길러진다. 학교가 파한 다음 과학실에서 실험도 해보고 시험관도 깨보고 망원경으로 천체를 보느라 밤도 새워봐야 한다. 6. 자발성이 있어야 한다. 영재는 하라면 하지 않고 하지 말라면 더 한다. 그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타율적 풍토를 누구보다도 싫어한다. 명령과 압력이 심하면 아예 일을 중단해 버린다. 영재는 대개 학교 교육을 싫어한다. 그 이유의 하나는 타율성과 집단주의적 풍토 때문이다. 따라서 영재는 학교가 얼른 파하기를 기다렸다 집에 달려가 야단맞지 않을 정도로 숙제는 얼른 끝내고 자기 일에 열중한다. 7. 내적 동기가 있어야 한다. 영재는 일의 쓸모보다 일의 재미에 홀려 있다. 일로 돈을 벌거나 출세 따위는 안중에 없다. 미사여구의 ‘경제 발전을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등이 그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 일 자체에 매료되어 있을 뿐이다. 8. 희생적인 후견인이 있어야 한다. 영재는 비싸다. 영재가 탄생한 가정에서는 희생적인 후원자 또는 후견인이 있다. 영재는 자신의 일에 열중한 나머지 대개 세상사에 어둡다. 따라서 누군가 그를 챙겨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영재는 가까운 어떤 사람의 희생을 먹고 자라는 셈이다. 또한 영재가 되기까지는 도구, 스승, 생활비 등 적지 않은 투자가 필요하다.
/신동호 뉴스와이어 편집장 | |||||
2006.06.28 ⓒScience Tim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