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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5의거 49주년 기념 제25회 전국백일장 우수 입상작품(고등부 운문)
♣고등부 운문 장원
표상
안양 예술고등학교 3-5 한 지 이
언제부터인가 물을 주지 않은 화분
베란다에 건기가 찾아온 것처럼
모래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있다
누렇게 떨어져나간 이파리들은
일상의 생채기들을 품에 안은 엄마처럼 지금
폐경기의 바람을 버티고 있는 중이다
엄마는 세월의 다이얼을 돌리듯
화분을 햇빛 쪽으로 조심스레 돌려 놓는다
때로 줄기는 창 밖으로 뛰어내릴 듯
목을 빼고 시들기도 했다 그때마다
흙 속에 막혀 울고 있는 뿌리에
엄마는 서서히 몸을 기댔으리라
헐거워진 물관이며 체관을 조이며
화분 속에서 한 생애를 사는 엄마,
잡고 싶어도 계속 놓치는 하루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던 한 평생을 이제는
오히려 끌어안고 계시는 것일까
엄마에게는 생채기가 불러들인 것들이 있다
깨진 화분에서 쏟아지는 흙처럼
밤이면 무너져 내리던 삶의 분진들을
엄마는 제 몸에 옮겨 담는 것이다
이젠 하나의 표상이 되어버린
어머니의 화분
낡은 방을 고치는 것처럼
가슴에 왈칵 차오르는 기억의 세간들,
새로 돋아나는 것들을 위해
이파리마다 말없이 광합성 중이다.
♣고등부 운문 차상
표상
마산 제일여자고등학교 3-8 김 민 주
얼어붙은 냇가 작은 조약돌에게
차거운 바람 시샘 받는 꽃망울에도
흙더미 속 잠든 어린 싹에도
볕은 고루 마음 주어
시린 눈물 따스히 데워주었지
어시장 아지매 부르튼 손에도
헤진 옷깃의 아버지 어깨에도
등굽은 할매 어두운 주름살에도
골목대장 땟국어린 얼굴에도
볕은 구석구석 매만지어
메마른 품 꼬옥 안아주었지
이빠진 가로등에도
녹 슨 철문에도
좁은 골목에도
볕은 내리어
모든 차가움을 품어주었지
모든 나약함을 위로해주었지
그것은 봄의 미소
온기 어린 희망의 표상이었네
♣고등부 운문 차하
표상
고양 예술고등학교 2-1 김 강 철
할아버지의 팔뚝에는 시커먼 흉터 하나가 피어있었습니다 민들레라고도 부르고 바퀴벌레라고도 합니다 언젠가 할아버지가 흉터를 가리키며 민들레라고 하셨지만 할아버지께서 그것을 민들레라고 불렀던 까닭은 그것이 정말로 민들레처럼 아름다워서는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우리 집 뒷산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꽃이 민들레인 까닭일 것입니다
그 흉터를 나는 바퀴벌레라고도 부릅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 혼자 있을 때 얘기지 할아버지 앞에서 그렇게 놀렸다가는 큰 소리로 꾸중만 듣고 말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흉터가 민들레보다는 바퀴벌레를 닮아 있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분명합니다 할아버지가 이리저리 팔을 움직일 때마다 내 엄지와 검지를 모아 만든 동그라미만한 그 상처는 주름이 잡히고 자꾸만 꿈틀거려 바퀴벌레와 꼭 닮아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 때 바퀴벌레, 아니 민들레도 함께 묻혔습니다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은, 왼쪽 뺨에 길게 흉터를 기른 할아버지 한분이 관을 부여잡고 울었던 사실입니다 그밖에 흉터가 있는 사람은 몇이나 더 있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흉터는, 아니 민들레, 바퀴벌레는 과연 무엇의 표상일까요 조문객들은 팔 하나가 없으신 할아버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습니다
♣고등부 운문 차하
표상
마산 무학여자고등학교 2-8 조 미 선
내가 바라는 것은
내 마음에 담아두었던
그 사람의 모습
알고 있을까요
제 마음속에
당신의 행동은 나에게
작고도 큰 바람이지요
당신이 숨을 쉬면 숨을 쉬고
말을 하면 말을 할테고
움직인다면 나도 따라 움직이겠죠
당신은 나에게 왜 바람이 되는 건가요
그저 어린 시절의 동경일까요
내 눈에 반짝거렸던 한 순간의 위대함인가요
제 소망은요
다른 사람의 마음 안에
어느 구석진 자리라도 내가 담길수만 있다면
그 사람을 담았던 나처럼
다른 사람 역시 나를
조금이라도
바라 봐 주길 바랍니다
♣고등부 운문 참방
표상
남해 해성고등학교 1-3 이 정 인
할아버지에게 강은 평생을 같이 간 표상이었다
강 앞에만 서면 어린아이가 됐던 할아버지
뾰족한 엉덩이를 흔들며
할아버지를 반기는 나룻배에
그저 들어올려도 뻐근한 엄지발가락 두개로
딛는 뒷모습을 배로 저으면
언제나처럼 강은 사랑노래로 답했다
강의 눈으로 보면
나이 팔십, 눈썹까지 하얘져
피부는 두꺼비 같고, 얼굴은 쪼그라터진 풍선마냥 주름이 자글자글
등은 굽어져 시간의 무게를 받치고 있는
누가 봐도 긴 세월 징검다리를 건넌 늙은 노인네건만
가슴에 품고 다니는 강바닥 돌멩이같이
출썩출썩 간간이 배에 몸을 박아
장단을 맞춰주는 할아버지는
얼굴을 비비고 강과 함께 환한 무지개를 그렸다
배 바닥에 귀를 대고
눈을 꾸-욱 감으시면
그의 맨 가장자리
누구보다도 큰 할아버지 두 팔에 안겨
잠이 든 물결
그 사이로 문득
강의 파란 미소가 스쳐갔다
오늘도 할아버지는 강과 함께 인생을 걷는다
할아버지에게 강은 평생을 같이 간 표상이었다
♣고등부 운문 참방
표상
안양 예술고등학교 3-5 소 한 나
좁은 자신의 공간에 제 몸 밀어넣고
힘주어 의자다리를 쥐는 발가락
자꾸만 아래로 꺼져가는
눈꺼풀을 버티지 못하고
날개 죽지에 머리를 묻는 어머니
간지러운 날들이 지나간 겨드랑이가
돋아나지 못한 생을 지워내고 있다
더 이상 산란할 수 없는 저 몸
돌아가는 미싱 소리에
잘린 부리가 연신 움직이며
울분을 삼켜내고 있다
미싱바늘 밖으로 풀려나온 올에
그려지는 자식들 얼굴
지워진 자신의 생을 찍어내는 손등위로
양계장의 하루가 진다
♣고등부 운문 참방
표상
마산 제일고등학교 1-2 박 지 효
말라 비틀어진 나무에도
힘들어 좌절하는 사람에게도
따뜻한 볕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해는
나의 표상입니다
뒷모습이 가슴 아픈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에도
삶의 무게에 지쳐 고달픈 이웃들에게도
너무 커 작게만 느껴지는
희망의 볕을
골고루 나누어주는
나는 닮고 싶습니다
해의 변함없는
사랑을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조선대학교여자고등학교 3-2 이 재 은
기름칠을 하지 않아 빡빡한 문
열리고 구겨진 할머니가 들어온다
버스에서 한참이나 오그라들었다던 할머니는
고단한 한숨까지 납작해졌나보다
저만치 할머니가 벗어놓은
비릿한 생선내가 옷걸이에 걸리고
얼굴 가득 지워지지 않는 50여년이
잔주름되어 하나 둘 박혔다
마산항구 끝자락 퀴퀴한 할머니 생선가게
검은 비닐봉지를 꺼내는 손
가득하게 담아 담을게 없어
그날의 기억들이 흘러넘쳤으면 좋겠다던 할머니
생선 토막을 가득 담아내는 할머니
기억 속 여기저기 찢어진 비닐봉다리
최루탄 박힌 하늘 아래 거뭇한 밤
뒤척거리는 할머니의 등에 달이번지고
홀쭉했던 할머니는
달빛으로 검은 속을 채워나간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2-10 남 예 지
제일 닮고 싶은 사람
어떤 유명인사도 백만장자도 아닌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내친구 주원이
그래, 넌
부끄러움도 많아
글씨도 예쁘지 않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지
하지만
수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
그리고 그 꿈으로 향하는 초록빛 발걸음이
너무 부러워
하얀 얼굴로, 어색한 목소리로
내게 수학문제를 가르쳐 줄 때,
겸손한 눈빛이 다정한 손짓이
너무 고마워
우리가 이 학교를 떠나더라도
추억속의 벚꽃향기를 그릴 때에도
내 삶의 표상은 언제나
너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창원 남산고등학교 3-9 박 세 랑
산 그림자를 지우며
태양이 새벽 빗장을 열었다
오늘도 손바닥을 펼치며
지칠 줄 모르는 하늘을 향한 사유
바람의 분진같은 지문들이 흘러내린다
햇빛은 나무를 타오르며
붉은 격류의 방향을 새긴다
깊은 심해를 향해 날아갈거야
나뭇잎 여린 날개를 신발처럼 신고서
달리고 싶다는 나무
그의 눈동자 속에서 파도가 밀려와
내 발등을 파랗게 적신다
내가 그대를 깨었는가
그대가 나를 깨었는가
*헤르만헤세의소설<데미안>중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마산 무학여자고등학교 2-3 박 미 경
가로등에 불이 꺼집니다
아 또다시 아침이 시작되나봅니다
사람들은 내가 가로등에 불을
끄면 아침이 시작되는 줄 압니다
나는 가로등을 켜고 끄는 사람입니다
불이 켜지고 꺼질 때마다
나는 항상
가로등 아래로 와 가만히 서 있습니다
가만히... 조용히...
그리고 당신이 올 때까지 나는 기다립니다
당신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와 교차할 때
나는 가로등을 끕니다
당신과 나의 그림자가 사라집니다
가로등 아래는 당신과 나의
만남의 장소입니다
하지만
달이 뜨지 않는 밤엔
당신이 오지 않습니다
그림자가 비치지 않아
가로등을 끌 수 없는 이유입니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대구 정화여자고등학교 2-2 원 성 은
무분별한 자양분을 빨아먹는
뿌리는 날카로운 이빨이다
독기는 쉽지만 확실한 것
자잘한 것들이 커나가겠다고
악착같다
실같이 엉켜 요란스럽다
무엇으로 피어나는가보다
피어나는 것만이, 얄팍한 싹을
격동질한다
이때, 거칠은 맥박은 나비를 말려 죽이는
끈끈이주걱이다
꽃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안간힘은 그러나, 눈에 띈다
눈에 띄는 것은 곧
짓밟히기를 기다리는 맨몸이다
피어있는 것은 곧 꺾인다
온전한 뿌리가 아니었다
유아기의 자양분은
다른 꽃의 핏방울이었다
꽃은 꽃의 잔해와 동물의 배설물을
들이키며 자랐다
하여, 꽃이여
꺾이기 전에 충분히 밟혀라!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광주 동신여자고등학교 3-3 임 현 희
햇살이 팔랑거리며 날아드는 오후
이 땅 위에서 피지도 못하고
사라진 청년들의 마음이 뿌리내리고 있는 국립3.15민주묘지
땅 속 깊이 뿌리내린 그들의 마음이
탯줄 같은 그리움으로 뻗어나간다
그들에 대한 생각이
나를 국립3.15민주묘지까지 데려다주었다
국사책에서만 보던 그들의 마음이 뿌리 내린 곳
잡목 같은 생각이 머릿속에 자라난다
이제는 희미해진 그들의 얼굴
얼굴 위 아지랑이 가득이다
수류탄에 맞아 사라진 사람들 대신
형형색색의 꽃들이 향연처럼 피어났다
동족상잔의 비극 앞에 사라진
청년들을 생각하며
활짝 핀 개나리처럼 따라 웃어본다
살랑거리는 그들의 손길이
나의 옷깃을 흔드는 듯하다
나비 한 마리가
알록달록한 날개를 펼쳐들고 날아간다
그들의 잔인한 기억에도
국립3.15민주묘지에는 시들지 않는 그들의 마음이 활짝 피었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마산 성지여자고등학교 2-11 윤 재 희
나에게 표상은
그리 유명한 인물도
그리 잘된 인물도
아닙니다
새야얀 목련처럼
순수한 사람
따스한 태양처럼
날 안아줄 사람
서커스 광대처럼
진실 할 수 없는 사람
그는 나에게
차가운 미소만 남긴 채
하느님의 일을 대신하러 갔습니다
아마도 날 한가득 비추어
주는 이 햇빛도
그가 보낸 하나의 선물이
아닐까요
나에게 표상은
그리 유명한 인물도
그리 잘된 인물도
아닌 바로 내 아버지입니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서울 대성고등학교 2-7 윤 현 철
타오르는 태양 볕이
윗통 벗은 인부 등줄기에
땀방울을 일궈낸다
집에 오신 아버지
TV 앞에서 억지웃음만 지으신다
잘 나가는 브라운관 속 그들의
모습처럼 얼마 전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을까
엄마가 밥그릇 내려놓는 소리는
날마다 커진다
건축 공사판 벽돌에
실직의 무게까지 더해진 그이지만
늘 가족이 모여 있을 땐
엄마가 깎아 놓은 쟁반 위 사과조각처럼
웃음을 놓지 않는다
용돈이 적다며 미간을 찡그리는 나에게도
주름살을 펴주는 그의 유머는
공사판 시멘트보다 부드럽다
요즘엔 막노동으로
다부진 우람한 근육 자랑에
늘 오만상 짓던 엄마에게까지 미소 꽃이 번진다
철근을 아령삼아 운동하신다는 아버지
잠자리는 파스냄새가
코를 메스껍게 찌르지만
아버지는 나의 삶의 등불인양
환히 빛난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마산 무학여자고등학교 1-1 박 연 주
까만 밤하늘 희미한 북극성 아래
잠든 나의 아가씨
칠흙 같은 꿈자락의 끝에서
너는 무얼 보고 있나
핏빛으로 지는 황폐한 사막?
아니면,
사막의 모진 바람과 가혹한 추위를 견디며
탐스럽게 피어난
순백한 생명인가
새로운 아침과 향기로운 봄을
알리기라도 하는 듯,
싱그럽게 피어난
하아얀
꽃일까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대구 경신고등학교 1-10 이 현 구
누가 이 목소리가 곱다고 했던가
피곤과 압박-칠흙 같은 철창 속의
갈 곳을 잃은 이것을
곱다고 하는가
눈을 떴을 때부터
작고 도톰했던 부리가 축 늘어지기까지
제한과 사육 속에서 우두커니였던
새는
차라리 저 도로가의 때묻은 비둘기가
낫다고 생각했다
창살 뒤로 티비를 튼 채 신문을 보다
그대로 잠이 든 조류사 주인의
벌렁 까진 이마에
희고 묽은 고독의 배설을 퍼붓고
푸득푸득 날개짓하며
그 골을 울리고
싶
지만
새장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겹겹이 자물쇠로 채워진 문고리
구속에 찌든 연약한 부리 자국만 묻어있었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광주 한빛고등학교 3-3 임 석 훈
그 강물의 고향은 남쪽이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연한 탯줄이 잘린 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마산 앞바다를 향해 달렸다
질긴 생명력의 가슴 벅찬 숨결로
뾰족한 사금파리에 너덜너덜 살점이 떨어져도
부드러운 노다지 갯벌의 꿈을 향해
밤낮을 달렸다 환하고 따스한 태양에 의지해
그 태양에 강물이 불탈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
양은냄비 속 무력하게 부글거리는 기포들을
중류의 거센 저항에도 식히지 못한 채
서서히 강물은 달궈졌다
출렁이던 물결이 멈칫거렸다
숨구멍 사이로 태양의 파편들이 날아오고
물결 위에 물결이 날아와 그 물결을 말리우는
독재의 대포는 종일 계속되었다
뒤늦게야 뜨거운 비가 내렸고
살아남은 물줄기들은 수증기가 되어 떠나가는 동지들을
버려두고 어떻게든 뭍으로 나가야했다
화상으로 녹아 둥둥 떠다니는 눈자위
가족들의 피눈물이 고춧가루가 되어 뿌려졌다
불길 뒤편의 따스한 고향을 보았다
흰 국화가 서늘한 청록의 미소로 다가왔다
가벼워진 몸으로 올라선 뭍에는
칼을 든 태양이 슬픈 얼굴의 문상을 왔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검정고시 준비생 김 하 늘
여고생의 꿈을 머금은
3년을 약속한 내 교복에
표상처럼 붙어있던 이름표를
1년도 채 안되어 뗐다
어머니의 심장을
떼어내는 것 같아
애써 고개를 돌렸다
어머니의 눈물만큼
아버지의 노여움만큼
나의 결석 횟수는 늘어났고
결국 검정고시를 선택했다
몸과 마음이
금방 빨아 넌 빨랫감처럼
후줄근하다
나에 대한 소문은
외로운 내 마음이 가꾸던
교실 앞 화단에 생긴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라나겠지만
언젠가는
조금씩 조금씩 줄어들다가
흔적도 없이 지워져 버릴테다
떨리는 손으로 떼어 낸
그 이름표를
부지깽이도 꽂아 놓으면
싹이 난다는 이 좋은 계절에
당당하게
나의 희망 앞에 붙이고
지금까지
오그리고 숙여왔던 어깨를
쫙 펴고 힘차게 걸어 나갈 것이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마산 한일전산여자고등학교 3-6 조 은 미
나에게 머문 검은 손길
하늘에서 불어온 바람에 바스러지고
포기를 원한 나의 영혼에
구원의 표상이 주어진 날에
검은 잉크 자국에 얼룩진 우리의 꿈이
한번만 더 반짝인 순간에
아, 나는 눈물에 얼룩지며
나에게 주어진 구원을 품었다
나의 뒤에서 날아오는 모든 것들이
아무런 의미도 되지 못하는 지금
절규하고 싶었던 끔찍한 악연도
나쁜 나의 친구로 남아준 오늘
벅벅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던 의무가
내가 살아온 이유처럼 보이는 날에
아, 나는 웃음에 물들면서
나에게 주어진 행복을 안았다
봄날 마지막 교정의 모습이
행복의 표상이 된 지금
하늘의 무대가 비추고 있는 우리는
오늘의 그림자 속에 살아가는
아글라이아의 분신이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고성고등학교 2-3 천 유 진
당신은 젊음을 불질렀고 패기를 불태웠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불타는 향기 짙은 태양빛처럼
내 가슴에 짙은 깨달음을 주셨습니다
당신의 피는 거름이 되었고
당신의 살은 잎이 되었고
당신의 뼈는 뿌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황폐한 땅덩이위에
한송이 뿌리 깊은 희망의 꽃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일천일백십구만육천사백구십명의 양심과
사천팔백만명의 자긍심의
표상이 되었습니다
♣고등부 운문 장려
표상
인하사대부속 고등학교 3-7 양 민 준
주춤주춤 비틀거리는 사내들이
저마다 울분을 토해내는
토요일 밤의 골목길,
허름한 세탁소 우두커니 서서
가로등보다 더 밝은 불빛을 내뿜고 있다
환한 달빛을 등지고
미싱을 돌리는 어머니,
곳곳에 묻은 실밥들은
다 헤지고 구멍 난 헝겊들을 메우고
드르륵- 바깥 사내들의 가래 끓는 소리 같은
신음들이 손가락 끝에 걸린 고무처럼
느슨한 저녁을 박음질한다
헤진 옷 기워지는 소리,
세탁소안 작은 쪽방사이로
혹여나 새어나올까
방에서 공부하는 아들 생각에
어머니의 조심스런 다림질은
밤새 대기중이다
촘촘한 바느질로 일궈낸
상처 자욱이 선명할수록
선명한 자리위로 자리 잡은 훈장은
나의 표상이 되어
어느덧 내 마음속에도
어머니는 사랑의 박음질을 하고 있다
그녀의 이마위로 흐르는 주름살은
한참의 다림질로도 펴질 줄을 모른다
손톱달이 저물어 갈수록
탈수하는 소리도 깊어가는 굽은 골목길을
스팀다리미로 다림질하는 그녀의 세탁소,
24시간 내내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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