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공익마케팅 / 1. 공익 마케팅이란 무엇인가피할 수 없는 존재의 마케팅김민주 / 리드앤리더 대표, mjlcm@8966.hanmail.net
최근 미디어에서 ‘투명경영’, ‘윤리경영’, ‘환경경영’ 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면서 불투명하고 비윤리적 경영을 하고 환경을 파괴함으로써 그 기업의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라 함은 그 기업의 종업원, 주주, 채권자, 공급업체, 소비자, 시민단체, 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을 말한다. 종전에는 이런 일들이 큰 일로 비화되지 않고 그냥 지나치곤 했으나 이제는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높아져서 심각한 갈등 구조를 띠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가 점점 성숙함에 따라 기업의 대형화는 가속되고 있다. 따라서 그 규모에 걸맞게 기업의 사회적 위상도 더불어 올라가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기업의 사회적 공헌’, ‘기업의 사회 적 책임’, ‘기업 시민’ 이라는 용어가 대두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이 기업의 이윤을 자발적으로 사회에 환원하라는 메시지가 강하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적어도 이 정도의 이윤은 사회에 환원하라는 정부나 시민단체 압력의 성격이 짙다. 기업 시민은 기업도 사회 구성원의 하나이므로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다소 중립적인 표현이다. 이처럼 사회가 기업에 대해 여러 가지를 요구하거나 기대하는 것이 많은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우선 돈을 많이 벌었으니 시혜(施惠) 차원에서 기부를 하라는 준조세 성격이 있다. 그리고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여러 사회적 비용에 대해 이를 보상하라는 압력 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기업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보상하라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또한 국민이 정부에게 요구할성격의 일을 대형화한 기업에게 부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여러 가지 사회적 압력 혹은 비판을 받는 기업은 이미지 악화는 물론 매출에 악영향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기업은 사회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공익 마케팅을구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공익 마케팅이란 무엇인가공익 마케팅은 크게 사회 마케팅(Social Marketing), 사회지향적 마케팅(Societal Marketing), 대의연계 마케팅 (Cause-related Marketing)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사회 마케팅을 보자. 원래 마케팅은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품 판매를 증가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 책임론과 소비자보호 운동(Consumerism)이 거론되면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데도 마케팅을 적용하게 되었다. 즉, 비영리 단체들이 사회적 이념을 보급하는 데 기업의 마케팅 기술을 확대 적용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선진국에서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전반부터 불기 시작한 사회 마케팅이다. 그래서 사회 마케팅은 소비자 생활의 질 향상, 빈곤 감소, 에너지 절약, 교통난 해소, 인간자본 개발, 가족 계획, 낙태, 금연, 마약사용 금지, 오염 방지와 환경 개선, 이웃사랑 운동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사회지향적 마케팅이 있다. 사회 마케팅이 비영리 단체가 마케팅하는 것이라면 사회지향적마케팅은 기업이 소비자 운동단체나 정부의 압력에 대응하여 사회 이슈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즉, 기업의 이미지를 높여 간접적으로 매출을 올리거나, 아니면 직접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데 사회적인 이슈를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맥도날드가 맛이나 영양가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건강이나 환경까지 고려하여 마케팅하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좀 더 인도주의적이고 생태학적인 마케팅도 사회지향적 마케팅에 포함할 수 있다. 사회지향적 마케팅의 한 종류로 대의연계 마케팅 혹은 공익연계 마케팅이 있다. 이는 소비자가 자사 상품을 구입하면 그 중의 일부를 대의명분이 있는 활동에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두 개의 상품이 모든 면에서 똑같을 때 자선을 하고 싶은 소비자는 대의연계 마케팅을 하는 상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1983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사(AMEX)가 고객이 신규 카드를 발급받거나 아멕스카드를 사용하면 그 때마다 일부 금액을 자유의 여신상 복구 지원에 사용한다고 광고를 한 것이 최초의 공익연계 마케팅이었다. 아멕스는 이 캠페인을 함으로써 기금을 170만 달러나 확보하였으며 카드 사용액은 전년 대비 28% 증가하였고 신규 가입 고객은 10%나 증가하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일부 사람들은 기업들이 직접 기부하지 않고 공익연계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늘리려고 한다고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매출 증대의 한 방법으로 이런 마케팅을 하는것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공익 마케팅이라고 할 때에는 기업들이 주체가 되는 사회지향적 마케팅을 말한다. 그리고 공익연계 마케팅은 사회지향적 마케팅의 한 변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정신적 물결을 타다<공익 마케팅:영혼이 있는 브랜드 만들기>란 책에 따르면 브랜딩에는 세 가지 물결이 있어왔다. 첫 번째 물결은 이성적 물결이다. 이 시기의 기업은 상품의 기능을 소비자에게 자세히 전달하고 자사 제품이 다른 제품과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는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에 주안점을 두었다. 물론 공짜 샘플이나 쿠폰 등을 통해 구매를 촉구했다. 두 번째 물결은 감성적 물결이다. 여기서는 광고 메시지를 누가 보내는 건지, 그리고 어떤 매체를 통해 보내는 건지에 따라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가 달라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즉, 소비자의 감정과 심리적 상태에 따라 구매 행태가 달라지므로 광고에서 크리에이티브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세 번째 물결인 정신적 물결 시대가 바로 지금이다. 이제 소비자는 어떤 브랜드를 구매할 때 그 상품 자체만을 보지 않고 그 상품을 만드는 회사도 같이 본다. 상품이 좋아도 회사가 비윤리적이고 환경파괴적이라면 그 브랜드를 구입하지 않는 것이다. 바디샵(The Body Shop)의 제품은 품질 자체로만 보면 그리 뛰어날 것이 없어도소비자들은 창업자인 아니타 로딕(Anita Roddick)이 내세우는 환경 보호와 동물 대상 실험 중지 메시지를 지지한다. 그리고 환경을 해하지 않고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바디샵 화장품을 기꺼이 선택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감성적 물결 단계를 지나 정신적 물결에 진입한지 오래다. 이에 반해 우리 나라는 감성적 물결의 고점을 지나 정신적 물결의 초반에 진입하고 있는 상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앞으로 다가오는 정신적 물결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공익 마케팅의 세 가지 방법공익 마케팅의 중요성을 절감한 기업이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돈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기업이 돈을 많이 벌면 그 기업의 사장이나 회장 부인을 통해 음악회나 전시회 같은 문화행사에 기부를 하는 경우를 말한다. 그래서 이를 ‘회장님 사모님 신드롬(Chairman’s Wife Syndrome)’ 이라 비꼬아 부르기도 한다. 물론 메디치 가문처럼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일으킬 정도로 훌륭한 메세나(Mecenat) 활동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전략적이지 못하고 일관되지 않게 기부 활동을 벌인다. 두 번째 방법은 기업이 특정 자선 기관과 제휴하여 기부하는 것이다. 특정 자선 기관이 어떤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 소비자들은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유니세프(UNICEF)는 전세계의 아동을 위해 활동하는 기관이다. 브리티시 항공은 해외 여행을 하고 돌아온 손님으로부터 필요 없는 외국 동전을 비행기내 출구에서 수거했다. 본국에 돌아가면 사실상 불필요한 외국동전을 수거하여 유니세프에 기부한 것이다. 브리티시 항공이 유니세프와 함께 한 이 ‘선의의 동전’ 캠페인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손님들은 자신들의 동전이 유니세프에 전달되어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소중하게 쓰여질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방법은 기업이 스스로 공익 활동을 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두 번째 방법은 자선 단체가 더 부각이 되고 기업은 뒷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기업을 전면에 부각시키기 위해 기업 스스로 공익 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기업은 두 번째 방법에 비해 훨씬 많은 홍보 마케팅 비용이 들 것이다. 유명한 자선 단체를 파트너로 하지 않고 기업 내 공익 마케팅 전문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실행하는 데 있어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회사 내에 공익팀을 구성하여 체계적으로 시행한다면 가장 효과적인 공익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여성 의류업체인 리즈 클레이본(Liz Claiborne)은 가정 내 여성폭력 예방 캠페인을 자체적으로 실시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에이본(AVON) 화장품은 여성유방암 예방 캠페인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공익 마케팅의 세 가지 효과기업은 공익 마케팅을 수행함으로써 어떤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우선 강력한 브랜드 자산을 구축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공익 마케팅 캠페인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다. TV나 라디오, 신문, 잡지 같은 다양한 매체와 길거리 PR을 통해 소비자에게 캠페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특히 독특하고 시의적절한 캠페인 이슈는 미디어의 관심을 크게 끌 수 있으므로 PR 효과는 극대화된다. 이러한 이미지 제고 효과는 직간접적으로 매출 증대에 기여하게 된다. 일시적인 캠페인보다는 하나의 이슈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캠페인을 할 때 브랜드 자산 구축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다. 둘째, 기업 내부 구성원들의 사기가 크게 진작된다. 기업이 공익 마케팅 캠페인을 하면서 직원들에게 이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라고 하면 처음에는 대부분 꺼려한다. 그러나 몸소 캠페인에 참여하고 난 후에는 직원들의 생각이 크게 달라진다. 매우 보람있을 뿐 아니라 다른 직원들과의 동료애도 돈독해지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 또한 크게 고양되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과 공익 단체가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다. 공익 단체는 사실 자금이 풍부하지 않다. 개인들로부터 풀뿌리 자금을 모금할 수도 있지만 금액이 적을 뿐 아니라 PR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표가 같고 주파수가 잘 맞는 기업과 공동 캠페인을 벌이면 훨씬 손쉽게 많은 기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기업체도 공익 단체와 공동추진을 하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캠페인을 완수할 수 있다. 공익 단체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경험 많은 직원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유의점앞서 말했듯이 공익 마케팅은 정신적 브랜딩 단계로 접어들면서 더욱더 중요한 기능을 하게 됐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갈수록 강조되기 때문에 이는 필연적이다. 그런데 일부 소비자들은 기업의 이러한 공익 마케팅 활동을 비판 적으로 보는 경우가 아직 많다. 특히 소비자의 구입액을 공익과 연계시키는 공익연계 마케팅을 할 때 매출을 올리기 위해 기업들이 고안해 낸 마케팅 수법으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기업 이미지나 브랜드가 확고하거나 제품력과 기술력이 우수하지 않은 기업이 공익연계 마케팅을 한다면 이러한 오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공익 마케팅을 원하는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가 좋아야 함은 기본이다. 또한 기업 자체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우선적으로 구축한 다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나서 공익연계 마케팅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공익 마케팅은 전략적으로 하지 않으면 기업 입장에서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낮을 수 있다. 따라서 자사의 상품이나 기업 이미지와의 시너지 효과가 큰 영역을 발견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캠페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기업 내 공익팀을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주파수가 잘 맞는 사회 단체를 선정하여 이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하여 공익 마케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케팅은 고객지향적이고 시장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고객과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공익 마케팅은 피할 수 없는 큰 물결이다. 이러한 행보에 맞춰 기업이 공익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런 기업이야말로 선구적인 마케팅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이런 추세에 못 이겨 마지 못해 한다거나 단지 상업적으로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사회적 리더십이 동반되지 않은 공익 마케팅은 기대한 효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