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날(14일-월)
운행시간 : 7:45 ~ 20:40
운행거리 : 42키로
운행코스 : 인월 - 금계 - 동강 - 수철
'그러고 보니, 군대 빼놓고 태어나서 5일동안 20키로 정도의 배낭을 메고
하루에 10시간 이상 걸었던 적이 없는것 같다. 난 46의 나이에 새로운 경험을 한다'
5:45 기상
아니나 다를까 벌써 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도 어제는 춥지 않게 잤다. 만일 밖에서 잤더라면 ..
다시 생각해봐도 성진씨가 고맙기 그지없다.
이 카페는 음악이 있다.
이슬 비 내리는 이른아침에 생면부지의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카페에서
7080 발라드 팝을 듣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1EEC3B4FBD56FE05)
역시 아침은 누룽지.. 이젠 김치도 떨어지고 반찬도 오늘로써 끝이구나.
커피도 한잔 끓여마시고 서서히 출발한다.
7:45 출발
오름길을 걷는데, 짚으로 만든 파라솔?? 비슷한게 있다. 무엇에 쓰이는걸까..
*갓을 쓴 파라솔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283374FBD574533)
이건 마른 가지에 걸어놓은 솔방울이다. 하늘이 어둡다.
*솔방울
![](https://t1.daumcdn.net/cfile/cafe/15331A374FBD574633)
매동마을 갈림길 (8:08) 등구재까지 5.3키로..
![](https://t1.daumcdn.net/cfile/cafe/20613A384FBD577F08)
땅은 젖어있고 비는 내리고.. 배낭이 젖으면 안되기에 우비까지 걸쳤더니 덥고,,
신발이 젖을까봐 등산화대신 샌달을 신고 걸으니 약간 조심스럽기도하고.. 이래저래,
오늘은 어떤 하루가 될지 궁금하다.
*쉽터
![](https://t1.daumcdn.net/cfile/cafe/145888384FBD578010)
고갯마루 부분에 매점이 있는데,
월요일에다 비가내려서 그런지 굳게 닫혀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0E7C394FBD57C502)
* 중황마을 (09:10)
![](https://t1.daumcdn.net/cfile/cafe/187ABA394FBD57C50B)
비는 계속 내리고...다행히 많이 쏟아붇는것은 아니라서 큰 지장은 없고,
오히려 햇살이 비추는것보다 낳아서 그런지 더 잘 걷는다...
* 상황마을(9:40)
![](https://t1.daumcdn.net/cfile/cafe/1848EB3A4FBD581C38)
상황마을을 지나 조금 오르면 등구재가 나오는데, 출발해서 여기까지 정말 10개도 넘는 간이 음식점(대부분 막거리, 파전) 이 즐비하고 숙박업소도 무지 많다. 이 코스는 1박 2일 때문에 무지 유명해진 탓이겠지..
*등구재 (10:02)
![](https://t1.daumcdn.net/cfile/cafe/112A78344FBD584D0D)
등구재를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3856344FBD584D08)
그러다 포장길을 만나고 한참을 진행한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31A374FBD586C34)
중간에 있는 간이 매점
![](https://t1.daumcdn.net/cfile/cafe/18536E374FBD586D01)
그렇게 포장길을 따라 한참을 가다보면 창원마을이 나오고
*창원윗상단
![](https://t1.daumcdn.net/cfile/cafe/183377374FBD588734)
바로 아래에 신촌 생태체험관이 있어 그곳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신촌 체험관 (11:05) 점심식사 후 12:00 출발
![](https://t1.daumcdn.net/cfile/cafe/19314F374FBD588834)
왜이리 비는 계속 내리는겨...고만 오지...
내리막길이 미끄럽다.. 조심..조심..
![](https://t1.daumcdn.net/cfile/cafe/17773C354FBD58A604)
드디어 함양 안내센터가 있는 금계마을. 엇저녁 만났던 애벌레(하정옥)이
사는곳이다. 이름은 여자인데, 멀쩡한 사내놈이다..ㅋㅋ
*금계 (12:55)
![](https://t1.daumcdn.net/cfile/cafe/124B61354FBD58A73F)
금계는 지리산 칠선계곡의 입구인 의탄교가 있는 마을이다.
*의탄교
![](https://t1.daumcdn.net/cfile/cafe/143214374FBD58CF34)
![](https://t1.daumcdn.net/cfile/cafe/14559B374FBD58D001)
의탄교를 건너 지진하면 칠선동으로 가고 좌측으로 꺽어져 의중마을로
들어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04B374FBD58D038)
*의중마을(13:20)
![](https://t1.daumcdn.net/cfile/cafe/1632FC374FBD58D031)
의중마을로 올라가면 아래와 같은 화살표가 나오는데, 직진으로 가는 적둘레는 벽송사를 가는 길이고, 그 길은 갔다가 다시 돌아나와야 하므로 벽송사를 둘러보고 싶은 사람은 가되, 그러지 않을 사람은 좌측 적둘레를 따라가면된다.
*삼거리 이정표
![](https://t1.daumcdn.net/cfile/cafe/125B083C4FBD590534)
그곳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 포장길을 잠시 걷다보면 어떤 (미친) 사람의 짓인지 모르지만
산을 완전히 깍아 불상을 그려넣고있는 처참한 모습을 볼 수있다.
저렇게하면 부처님의 불심을 얻을 수 있으려나..쯔쯔..
*벽 불상
![](https://t1.daumcdn.net/cfile/cafe/155B1A3C4FBD590636)
그 뒤로 아기자기한 숲길 - 중간 중간에 너덜길 있으니 주의하시고 - 을 지나면 용유담이 있는 모전마을이 나온다.
*모전마을 / 용유담 (14:25)
![](https://t1.daumcdn.net/cfile/cafe/137D92394FBD59260B)
이 모전마을에서 2차선 아포길을 따라 30여분간 진행하면 송전마을이 나온다.
송전마을은 지리산 둘레지기 심화교육을 받았던 산촌생태마을이 있다.
*송전마을
![](https://t1.daumcdn.net/cfile/cafe/1613A4394FBD592703)
여기서도 약 한시간 가량 아포와 시포길을 지나면 운서마을 쉼터가 나오고..
쉼터 가기전의 경호강줄기
![](https://t1.daumcdn.net/cfile/cafe/1233C5374FBD59BD34)
*운서쉼터
![](https://t1.daumcdn.net/cfile/cafe/1752F0374FBD59BD03)
쉼터에서 잠시 쉰 후에 길을 따라 내려간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 내려가면 동강마을과 이쁜 화장실이 나온다.
*이쁜 화장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230D334FBD59F23D)
![](https://t1.daumcdn.net/cfile/cafe/19260D334FBD59F303)
*동강마을 (16:35) - 배가 고프고 더 이상 진행해도 식당이 없는걸 알기에 저녁을 미리
여기서 해결하고, 아주머니에게 부탁해서 주먹밥과, 잡어탕찌게도 싸간다.
17시 20분 출발
동강마을을 출발, 시포길을 따라 계속 진행하면 방곡마을 이정표가 보이고
이때부터는 아포길을 따라 계속 올라간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77C2B394FBD5A2E10)
아포길을 15분정도 오르면 방곡마을의 산청.함양 지역 추모공원이 나오고
*추모공원 (18:00)
![](https://t1.daumcdn.net/cfile/cafe/180749394FBD5A2F0A)
이어 좌측 숲으로 들어간다.
사실, 시간이 저녁 6시가 넘어가고 숲으로 들어가면 한동안 도로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니 야간 산행이 쉽지는 않다는것을 느꼈지만, 어디 야영할만한곳도 없고.. 달리 선택할 수 없어 산을 넘어 수철마을까지 가기로 마음먹고 부지런히 숲으로 들어간다. - 이것이 나중에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고...
상사폭포 이정표를 따라 가니, 처음엔 약간 넓은 나대지를 지나
![](https://t1.daumcdn.net/cfile/cafe/205BC23C4FBD5A6436)
바로 숲으로 들어가는데 벌써 하늘이 가려진 곳에선 어둡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94F203C4FBD5A6404)
그렇게 한동안 비지땀을 흘리며 씩씩대고 오르니 상사폭포가 보인다..
*상사폭포(18:50)
![](https://t1.daumcdn.net/cfile/cafe/15252F334FBD5A9004)
![](https://t1.daumcdn.net/cfile/cafe/111BA7334FBD5A910A)
어둠은 쉽게 찾아든다.
한참 오르니 커다란 비닐하우스가 있는데, 이곳이 쌍재마을인것 같다.
하지만, 마을은 아닌듯하고 주변엔 인가는 없다.
*쌍재마을 이정표
![](https://t1.daumcdn.net/cfile/cafe/181DD4334FBD5AB509)
다시 비포장길을 따라 경사도 심한 곳을 오르고 또 오른다.
도데체 쌍재는 언제 나오는건지.. 밤이 되면서 비는 더욱 강해지고,
가스도 짙어진다. 저 앞에 뭔가 나무가 서 있는것 같아 가보니 쌍재다..휴..
*쌍재 이정표 (19:30)
![](https://t1.daumcdn.net/cfile/cafe/1953C2384FBD5AF813)
아직도 수철리까지는 5.9키로가 남았다는 표시와 함께..
*가까이서..
![](https://t1.daumcdn.net/cfile/cafe/144B00384FBD5AF815)
![](https://t1.daumcdn.net/cfile/cafe/141BB2334FBD5E9D10)
너무 힘들었지만, 멈출수도, 멈출곳도 없다.
다시 일어나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곳을 향해 올라간다.
계단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900미터만 가면 나온다는 초소는 왜 이리 안나오는걸까..
내 속도로 간다면 900미터면 15분이면 나올텐데, 20분을 더 왔는데도 나오질 않는다.
아마도 내가 지쳐서 속도가 느려진걸 못 느낀것인지..
그렇게 한참을 더 가서야 감시초소는 나온다.
*감시초소 (20:10)
![](https://t1.daumcdn.net/cfile/cafe/13251D334FBD5B2506)
정말 남은 힘이 한줌 밖에 되지 않는것같아, 행여나...행여나.. 초소 문이 잠겨있지 않으면
구사일생으로 들어가 자고 싶었다. 허나.. 손잡이는 손으로 잡아볼 필요도 없이
엄청 큰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다. 헐... 제길.. 누가 몰 훔쳐갈게 있다고...
어디 잠시 비라도 피하고 싶은데, 그럴공간도 없다.
물 한모금 마실려해도 입속으로 빗물이 더 들어간다.
가자... 가야지... 이 어두컴컴한 산 속에서 뭘 더 기대한단 말인가..
다음 목표는 고동재. 좀전의 이정표에는 1.4키로라 적혀있었다.
1.4.... 왠지 1자와 4자가 맘에 들지 않는다..
풀이하자면 혼자서 죽는다?? 허걱.. 내가 왜이러나,, 많이 늙었구나..
그나저나, 이놈의 비는 그칠 생각을 안하고,
운무도 짙어지니 도데체가 시야가 확보되질 않아 걸음이 더디어진다.
이럴때 자칫 한 발자욱만 어먼데로 가면 그대로 미아가 된다는것은 경험상 알기 때문에 - 여기서 경험했던 옛날 이야기 하나.. 그때가 아마 내가 한창 지리산에 빠져 주말이면 산을 찾았을 때이다.
역시나 그날도 비가 내렸고 가스가 짙게 낀 날이어었다.
시간은 오후 두시쯤이나 되었는데, 천왕봉에서 중봉을 지나 하봉쪽으로 가다가 벌어진 일이다.
그 전에 1시쯤, 비를 맞으며 커다란 나무 둥치 밑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출발했는데,
어느순간 가다보니 길을 잃은것이다.
어라...?? 이거 참.. 하면서 저 앞을 보니 분명 길이 보인다.
그래서 그리로 내려갔는데, 잉? 길이 없다. 비는 내리고 안개가 짙어 길인지 아닌지
잘 분간이 안되지만, 분명 길 같았는데... 하며 이번엔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길을 찾아보았다.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몇분간 왔다리 갔다리 했는데, 길이 없어서 에라.. 하며 다시 배낭이 있는곳으로 갈려고 돌아섰는데.....!!! 헉.. 배낭이 안보이는것이다. 이거 완전히 낭패였다.
배낭이라도 있으면 그 안에 먹을거라도 있고, 침낭과 텐트라도 있으니 어찌 해볼 수 있으련만,
그것마져 어려워진것이다. 이때,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드디어 지리산 신령님이 나를 데려가실때가 된것이구나..’ ‘그래 어차피 죽을것, 지리산에서 죽는다면 그나마 행복이지..’ 라는 생각으로 그냥 앞으로만 뚜벅..뚜벅.. 가는데 앗! 저 앞에 저거.. 바로 내 배낭이었다.
어찌나 반가운지.. 그렇게 헤멘 시간이 30분도 더 되니 갈증도 나고해서 물부터 한모금 하고,
담배한대 피우고(담배도 다 젖어서 꽁초..)다시 천천히 돌아 길을 찾아 나섰길 두시간정도 흘렀는데, 정말. 갑자기. 뿅! 하고 길이 나온것이다.
그것도 약 두세시간 전에 내가 라면을 끓여먹은 바로 그 옆으로...
아, 이런걸보고 링반데룽(환상방황) 이라고 하는거구나...
그날 정말 많은것을 깨달은 날이었다. -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게다가 지금은 밤중이 아닌가.
칠흙같은 어둠속이니 더욱 위험하기도 하고, 그때보다 더 늙었고, 더 배가 고프고 더 먹을것도 없는 상황이니, 매 순간 순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
길은 차라리 내리막길만 있었으면 좋으련만, 초소에서도 고동재까지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나타나 이게 정말... 우씨... 언제 고동재가 나오는거야...하며 걷고 또 걸었다.
다행히 고동재는 바로 나타나주었는데....
*고동재 (20:40)
![](https://t1.daumcdn.net/cfile/cafe/1324D5334FBD5C5608)
수철리까지 3.6키로라는 저 표시는 사람을 잡아먹을것 같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51E37334FBD5C570B)
정말 한걸음도 뗄 힘이 없어 하는 수없이 애벌레(하정옥)한테 전화해 도움을 청했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수철리 이장님이 차를 끌고 그 밤중에 고동재까지 오셔서 나를 픽업해 주셨고, 나는 팬션을 운영하시는 이장님 댁에서 하룻밤 묶게된다.
집 떠난지 5일째. 드디어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따뜻한 방에서 잠도자게 되었다. 게다가 그날 팬션에 다른 손님들이 늦게 오셔서 막걸리에 삼겹살을 드신다고 하니,
이장님이 (다.. 애벌레와의 친분 때문에) 나도 와서 한잔 하라고 하시니 어찌 내 속마음을 알고
계시기라도 하신것 같아 고맙기 그지없다.
이날 빗속에 걸은 거리가 자그만치 42키로 정도 되었다..
그렇게 길고 힘들었던 하루를 마감하고 12시가 넘어서 잠자리에 들 수 있었는데,
언제 누웠는지 모르게 골아떨어진것 같다.
긴 밤 지새우고 풀잎 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 처럼
내안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 오르고 한낮의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첫댓글 늦게나마 여기까지 잘 읽었습니다.
제가 둘레길을 다녀온 느낌입니다.
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